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업계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지난해 연간 실적 때문에 침울한 상황이다. 게임사들의 영업이익이 1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17%에서 55%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적발표를 진행하자마자 주가 하락을 겪은 업체도 있었고, 투자 의견은 유지됐지만 기대치가 하향된 곳도 있었다. 그나마 실적이 괜찮았던 게임사도 영업비용이 다수 증가해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그런데 실적 발표 중 영업 비용의 증가에 임직원 연봉인상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회사들이 꽤 있었다. 지난해 일각에서 제기됐던 ‘인건비를 무리하게 상승시킬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그대로 실현된 것이다.
사실 게임사들이 너도 나도 연봉을 인상한 것은 우수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지난해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는 개발자 연봉을 800만원 인상했고, 엔씨소프트는 1300만원 인상했다. 크래프톤은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 올렸다. 게임빌· 컴투스· 베스파· 웹젠 등도 직원들의 연봉을 올리며 개발자 확보에 나섰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연봉을 일제히 인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지난해 1분기부터 다수의 게임사의 영업비용이 증가했지만 다들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게임사들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노동의 대가를 높여주는 것은 가장 심플하게 일의 의욕을 높여주는 방법이며 빠르게 능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애초에 게임은 좋은 인재 확보가 곧 좋은 투자나 다름없다. 그러나 인재 영입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이 꼭 연봉만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듯이 계속해서 개발자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이들과 소통을 통해 요구를 파악하고 처우 개선과 복지 증진으로 하는 방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점은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모바일 게임 신작인 오딘의 흥행으로 영업이익 72% 상승했는데, 이러한 성적을 거둔 이유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이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타 사에 비해 적었다.
게다가 게임사들은 기존 서비스작의 현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당시 3N(넷마블·넥슨· 엔씨소프트)를 포함해 여러 주력 게임들이 확률형 아이템 이슈와 운영 논란이라는 변수로 상당수의 유저들이 이탈했는데 대비 혹은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어야 했다. 양쪽 중 하나라도 제때 했었다면 매출 감소 폭이 적었을 것이고 인재들도 오로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좋든 싫든 개발 속도에 타격을 받고 있을 상황이었는데 생산성 감소에 대한 예측도 너무 안일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출되는 돈이 더 많아질텐데 시시각각 변하는 팬데믹 시국임을 감안해도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여러 게임사들은 올초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발표하고 연말까지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과연 출혈을 감수하면서 인재에 ‘투자’ 할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는 기다려보면 드러날 것이다. 부디 연봉 인상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음을 바랄 뿐이다 .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