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 여파…시세보다 싼 것만 거래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2개월 연속 하락
서울 아파트값 1년8개월 만에 보합 전환
비수기 맞아 전월세 가격도 상승 둔화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전세·월세 가격 상승폭이 일제히 전월보다 둔화됐다.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될 경우 변동폭이 불안정한 한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대선 변수에 따른 관망세 확산으로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일부 일시적 2주택자 등이 내놓는 급매물 위주로 계약이 이뤄지며 실거래가 지수가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급매물만 팔린다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낙폭은 전월보다 더 확대되면서 대출 규제 등에 따른 매수세 위축이 집값 하락을 재촉하는 분위기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0.91%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이자 2012년 12월에 1.05% 떨어진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실거래가 지수가 11월보다 1.36% 하락해 2010년 5월(-1.47%) 이후 11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전월보다 실거래가격 지수가 0.95% 내리면서 2019년 1월(-1.05%)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5개 권역의 지수가 일제히 전월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2.71%, 0.19% 각각 올랐던 도심권(종로·중·용산구)과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의 실거래가 지수는 12월 들어 각각 -2.10%, -3.91%로 하락 전환됐다. 서북권의 낙폭은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큰 것이다.
또 동북권(강북·도봉·노원·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구) -0.57%,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구) -0.45%,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 -0.32% 등 다른 권역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으로, 최근의 시장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지방(-0.36%)의 실거래가 지수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방 5대 광역시중 광주(1.26%)를 제외한 부산(-0.89%), 대구(-2.27%), 대전(-1.29%), 울산(-0.08%) 등 4개 광역시의 지수가 전월보다 하락했다. 올해 1월 잠정지수는 전국 -0.57%·수도권 -0.75%·서울 -0.39% 등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석달 연속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국 매매·전세·월세가격 상승폭 축소
이와 함께 정부의 돈줄 옥죄기 효과로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전세·월세 가격 상승폭이 일제히 전월보다 둔화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월간 기준으로 1년 8개월 만에 보합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전국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0% 올랐다. 지난해 8월 0.96% 오른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폭이 축소된 것이다.
서울(0.04%)과 인천(0.12%), 경기(0.05%)도 일제히 지난해 12월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가격도 지난해 12월 0.33%에서 올해 1월 0.06%로 오름폭이 꺾였다.
이중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0.25%에서 지난달에는 보합 전환됐다. 서울 아파트 월간 변동률이 상승을 멈춘 것은 2020년 5월(-0.20%)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값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0.34%)는 석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대전시도 지난달 0.15% 떨어지며 2019년 4월(-0.04%) 이후 2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연초 비수기를 맞아 전세와 월세 가격도 안정세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6% 상승해 전월(0.32%) 대비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0.01% 올랐으나 전월(0.25%)보다 상승폭이 축소됐고 인천과 경기는 각각 0.12%, 0.06% 떨어지며 하락으로 돌아섰다.
전국의 주택 월세 가격은 지난달 0.16% 올라 전월(0.22%)보다 오름폭이 낮아졌다. 최근 월세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가격 상승폭은 줄어든 모습이다. 이중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지난해 12월 0.24%에서 1월에는 0.16%로, 인천은 0.47%에서 0.34%로, 경기는 0.32%에서 0.26%로 각각 상승폭이 둔화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은 주택종합 4.7%, 아파트 4.1%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대선을 앞둔 관망세 확산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