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연맹, 민변 민생경원회, 녹색소비자연맹, 참여연대 공동논평
부품업체 인증부품 비순정부품으로 거짓·과장표시…“위법 명백”
OEM부품 순정부품으로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과징금 없어 실망
중소업체 시장접근 차단, 순정부품 판매 강요 등 불공정거래 간과
현대·기아차가 OEM부품을 순정부품으로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취했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경고’라는 가벼운 제재에 그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등 3개 소비자·시민단체는 공동논평을 통해 현대·기아차의 불공정거래가 심각함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조치가 미흡하다며 ‘대기업 봐주기’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12일 공정위는 현대·기아차 양사의 ‘순정부품 관련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해 경고 결정을 내렸다.
한국소비자연맹 측은 “이번 결정이 현대·기아차의 부당한 표시행위를 인정한 점에 대해서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벌점 부과에 불과한 조치에 그쳐 아쉽다”면서 “현대·기아차가 완성차업체로서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얻은 부당이득과 소비자 손실 전가, 중소 독립부품업체의 시장진입을 감안한다면 더 중한 제재가 내려졌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3개 소비자·시민단체는 지난 2019년 9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자사가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이하 ‘OEM’) 부품을 순정부품으로 지칭하며 OEM부품과 동등한 중소부품업체의 인증부품(비순정부품) 사용 시 ‘차량 성능저하와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부당하게 표시한 것을 신고했다.
그 당시 소비자·시민단체는 현대·기아차의 이러한 표시행위가 거짓과장성, 소비자 오인성, 비방성, 공정거래 저해성에 해당함을 강조해 공정위의 합리적인 제재를 요구했다.
이번 제재 조치로 공정위는 현대·기아차의 갑질 행위를 모두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공정위 결정이 시정 조치와 과징금 등 소비자·시민단체의 요구에 상반되게 ‘경고’ 수준에 그침으로써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주의 촉구, 2018년 11월 이후 신차종 취급설명서에는 해당 표시를 삭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 측은 “현대·기아차가 2018년 신차종부터 해당 표시를 삭제했다고 해도 장기간 허위 표시를 통해 자사 OEM 부품을 인증부품 대비 1.5~4.1배 비싸게 판매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면서 “여전히 시정되지 않은 차종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 결정 이상이 내려졌어야 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소비자들이 중소부품업체가 직접 공급하는 인증부품을 열등한 상품으로 오인케 함으로써 중소부품업체의 정당한 시장 접근권을 차단했다”면서 “이는 현대·기아차가 자신들이 공급하는 상품의 품질·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완성차업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독립적 시장 주체들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와 경쟁이라는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힌 중차대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수년간 지적해온 대기업의 갑질 행위를 ‘경고’라는 낮은 수위의 제재로 마무리지으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아직도 정비현장에서는 ‘순정부품’이라고 쓰여있는 부품이 여전히 많으며 이로 인해 중소업체의 부품이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현대·기아차는 이번 공정위의 경고를 받아들여 모든 부품에 ‘순정부품’이라는 용어를 없애야 하는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그동안 소비자에게 각인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개선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