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술 탈취 과징금 역대 최대 …공소시효 지나 고발은 제외
LS엠트론 “하도급사 기술 탈취 아니라 원천기술 소재 판단 잘못”
“공정위 해당 결정 관련 의결서 수령한 후 면밀히 검토·대응할 것”
LS엠트론이 하도급업체(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빼앗아 자신의 특허로 등록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에서 기술자료를 받은 후 협의 없이 자신의 단독 명의로 특허를 출원·등록하는데 유용한 행위를 공정위가 처음으로 제재한 것이다.
공정위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LS엠트론과 쿠퍼스탠다드오토모티브앤인더스트리얼(쿠퍼스탠다드)에 과징금 13억 86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양사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요구하더라도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쿠퍼스탠다드는 LS엠트론이 2018년 8월 자동차용 호스 부품 제조·판매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회사다. LS엠트론은 자동차 엔진 출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의 터보와 인터쿨러, 엔진을 연결하는 터보차저호스를 생산해 GM 등 완성차 업체에 납품해왔다. 이때 터보차저호스 생산에 필요한 금형은 하도급업체에 제조 위탁했으나, 하도급업체는 2019년 4월 LS엠트론과 거래가 끝난 후 뒤늦게 자신의 기술자료가 특허에 사용된 것을 알게 되어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LS엠트론은 하도급업체로부터 금형 제조 방법에 관한 기술자료를 받은 후, 하도급업체와 협의 없이 단독 명의로 특허를 출원·등록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특허는 현재 쿠퍼스탠다드가 소유하고 있다.
LS엠트론은 조사 기간 중 해당 특허가 독일 소재 V사의 기술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공정위는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그 이유로 “V사가 특허를 받은 금형 제조 방법과 같은 방식으로 금형을 제작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금형 및 설계도면이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V사와 하도급업체가 각각 LS엠트론에 납품한 동일 모델의 금형 실물·도면 비교 시 V사가 특허 제조 방법에 따라 금형을 제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LS엠트론은 하도급업체에 A, B모델 등 2건의 금형 설계도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해 받은 사항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LS엠트론은 해당 사항에 대해 A모델에 대한 설계도면의 경우 하도급업체가 납품한 금형의 품질에 문제가 생겨 검증을 목적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품질 문제 입증되지 않음·해당 금형 설계도면이 특허에 사용됨· 필요한 부분이 아닌 전체 도면을 요구해 목적 달성 및 필요 최소 범위를 벗어난 행위인 점에서 위법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공정위는 B모델의 금형 설계도면도 LS엠트론이 제조 위탁 목적과는 무관하게 자사 중국법인에 전달할 목적으로 요구해 받은 사항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LS엠트론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하도급업체와 공동으로 특허 출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형 제조 방법에 관한 연구 노트를 받을 때 요구 목적 등을 사전에 협의해 적은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 과징금이 부과된 양사에 대한 검찰 고발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안남신 기술유용감시팀 과장은 그 이유에 대해 “LS엠트론이 신고인으로부터 기술자료를 받고 특허출원에 사용한 시점이 2012년 1월이고, 특허출원 후 등록한 것이 2013년 8월이다”면서 “형사 처벌 공소시효는 5년으로 법 위반이 성립된 시점으로부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말했다.
LS엠트론은 공정위 해당 결정에 대해 의결서를 수령한 후 면밀히 검토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LS엠트론은 “독일 V사와 도면, 샘플 자료 등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이를 하도급사에 전달하고 제품 제작을 의뢰했으나 수율에 이슈가 발생해 V사 도면과 하도급사의 도면을 비교하기 위해 도면을 요구한 것이다”면서 “처음부터 하도급사의 기술을 뺏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천기술이 V사에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당사가 특허 출원을 해도 된다고 당시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