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시리즈는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1999년부터 출시되고 있는 온· 오프라인 TCG(트레이딩 카드게임)로 해당 장르에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팬덤을 가지고 있다. 당장 한정판 오프라인 카드 한장이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을 호가하기도 하고, 정기적인 대회를 통해 많은 프로 선수들이 양성되고 있다. 또 애니메이션의 주요 캐릭터와 몬스터, 명장면들이 아직도 회자되며 밈(MEME)과 짤방, 드립 등으로 재탄생되는 생명력 넘치는 글로벌 지적재산권(IP)이다.
유희왕 마스터 듀얼(마스터 듀얼)은 코나미가 2022년 1월 19일 출시한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오프라인에서 사용되는 룰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작들과 달리 정통 OCG(오프라인 카드게임) 환경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코로나 팬데믹의 지속으로 비대면 환경에서의 게임 수요가 맞물려 출시 한 달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1000만회를 달성했다. 이번 최신작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봤다.
어이, ‘듀얼’ 하자
우선 마스터 듀얼이 다른 TCG와 차별화 되는 특장점은 오랜 세월동안 출시된 카드 1만 936장을 원하는 대로 40장 골라 덱(플레이어가 TCG게임에서 사용하는 카드뭉치)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 TCG 게임에서는 카드 출시를 로테이션으로 만들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식전에서 사용할 수가 없는데, 마스터 듀얼에서는 일단 보유하게 되면 코나미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를 시키지 않는 이상 해당 카드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유희왕의 고유 시스템인 체인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을 바꾼 것도 호평할만하다. 체인 시스템은 ‘먼저 발동한 카드일수록 카드의 효과를 나중에 처리한다’는 규칙인데, 상대방이 발동한 카드 효과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내게 되면 체인이 시작되고 상대 역시 이에 대응할 수 있다면 체인이 쌓이게 된다. 이후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면 체인으로 걸렸던 카드의 효과가 역순으로 발동한다. 이번 작에서는 카드에 실제 사슬이 걸리는 모습으로 구현되어 어느 카드가 어느 카드의 대응인지, 효과 적용이 어떤 순서로 이뤄지는지 확실히 알아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오랜기간 소외받았던 에이스 몬스터 카드의 지원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장 수혜를 입은 것은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도 등장한 ‘삼환신 테마’ 카드 ‘라의 익신룡’으로서, 해당 카드의 사용자인 마리크가 사용한 각종 슬라임 몬스터는 물론 ‘라의 익신룡’이 가진 원작의 다양한 카드 효과를 새로운 지원 카드로서 구현하여 삼환신에 걸맞는 위용을 갖추게 됐다. 다른 삼환신과 소외받던 카드군(테마)의 지원도 기대되는 바이다.
플랫폼별·지역별로 초보자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거나 없어진 것도 특기할 만하다. 과거 유희왕 게임들은 특정 플랫폼에 한정되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스터 듀얼은 콘솔과 PC,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같은 환경으로 플레이 할 수 있으며 각 국가마다 서버를 따로 두지 않고 언어만 지원한 채 통합으로 운영하고 있어 전세계 유저들과 대결을 즐길 수 있다.
또 처음 유희왕에 입문하는 유저를 위해 솔로 모드에서 각 종족 덱의 기원과 스토리, 설정, 플레이 기초를 알려주는 한편 몬스터 ‘황금경 엘드리치’를 기초로 하는 접근성 쉽고 파워도 강한 ‘엘드리치덱’이 등장하여 공식전에서 초보자용 덱으로 활용되고 있다.
내 목숨과도 같은 덱이…?
일단 다른 TCG 게임도 마찬가지겠지만, 여러 덱을 맞추려고 한다면 돈이 많이들어간다는 점을 염두해둘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유희왕의 덱은 컨셉별로 약 10만~30만원 정도의 현금이 소요된다. 게다가 애초에 유희왕은 애니메이션으로 상당부분 인기를 얻은 만큼, 작품에 등장한 캐릭터의 덱을 그대로 구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덱을 새로 맞추거나 여러 종류의 덱을 확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매우 큰 편이다.
그러나 무료 재화가 이 같은 단점을 조금은 희석하고 있다. 특히 초반에 튜토리얼, 솔로 모드, 랭크 등반 보상 등으로 유료 재화인 젬을 유저에게 많이 증정하며, 이를 이용하면 1티어 덱 하나쯤은 부담 없이 맞출수 있으며 덱 자체의 카드 등급이 낮다면 최대 3개까지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무료나 소과금(10만원 내)로 플레이를 하고자 한다면, 게임을 시작하기전 유저 본인이 하고싶은 덱의 컨셉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며 카드가 잘 나와야하는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리셋마라톤을 통해 덱마다 계정을 만드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증식의 Bu‘G’
덱의 가격 문제가 유저 개인의 계획과 노력에 달려있다면 버그와 오류같은 문제는 게임 유저 전체에게 고통을 준다. 마스터 듀얼은 여러 플랫폼에서 운영하다보니 플랫폼 별로 문제가 다른데,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화면 크기에 맞는 고화질로 설정하면 시작되는 발열과 배터리 소모가 문제다.
해당 문제는 스마트폰보다 화면 크기가 큰 태블릿 PC에서 훨씬 자주 발생하고 잇으며 안드로이드와 IOS 등 OS와 상관없이 나타나 게임 최적화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상대 유저와의 배틀 중 튕김 혹은 프리징(화면이 멈추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게임 구동중 터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여기에 굳이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갑자기 이상한 방으로 입실되더니 퇴실을 못하는 문제라던가, 특정 테마의 카드가 사용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법 핵 프로그램으로 커넥팅 오류를 이용해 상대를 강제 패배시키는 프로그램 등이 확인되어 코나미가 대처에 나선 상황이다. 코나미는 인게임 공지를 통해 핵에 대한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듀얼은 재능있는 이들의 것만이 아니다
신기하게도 이번 마스터 듀얼에서 코나미는 유저 친화적인 운영을 이끌어가고 있다. 우선 초반 무료 재화를 많이 뿌리는 점도 그렇고, 쓸모없는 카드를 분해하여 확정적으로 원하는 카드를 얻을 수 있게 배려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엘드리치덱을 중심으로 기존 유희왕에서 필수적이었던 전개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다양한 테마의 덱 간의 밸런스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전략의 다변화와 다양성이 모처럼 부각되고 있다. 각종 상황을 톨파할 수 있는 함정 카드와 선턴을 잡지 않아도 유리하게 상황을 끌어올 수 있도록 한 것도 새로운 ‘고민’을 유저에게 부여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을 점이다.
이러한 노력은 유희왕이라는 IP에 많은 신규 유저를 모으고 기존 유저들 또한 온라인 환경으로 정착시켰다는데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아직까지도 유희왕은 커뮤니티에서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필수 요소로서 자리잡아 수요가 있었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도전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러한 인식을 훌륭히 깨준 셈이 되었다. 마스터 듀얼의 인기가 부디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원한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