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글로벌판 메인 이미지 [사진=로스트아크 글로벌 홈페이지]
로스트아크 글로벌판 메인 이미지 [사진=로스트아크 글로벌 홈페이지]

스마일게이트의 간판게임인 로스트아크가 전례없는 대기록을 세웠다. 로스트아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마존의 배급을 통해 게임마켓인 스팀(Steam)에서 북미와 유럽에서 정식 출시했으며 하루만에 동시접속자 최대 13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배틀그라운드 무료화(325만명)에 이어 역대 최대 동시접속자 수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당초 목표치였던 20만명을 뛰어넘는 숫자다. 

게임전문 인터넷 방송플랫폼인 트위치와 평론가 사이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로스트아크는 스팀 정식 오픈 전인 8일부터 파운더스 팩 구매자 한정으로 플레이가 가능했는데, 많은 스트리머들이 구매에 동참했으며 트위치 시청자 130만명, 게임 동시접속자 수 53만명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게임 등 콘텐츠 평가 사이트인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 점수도 각각 82점과 84점을 기록했으며, 94%의 콘텐츠 추천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로스트아크는 왜 이렇게 흥행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지난 2018년 로스트아크가 한국서버에서 출시되었을 때, 트위치 방송을 통해 많은 게이머들이 주목했고 출시를 고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편적인 요소일 뿐이여서 스팀 커뮤니티와 레딧, 트위치 등 유저들의 반응과 오픈 전 상황들을 되짚어보면서 로스트아크의 흥행의 이유를 분석해봤다.

로스트아크는 글로벌판 출시 하루만에 동시접속자 132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현재도 평균 100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스팀]
로스트아크는 글로벌판 출시 하루만에 동시접속자 132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현재도 평균 100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스팀]

주요 MMORPG 경쟁작 상황 좋지 않아

현재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라는 장르는 게임들의 서비스 상황이 좋지 못하거나 한가지씩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스트아크라는 수작의 등장은 MMORPG 유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새롭고 ‘잘못될 가능성이 적은’ 선택지로서 기능할 수 있었다. 

우선 실질적인 경쟁작이었던 아마존게임즈의 뉴 월드(New World)는 지난해 9월 출시 당시 최대 동시접속자 수 90만명을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으나 현재는 5만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주요 문제는 일부 파벌·직업 소외 문제, 텔레포트 등  이동 제약, 성의없는 퀘스트 디자인, 착용장비 거래불가와 게임 경제 침체, 각종 버그 등이며 이외에도 내부적으로 수많은 문제가 등장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WOW)는 확장팩 어둠땅(Shadowland)의 빈약한 콘텐츠와 긴 업데이트 주기, 개연성과 이해가 되지 않는 스토리 등으로 이미 혹평을 받고 있었으며 사내 성차별 및 성추행 추문이 발생하면서 개발이 거의 멈춰선 상태다. WOW개발팀은 이후 9.2 패치를 발표하고 어둠땅 확장팩은 이대로 종결 짓겠다고 발표하였으며 이후의 개발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미지수인 상태다.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14(Final Fantasy14·파판14)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파판14는 지난해 12월 효월의 종언 확장팩을 북미에서 출시했지만 WOW에서의 유입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한 유저 수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접속 피크타임인 저녁 시간에는 게임 한번 하려면 몇천명의 대기열을 최소 1~5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며 대기열에서도 갖가지 에러가 발생해 유저들은 어떻게든 접속하기 위해 자동 로그아웃을 방지하는 꼼수까지 사용하고 있다. 운영팀은 대기열 문제에 대해 사과하면서 최대 21일의 무료 플레이 타임을 선물하고 서버 증설과 함께 각종 패키지 등의 판매를 중단하는 선택까지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금강선 로스트아크 디렉터는 출시 직전 아마존 트위치 공식 채널에 출연해 유저들과 소통했다. [사진=크라운 아마존 트위치 공식채널 방송 캡쳐]
금강선 로스트아크 디렉터는 출시 직전 아마존 트위치 공식 채널에 출연해 유저들과 소통했다. [사진=크라운 아마존 트위치 공식채널 방송 캡쳐]

‘유저와의 신뢰와 소통’  서양 게이머도 감동

그러나 로스트아크가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 호평을 받는 것은 문제에 대한 인정과 초동대처, 소통이다. 특히 파운더스팩 관련 대처와 함께 출시 직전 진행한 금강선 디렉터의 방송에서의 모습에 북미와 유럽 유저들 모두 놀라움과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파운더스팩 중복 지급 사건은 자칫하면 로스트아크의 인기에 초를 칠 수도 있는 사고였다. 개당 최대 11만원이나 하는 파운더스팩에는 초반 플레이에 매우 유용한 아이템들이 들어있었는데, 이를 구매한 유저들 중 약 3~4% 유저가 아이템을 중복으로 받게된 것이다. 자칫하면 게임 경제가 초반부터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에 스마일게이트는 즉시 사용된 아이템 전량 회수하고 삭제했다. 또 스마일게이트는 서버별로 주로 사용되는 언어가 달라 고통을 겪고 있다는 피드백을 접수해 타 서버로 이주를 원하는 파운더스팩 구매자에게 1회 한정(거래불가)으로 파운더스팩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거기에 기존 파운더스팩 적용을 받은 캐릭터는 건드리지 않고 로얄 크리스탈 추가 지급했다.

글로벌 유저들은 이같은 대응에 매우 놀라는 분위기다. 서구권 커뮤니티인 로스트아크 레딧(/r lostarkgame)에서는 “우리 목소리를 실제로 들어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훌륭한 대응이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스마일게이트의 대응을 칭찬했다.

이와 함께 서구권 유저들은 로스트아크 디렉터도 주목하고 있다. 금강선 디렉터는 출시 직전인 8일 아마존의 트위치 공식 채널인 크라운에서 골드 리버(Gold River)라는 이름으로 현지 서비스를 준비하기까지의 과정과 유저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금강선 디렉터는 아마존이 로스트아크에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을 적용해 이름과 디자인 등을 수정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는 시청자의 질문에 “협의 과정에서 그렇게 정해진 거 같은데, 나도 이름이 바뀐게 싫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아마존이 게시한 트레일러에 대해서는  “퀄리티가 너무 낮다”면서 “우리가 다시 만들어서 게재할 예정이다”고 말했으며, 아마존이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유저들의 불만에는 “검열과 수정 관련된 사항에 관해서는 내가 분명 공지를 제 때 하라고 말했는데 (아마존은) 왜 이렇게 소통을 안하는가?”고 지적했다. 

방송을 지켜보거나 해당 내용을 접한 게이머들에게는 이러한 금강성 디렉터의 발언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아마존은 게임을 배급할 때 항상 서비스 문제를 몰고 오는 것으로 많은 게이머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는데, 금강선 디렉터가 아마존 공식 채널에서 아마존이 잘못하거나 부족했던 점을 직설적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특히 레딧에서는 “우리는 그를 지켜야 한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채널 방송에 등장해서 아마존이 하는 짓이 맘에 안 든다고 말한 사나이다. (좋은 의미로) 미친 것 같다” 등 배드애스(Badass·매우 멋진)스럽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방송 이후 금강선 디렉터는 유저들에게 ‘아마존은 모든 게임 운영을 정말 못하지만 로스트아크는 그가 있어 다를 것이다’는 느낌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구권 게이머들은 금강선 디렉터에게 만화 ‘원피스’의 해적왕의 이름에서 따온 골 디 리버(Gol.D River)라는 별명과 궁극의 상남자를 뜻하는 기가채드(Gigachad)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로스트아크의 현재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밈(MEME). 왼쪽의 사진은 배급해온 게임을 엉망으로 관리하는 아마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오른쪽은 스마일게이트에 대한 감사와 함께 금강선 디렉터를 칭찬하고 있다. [사진=로스트아크 레딧]
로스트아크의 현재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밈(MEME). 왼쪽의 사진은 배급해온 게임을 엉망으로 관리하는 아마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오른쪽은 스마일게이트에 대한 감사와 함께 금강선 디렉터를 칭찬하고 있다. [사진=로스트아크 레딧]

이제 시작일 뿐, 문제 산적

그러나 로스트아크는 글로벌 흥행으로 시작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현재 로스트아크는 파이널 판타지와 비슷하게 몰려드는 유저로 인한 대기열 문제를 겪고 있는데, 길게는 수시간씩 대기하는 것도 예삿일인 상황이다. 글로벌 유저들은 서버를 담당하는 아마존에 대해 비판하면서 “정식 출시 직전에도 53만명의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었는데, 왜 이런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나”고 비판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언어별 유저간 갈등도 심각하다. 특히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에는 같은 언어권 사람들이 있는 국가 채널을 만들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약세인 영어 사용자들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유저 일각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경우 근처 다른 언어권 유저들이 시비를 걸고 있는 상황인데 이럴거면 언어별 채널을 따로 두어야 하지 않겠나”는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은 중국발 핵(치트) 프로그램으로, 언디셈버와 뉴 월드 등에서 각종 불법 프로그램을 제조해 논란을 일으킨 중국 업체들이 로스트아크에서 통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발 핵프로그램 제작 선언에 대해 “개발팀인 스마일게이트RPG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으며 해당 사실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2014년 첫 공개부터 2018년 한국서버 정식 출시 이후 로스트아크는 글로벌 유저들로부터 지속적인 기대와 관심을 받아왔다”면서 “그 결과가 현재의 흥행으로 이어져 온 만큼 앞으로도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중국 불법 프로그램 제작업자들은 로스트아크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핵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사진=로스트아크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중국 불법 프로그램 제작업자들은 로스트아크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핵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사진=로스트아크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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