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운수권 이전에 40개 노선 경쟁적 제한 모두 인정
해외 경쟁국 승인 완료 후 시정·보완 최종안 확정 예정
대한항공 “공정위 결정 수용…해외 당국 승인도 최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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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우리나라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주요 조건은 양사가 보유한 노선의 타 항공사 양도와 요금인상 제한이다.

공정위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 승인 조건은 양사 결합 시 운임 인상 등이 우려되는 노선에 대해 슬롯과 운수권을 이전하는 구조적 조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주식을 취득하는 기업결합일부터 10년간 해당 조치를 이행해 다수의 노선을 LLC 등 타 항공사에 양보하게 됐다.

우선 국제선 26개, 국내선 8개로 총 34개는 저비용항공사(LCC)나 해외 항공사가 새로 들어오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두 회사가 가진 국내 공항 슬롯을 의무적으로 반납하게 된다. 해당되는 국제선은 서울∼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호놀룰루· 샌프란시스코· 바르셀로나· 프놈펜· 팔라우· 푸껫· 괌 간 노선과 부산~칭다오· 다낭· 세부· 나고야· 괌 노선이며, 국내선은 제주∼청주· 김포· 광주· 부산 노선이다. 

또 운항에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에 대해서도 신규 항공사가 해당 노선에 진입하거나 기존 타 항공사가 증편 시 운수권을 반납하게 됐다. 해당되는 노선은 서울∼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이스탄불· 장자제· 시안· 선전· 자카르타· 시드니 노선, 부산∼베이징 노선이다.

다만 공정위는 반납할 슬롯·운수권 개수의 상한은 노선별로 점유율 기준에 따라 정하고, 구체적 이전 내용은 실제 신규 항공사의 진입 신청 시점에 국토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또 전체 국제노선에 대해서는 신규 진입 항공사가 외국 공항 슬롯 이전·매각, 운임결합 협약 등의 체결, 국내 공항 각종 시설 이용 협력, 영공 통과 이용권 획득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단기간에 새로운 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점을 고려해 노선 운임을 제한 조치도 부여했다. 이 역시 기간은 10년으로 동일하다.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은 결합이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이 금지되고, 공급좌석 수도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외에도 좌석 간격과 무료 기내식 및 수하물 등 서비스 품질 유지안도 포함됐다. 

추가로 항공마일리지의 경우 양 사가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되며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안에 양사 통합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통합 방안은 공정위가 승인해야만 실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다만 제주∼울산·여수·진주 등 수요가 부족한 벽지 노선 6개는 구조적 조치 없이 10년간 행태적 조치만 부과됐다.

공정위는 이후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항공 당국, 이행감독위원회와 협업해 양사의 행태적 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부 승인을 발표하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번 기업결합 건은 우리나라 첫 대형항공사(FSC) 간 결합이며 항공사 간 결합에 대해 구조적·행태적 시정조치를 종합적으로 부과한 최초 사례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아직 완성된 안이 아니며, 공정위는 해외 경쟁당국의 결론이 모두 나오면 이를 반영해 시정조치안을 수정·보완하고 추후 전원회의를 열어 의결 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결합심사는 태국 등 8개국의 심사가 끝났고 미국, 영국, 호주, EU, 일본, 중국 등 6개국의 심사가 남아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조건부 승인 발표현장에서 “항공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양사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우리나라 항공운송 시장의 경쟁시스템이 유지·강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 결정을 수용하며 향후 해외지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앞으로 해외 인수·합병(M&A) 심사 절차에서 참고할 점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상반기에 M&A 심사 법제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등 연구용역을 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안을 검토·마련할 계획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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