대 러시아 제재로 공급 감소 예측 …투자업계 일각서 배럴당 200달러 예상
금· 반도체 등도 대폭 상승…달러 대비 각국 환율 변동도
국내 유가· 소비자 물가상승률 증가 중…스태그플레이션·슬로플레이션 우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EU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검토해 공급 감소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14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는 7일 브랜트유가 139.13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장중 130.5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브렌트유 20.6%와 WTI 26.3% 오른 13년 만에 최고가 기록이다.
시장에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과 급격한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앞서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안 중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유럽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공급 우려를 키웠다. 추가로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도 한몫했다.
관련 글로벌 기업들은 유가가 최대 200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은 제재안이 싱행될 경우 하루 500만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를 전망했으며, 블룸버그 통신은 애널리스트들와 트레이더들이 이달 중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정유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국내 휘발유 리터(L)당 가격은 전국 평균 1819.10원으로 상승했으며, 전남과 부산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는 1800원대를, 제주는 1919원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처럼 1000만 배럴 이상을 생산을 해서 500만 배럴 이상을 수출을 하고 있는 포지션인데 금수 조치로 막히면 어디선가 원유를 충당을 해야될 것이다”면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고 베네수엘라의 원유까지 채굴하더라도 러시아의 양을 감당할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전세계적인 공급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대폭 오르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1년 반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2000 달러를 돌파했으며, 금 현물은 온스당 2000.69달러(약 245만 6000원)로 지난 2020년 8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현재는 온스당 198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로이터는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2065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생산 등이 쓰이는 팔라듐 가격도 껑충 뛰었다. 팔라듐은 러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담당하고 있어 이날 온스당 3172.22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 문제도 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달러화 대비 유로의 가치는 1.0882달러로 0.48%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영국의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도 1.321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14%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의 환율 중에서는 인도의 달러 대비 루피 환율이 1달러당 76.9625루피로 1%가량 오르며 가치가 하락했다.
이와 같은 국제유가와 환율 동반 상승은 일단 국내 체감 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최근 3%대 중후반인 물가 상승률에 더 큰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는데 조만간 4%대 상승률을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이나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이 올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와 함께 곡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기업 비용 부담이 늘면서 가공식품 등 제조업 상품 전반의 가격이 올라가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증가되고 있는 서비스 물가까지 더하면 물가 상승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경고했다.
KDI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가격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