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림그룹 자회사 ‘올품 부당 지원 혐의’ 과징금 철퇴

하림 김홍국 회장/하림 익산 본사 신사옥[사진=연합뉴스]
하림 김홍국 회장/하림 익산 본사 신사옥[사진=연합뉴스]

육계 산업으로 재계 순위 31위에 오른 하림 그룹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최대 주주인 (주)올품에 부당 지원을 한 혐의로 최근 공정위에서 49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주)올품은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하림그룹의 완전 자회사다.

하림은 지난 1990년 법인 설립 이후 계육 가공식품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등 국내 닭고기 생산 1위 기업이다. 그러나 식품 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섰지만 잇따른 공정위 철퇴로 기업 이미지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의 계열사인 (주)선진, 제일사료(주), (주)팜스코 등 3개사는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 방식을 종전의 각사별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 통합 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지난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거래상 역할이 사실상 없는 올품에게 구매 대금의 약 3%를 중간 마진으로 챙겨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팜스코,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 등 5개사는 동물약품 구매방식을 계열농장 각자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서만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올품에 동물약품을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 줬다는 것.

아울러 제일홀딩스(주)(현 하림지주)는 지난 2013년 1월 보유하고 있던 올품 주식 100%를 한국 썸벧판매(현 올품)에 낮은 가격에 매각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처럼 올품이 하림 그룹 계열사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그룹 차원의 내부 거래 행위는 김준영 대표의 올품을 중심으로 한 소유집중, 경쟁력과 무관하게 그룹 내 사업상 지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 집중을 발생시킨 우려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공정위는 지난 10월 27일 올품을 부당지원한 이들 하림 계열사들에게 총 38억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계열사의 지원을 받은 올품에 10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보다 앞서 같은 달 6일에는 하림과 계열사 올품에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총 130억 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그룹 차원에서 지난 2010년부터 경영권 승계 방안으로 그룹 총수의 장남 김준영 대표에게 법인을 증여하는 방안의 일환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후 2011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와 한국썸벧(현 한국인베스트먼트)를 지주회사 체제 밖에 존치시키면서 이들 회사들을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려 놓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

장남 김준영, 하림지주 지분구조 상 최대주주

김홍국 회장은 지난 2012년 장남 김준영 대표에게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한국썸벧판매(2013년 올품으로 사명 변경) 지분 100%를 증여한 상태다. 이로써 김준영 씨는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의 최대 지분 보유자로 올라섰다.

공정위는 “올품이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됨에 따라 하림그룹에서는 올품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 강화하려는 유인 구조가 형성됐다”고 단정했다.

올품이 지주사인 하림지주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로 하림지주는 김 회장이 지분 22.95%를 보유해 최대 주주지만 올품(4.36)과 올품의 100%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20.25%) 지분을 합하면 준영씨의 지분은 24.61%로 올라간다.

공정위는 결국 김 회장이 2012년 비상장회사 ‘올품’ 지분을 아들에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회장 아들 지분이 100%인 올품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700억∼800억원 대의 계열사 일감을 받아 덩치를 키웠고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하림지주의 지분을 4.3% 보유, 지주회사가 아니라 체제 밖 계열사가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올품은 또 2016년 유상감자를 해 회장 아들이 보유한 주식 가운데 보통주 6만2천500주를 주당 16만원(총 100억원)에 사들여 소각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하림그룹의 계열사인 올품 본사와 서울사무실 등을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곧이어 또다른 계열사인 팜스코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가 지난 달 하림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조사된 내용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재벌 문제 종합선물세트”

한양대 경영학부 이창민 교수는 지난 달 24일 방송된 TBS 라디오 방송에서 “하림 문제를 쭉 보면 재벌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다 보여주고 있다.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을 했다”라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재벌 총수는 공정위에서 지정을 한다. 동일인(총수)는 아직 아버지(김홍국 회장)이지만 저희가 계산을 해보면 장남한테 지분 승계는 거의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2년도에 (김준영 대표에) 올품 회사 지분 100%를 이미 증여를 했다. 올품 지분 100%를 갖고 있으니까 김 대표와 (올품이) 한 몸이지 않나. 거기다 일감 몰아주면 재벌 총수에 이득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하림지주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정위 조사 결과와 관련해) 전혀 인정하지 않으며 사실이 아니다. 일감을 몰아준 적이 없다. 의결서(판결문)을 받아보고 분석해서 다음 스텝을 진행하겠다”며 공정위의 처분에 따라 추후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

또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서도 “공정위의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주)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루져 매우 아쉽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하림의 입장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2017년부터 참고인 조사를 포함해 몇 차례 조사했다. 저희는 관련 증거나 증언에 기반해 판단한 것이고 공정위 전원회의 심사를 거쳤다. 하림 측이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재판에 참여 하겠다”고 전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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