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로 가는 과도기…“한국 앞서나갈 유일한 기회 왔다”
​​​​​​​소비자경제신문·소비자주권시민회의 공동기획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사회가 도래하면서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다르다. 특히 물가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고 공급난과 원자재값 폭등까지 겹치면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벌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야기된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소비자생활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면역·비대면·온라인 플랫폼·주식광풍·부동산 폭등·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혼란과 성장’이라는 혼돈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소비자경제신문은 2022년 신년특집으로 소비자주권시민회의와의 공동기획으로 ‘전문가 5인의 ‘위드 코로나’ 소비자 진단’을 마련했다. 소비자 관련 전문가 5명을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재점검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특히 점점 더 정치화하는 소비자의 활동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도 전망해본다. 전문가 진단은 소비자, 식품, 환경, 금융, 자동차, 통신으로 나눠 게재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열린  2021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챌린지 장면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열린 2021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챌린지 장면 [사진=연합뉴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소비자위원장)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소비자위원장)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린 것이다. 더불어 전기차로 대변되는 미래 친환경차 전쟁에서도 제법 선방하고 있다. 독일의 일간지가 인정했듯이 기존 내연기관자동차의 경쟁력은 한국이 많이 뒤지고 있지만, 친환경자동차의 경쟁력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한국이 앞서고 있다.

전기차 판매도 글로벌 판매 대상기업으로 줄을 세우면 3위를, 총 판매량으로 판단하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전기차 판매 부동의 1위는 테슬라로 50만대 정도를 팔고 있다. 다음은 폭스바겐 그룹으로 22만대 수준이다. 3위가 문제다. 2인승인 트위지를 전기차로 인정할 경우, 르노그룹이 20만대를 조금 넘겨 3위를 현대·기아가 18만대 조금 넘겨 4위를 기록하게 된다. 트위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로 취급되었으나, 유럽에서는 구분을 달리하기 때문에 예외로 한다면 르노그룹이 10만대 조금 넘게 팔아서 한참 뒤처지게 된다.

현대·기아차 다음으로 벤츠나 BMW가 포진하고 있다. 작년 기록은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중국이라는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 내수판매 1위가 전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하게 된다. 결국 내수판매에만 집중해도 전기차 판매 2~3위를 차지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절대 판매량만을 놓고 순위를 매겨보면 현대·기아차가 5위를 기록하게 된다.

2022년 글로벌 브랜드 진검승부 시작

2022년은 자동차업계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전기차 전쟁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제 대부분 상위권 자동차 제작사들의 전기차 판매량이 5만대를 넘어 10만대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경차인 캐스퍼가 대박 났다고 홍보 많이들 하고 있다. 그 와중에 경쟁모델인 일본 차량과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국내 제작사의 높은 가격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캐스퍼 총 판매량이 2만대 미만이다.

보통 1~2만대 생산하는 경우와 비교해서, 5만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늘게 되면 생산원가가 30% 정도 절감된다고 한다. 10만대 수준이면 여기서 추가로 30%가 더 절감되기 때문에, 소량 생산에 비해 절반 가격에 차량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제 본격적인 진검 승부가 시작된다고 긴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2013~2014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국내 총 생산량이 800만대를 넘어서면서, 현재 국내 총생산량 2배 이상의 실적을 보여준 달콤한 추억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가 이제 드디어 일본을 넘어섰다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문제는 우리나라 실적이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 올라선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일본이 대동아지진의 여파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 지면서, 자동차 부픔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그 여파로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다. 그 후 일본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이야기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현대자동차를 대표로 언급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에 정말 좋은 실적을 냈다.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1월 미국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들이 마이너스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현대차는 친환경 차량과 제네시스 등을 앞세워 판매량 증가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브랜드 가치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고 보고, 제품 다양화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강화 전략을 앞세워 미국 시장 수익성을 높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내 현대차 판매량은 5만15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5% 증가했다. 현대차 역대 1월 미국시장 최다 판매 기록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전년 동기보다 29.3% 증가한 3638대 팔리며, 14개월 연속 판매량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가 가장 많이 판 차급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 10대 중 7대는 SUV였다. 준중형 SUV 투싼이 1만3085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싼타페가 7354대, 팰리세이드가 6334대로 뒤를 이었다.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동기대비 5.5% 감소한 4만 2488대를 판매했다. 쏘울과 니로 등 소형 SUV와 K3 등 세단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차량인 쏘렌토와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등 중대형 SU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늘었다. 특히 양사의 1월 친환경차 미국 판매가 크게 늘었다. 현대차·기아는 투싼 하이브리드, 아이오닉5, 니로 EV 등을 포함해 총 1만791대를 팔았다. 전년동기대비 220.1% 증가한 성과다. 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첫 차량인 EV6의 미국 판매를 조만간 개시할 계획이어서 친환경차 판매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전기차 니로 EV [사진=연합뉴스]
기아의 전기차 니로 EV [사진=연합뉴스]

친환경차 판매, 수익에 영향 주지 못해

문제는 친환경차 판매가 회사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내연기관자동차이다. 언론과 각국의 환경 규제 정책발표로 인해 의무판매가 필수적인 요소로 대두되면서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판매 목표가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2030년에 총 판매량의 30% 정도를 전기차가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에는 15억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있다. 매년 9000만대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올해부터 100% 전기차만 판매한다고 해도, 15억대 모두 전기차로 교체되려면 운행 중지 등의 강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하면 17년이 걸리게 된다. 그런데 2030년에 판매될 전기차 수요를 3000만대로 보고 있다. 2035년, 2040년 해를 거듭할수록 의무 판매 비율을 높일 계획이지만, 간단히 계산해도 앞으로 수 십년은 내연기관자동차가 주된 운송수단으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전기차 혹은 수소전기차로 100% 전환되려면, 자동차만 만들어 팔면 되는 것이 아니다. 전력 혹은 수소연료 공급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보통 우리가 급속충전기를 언급하면서, 50kW, 150kW 등의 용량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일반 아파트 설계 용량이 1가구당 5kW 정도 되고, 실제 사용량은 3kW 내외이다. 50kW 급속충전기 1대가 설치되려면, 설계 용량으로 아파트 10가구, 사용량으로 17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를 준비해서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나온 초급속충전기는 350kW 용량을 자랑한다. 사용량으로 따지면 아파트 100가구의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다. 이러한 이유로 갑자기 전기자동차 공급을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등록 댓수인 2400만대의 10% 혹은 20%로 급격히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차가 2~3년 안에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길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자국 생산 자동차 회사가 없기 때문에 100% 소비만 하는 나라들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이 높아 전력 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당장 전기차 외 판매 금지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 절실

이러한 문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자동차업계의 과도기 혹은 대혼란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세대교체 시기인 것이고, 주인공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대변되는 친환경자동차와 무인자동차라고 불리는 자율주행자동차 등이다. 가장 큰 문제가 여기에 있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과도기를 잘 넘겨야 하는데, 전기차로 대변되는 친환경자동차는 당장 큰 수익이 되지 않는다. 결국 수익률이 떨어지는 친환경자동차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이 필요한 시기이다. 짧게 봐도 5년, 길게 보면 10년 정도를 잘 버텨야 한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선발주자가 아닌 개도국 출신의 대한민국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온 것이다. 작년도 매출과 수익률이 높았다는 이유로 방심할 수 없다. 자칫하다가는 2013년, 2014년의 오판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작년 최대 실적의 배경에는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글로벌업체의 공급 부족이 큰 자리를 차지한다. 광고비와 각종 프로모션을 생략해도 없어서 못 파는 시기였던 것이다. 일반적인 광고비 비중인 매출액의 5% 내외를 모두 사용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면 수익이 급감했을 것이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반도체 부족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을 대비해야만 한다. 친환경자동차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배터리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전고체배터리에 대한 기술력 확보, 배터리 원료 공급망 다양화 등 쌓여있는 숙제가 산더미 같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평가는 기준으로는 자원, 기술력, 시장 및 규제가 있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환경이다. 시장규모도 인구수와 국토 면적이 작아 경쟁국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내수시장만으로 우리나라 규모 27개국 수출 효과가 있다. 결국은 노력에 의해 얻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해 수출로 연명해야 한다.

예전에는 우수한 기술로 제작한 제품이면 수출이 용이했지만, 최근에는 제작된 시스템과 플랫폼 운영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에서 각종 신기술이 검증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 수소전기차 개발이 1년 늦은 일본이, 각종 규제완화와 정부의 지원으로 오히려 수소전기차 기술에서 앞서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기술경쟁에서 일본은 빠르면 2025년 양산을 호언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027년 시제품 제작 및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민간기업 및 공공연구소의 협업을 통해 이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미래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언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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