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업체, 입대의 회장 불법 해임투표 관여하기도

서울 강남의 T아파트의 생활지원센터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불법으로 해임시키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최병선 소비자기자]
서울 강남의 T아파트의 생활지원센터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불법으로 해임시키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최병선 소비자기자]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유명한 T아파트 생활지원센터장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위) 회장을 불법으로 해임시키려는 행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가 승인하지 않은 회장 해임투표가 생활지원센터 주관으로 실시되자 아파트 입주민의 피켓시위가 벌어지는 파행까지 벌어졌다.

17일 아파트 입주자들에 따르면, T아파트 생활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센터장을 주축으로 단지 내 방송실과 게시판을 장악해 입주자들에게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 회장에 대한 비방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대의 회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명의와 직인을 도용하여 선관위가 인정하지 않는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투표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센터 직원들을 동원하여 회장이 하지도 않은 폭행혐의를 씌워 고소하는가 하면 심지어 직원들을 시켜 회장의 주변을 밀착 감시하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승인하지 않은 불법적인 회장 해임투표가 생활지원센터 주관으로 실시되고 있다. [사진=최병선 소비자기자]
선거관리위원회가 승인하지 않은 불법적인 회장 해임투표가 생활지원센터 주관으로 실시되고 있다. [사진=최병선 소비자기자]

왜 센터는 회장 불법 해임투표를 강행하나

문제가 시작된 것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대한 해임 투표였다. 지난 2월 10일 T아파트에서는 생활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에 대한 해임투표가 진행됐다. 그러나 전날인 9일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들이 이번 회장 해임투표가 불법 무효인 투표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즉, 어제 실시한 회장 해임투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식으로 실시하는 투표가 아닌 위탁관리업체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관리회사에 동조하는 일부 주민들과 임의로 실시하는 불법선거였던 것이다.

앞서 T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일부 주민들과 센터가 신청한 회장 해임요청서를 검토하고 “접수된 서류에 문제점이 발견돼 사법적 쟁송(문서위조·변조· 손괴의 형사고발 등) 소지가 있고 서명 당시 서명인의 의사와 무관 또는 배치될 우려가 있다”며 지난 2월 3일 선관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구비서류 미비로 인한 접수 불가’를 의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터가 회장에 대한 해임투표를 실시하는 공고문을 게시하고 수시로 안내방송을 실시하자 선관위는 “선관위 의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센터는 자의로 허위 선거공고문을 작성하여 게시판 및 엘리베이터에 게시하여 주민들에게 혼란을 끼쳤다”며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써 이에 대해 엄중한 사법처리로 임할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센터는 결국 회장에 대한 불법적인 해임투표를 강행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들이 불법적인 회장해임투표 강행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최병선 소비자기자]
선거관리위원들이 불법적인 회장해임투표 강행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최병선 소비자기자]

위탁관리업체 C사 수의계약 통해 20년간 독점

이 사건의 발단은 입대의가 진행한 공개경쟁입찰에서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려한데서 시작됐다.

현재 T아파트를 위탁관리 하고 있는 C사는 T아파트가 준공한 때부터 이 아파트의 위탁관리를 위해 설립돼 지금까지 20년간 T아파트와 바로 길 건너편에 2차로 지어진 P아파트를 동시에 관리하면서 성장한 업체다. C사의 대표도 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지난 20년간 수의계약을 통해 두 개 단지를 위탁관리 해왔다. 그러나 P아파트는 입주자 투표를 통해 C사와의 수의계약을 거부하고 지난해 12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다른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했다.

T아파트에서도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위탁관리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10월부터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는 방법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는데 투표결과 입주민의 12.2%의 반대로 수의계약을 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새로 구성된 입대의가 입주민의 의사에 따라 위탁관리업체를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려고 했다. 그러자 옆 단지가 다른 위탁관리업체로 넘어간 상황에서 이 회사의 대표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마저 다른 업체에게 넘어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해서인지 센터의 집요한 방해가 시작된 것이다.

일부 동대표는 “동대표 정원은 8명이고 지난번 선거 결과 총 6명이 선출됐다. 동대표는 기존업체에 친화적인 동대표가 2명, 공개경쟁입찰을 주장하는 동대표가 4명으로 구성됐고, 회장도 양측에서 각각 1명씩 출마해 기존업체 친화적인 동대표를 물리치고 개혁성향의 회장이 선출됐다”고 전했다.

새로 구성된 입대의는 입주민의 의견에 따라 위탁관리업체 선정을 위한 회의를 개최해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의결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동대표 중 1명이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자 회의가 끝날 무렵 동대표 사퇴의사를 밝히고 퇴장했다.

그러자 센터는 동대표 1명이 사퇴를 했기 때문에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의결이 아니라며 공개경쟁입찰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입대의는 이 동대표가 회의에 참석하여 함께 토론을 진행하여 이미 찬성 4 : 반대 2로 의결되었고 본인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자 회의가 끝날 무렵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므로 의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그리고 사퇴한 동대표를 새로 선출하기 위해 선관위를 통해 선거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센터가 보궐선거를 의도적으로 방해해 지금까지 동대표를 선출하지 못해 다른 사안에 대한 의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입대의가 절차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자 센터는 입찰에 응찰하는 업체들의 서류접수를 거부하는 등 입대의 회장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고 위탁관리업체 대표의 지시만 따르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관리 부실’ 아파트 입주자 C사 불만 폭증

입주자들은 현 위탁관리업체 C사가 누수가 발생해도 해결하지 않는 등 만행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업체 변경을 원하고 있다.

입주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경쟁 입찰없이 진행됨에 위탁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만 해 온 결과 인근 다른 아파트에 비해 위탁수수료가 4.35배나 비싸다. 이를 지난 20년 간 금액으로 환산하면 41.7억 원을 더 부담한 셈이다.

이어 관리업체가 입주민 위에 군림하고 있어 제대로된 의사전달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관리하면서 위탁관리업체가 한 번도 바뀌지 않아 보안업체도 입대의 보다는 위탁관리업체 지시를 더 따르고 입주민을 통제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또 센터가 승강기와 게시판을 장악해 입대의나 선관위의 공지 글을 보안요원을 동원해 철거해버리고 방송시스템을 장악해 비방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리업체 친화적인 단체의 게시물은 장기간 게시를 방치하는 등 단지 내 언로(言路)를 편파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입주자 주민들의 내분을 조장하는 점이다. 센터가 직원들을 동원해 회장 또는 선관위원, 입주민에 대한 고소를 남발하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입대의와 선관위의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게 하고 관리업체에 동조하는 주민을 이용해 단지 내 분란을 초래하고 있다.

위탁관리업체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아파트 관리도 부실한 것도 큰 문제다. 옥상 층에 특정 개인세대 전용으로 불법정원을 설치해 아래층에 누수 피해가 발생하고 이를 수차례 시정요구를 해도 센터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참다못한 입주민들이 구청에 신고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았음에도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

[자료=최병선 소비자기자]
[자료=최병선 소비자기자]

“위탁관리업체 공개경쟁입찰 절차대로 진행해야”

이번 사태와 관련 A 입주자대표 회장은 “C사는 불법적인 회장 해임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모든 업무가 관리 규약에 따라 정상화 되도록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문제의 원인이 되는 위탁관리업체 공개경쟁입찰이 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A회장은 C사를 옹호하는 일부 입주자들에 대해서도 “거짓선동으로 입주자들 간의 분란을 야기하는 언동을 삼갈 것”을 요청하면서 “우리단지 뿐만 아니라 다른 단지에서 밝혀진 C사의 관리실태 사례를 참고하여 입주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센터측은 입대의회장이 관리규약을 어기고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관리비 통장을 재발급 받아 110억원의 관리비를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근거로 회장의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A 입주자대표회장은 “회의록은 원래 감사가 사인을 해야 완성이 된다”면서 “회의 막판에 사퇴의사를 밝히고 퇴장한 동대표가 감사를 맡고 있었는데 사퇴를 이유로 회의록 사인을 안 해서 회의록 제출을 위한 조건이 완성되지 않아 관리주체에 보관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A 회장은 관리비 통장을 재발급 받은 것에 대해서는 “C사의 위탁관리 계약기간은 지난 12월 31일로 만료가 되었고 센터가 회장의 업무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법적인 자금집행이 이뤄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차원에서 통장을 재발급 받았을 뿐 횡령한 사실이 없다”면서 “센터에서 회장의 결재를 받고 집행하는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관리비용의 지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위탁관리업체가 바뀐 P아파트도 위탁관리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많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이 단지는 위기를 잘 넘기고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여 관리를 하고 있다.

새로 위탁관리업무를 인수한 E사의 K센터장은 “강남의 명품아파트로 유명했던 단지의 내부관리가 이렇게 엉망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변전실 천정에 누수가 발생하여 전기실 장비 위에 비닐을 덮은 채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게 놀랍고 아찔하다”고 인수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K센터장은 “대부분의 설비와 시설관리가 엉망이라 당장 수리해야 할 것이 많은데 장기수선계획이 부실하고 장충금도 얼마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회장님과 동대표들이 모두 협력하여 하나씩 개선해 가고 있다”면서 “기존 업체 편에 선 일부 입주자들의 방해와 항의가 지금까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모든 관리업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하나하나 이해시켜가며 진행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동주택관리법령 개정, 국토부·국회에 요구할 것”

전국아파트연합회 최병선 사무총장은 “T아파트의 사례는 위탁관리업체가 입주자들이 다른 업체를 선정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이에 반대하는 동대표를 자기들 편에 선 일부 입주자들을 선동하여 해임시키고 비대위 등을 구성하여 다시 수의계약으로 끌고 가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면서 “가뜩이나 위탁관리업체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 이런 업체들로 인해 정상적인 위탁관리업체들이 피해를 입게 되므로 위탁관리업체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사무총장은 또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악덕 위탁관리업체를 가려내 위탁관리 업체선정에서 점차 배제되도록 연합회 차원에서 지역별로 널리 홍보하고 이에 동조하여 자신의 소임을 망각하고 입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관리소장들도 퇴출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공동주택관리법령 개정을 국토부와 국회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주택관리협회 김철중 사무총장도 “이런 업체에게 협회 차원에서도 주의와 시정을 촉구하지만 회비를 내는 회원에게 협회가 편을 들어 주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경우가 많아 곤란하다”면서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결국 전체 회원사들이 피해를 입게 되지만 협회로서도 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최병선 소비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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