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 현대·기아 등 제조사에 의견 전달…조만간 여부·수위 결정
전문정비업계 “다른 부품은 위험?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한시켜”
전문가 “‘호환성 있는 제품 사용 가능’ 등 포지티브 표기방식 바람직”
“순정품 안쓰면 고장납니다”, “싼 대체부품 쓰면 고장날 수 있어요.”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제작사들이 순정부품을 쓰지 않으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표시광고를 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동차 매뉴얼이나 취급설명서에 부품 교환 시 ‘순정품을 사용해야 안전하다’고 표시하는 것은 순정품만 안전하다는 오해를 불러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자동차전문정비업계에 따르면, 2015년 ‘대체부품인증제’가 시행되면서 정부의 지원 하에 대체부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완성차 제작사의 순정품 광고에 눌려 부정품처럼 오인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완성차 제작사가 ‘순정품’이라는 단어를 사용, 대체부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해 왔다”면서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올바른 판단을 해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은 동등한 대체부품을 소비자가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용 소모성 부품은 보통 신품, 대체부품, 재생품으로 나뉜다. 순정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며 대체부품은 신품 가격의 60~70% 정도지만 품질상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이번 공정위의 제재가 확정돼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부품을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체부품 인증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품, 일명 ‘순정품’을 대체하는 제품의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이다. 소비자의 부품비용을 절감하고 부품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도로 2015년 시행됐다.
이 때부터 대체부품과 순정품 논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5년 대체부품 인증제가 시행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활성화 대책을 펴왔다. 2018년에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 손해담보에 가입한 소비자가 인증대체부품으로 수리하면 OEM 부품 가격의 25%를 소비자에게 환급하는 특별약관도 도입했다. 그러나 대체부품 활성화에는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전문정비업계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순정품’ 프레임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자사 부품만이 정품인 것처럼 호도해 소비자의 선택을 저해하고 대체부품 인증제의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의 차량 취급설명서에 기재된 순정품 설명은 문제가 있다. 제작사가 인증대체부품과 OEM 방식으로 개별부품업체에 생산을 맡긴 부품에 품질 차이가 없는데도 자사의 ‘순정품’만을 사용해야 하는 식으로 표기한 것은 소비자가 오인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 측은 “글로벌 완성차 제작사들 모두 안전 차원에서 제작차량에 최적화된부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완성차 제작사에 ‘표시광고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해당 기업에 제재 의견을 전달했고, 조만간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쓰는 순정부품은 대부분 현대모비스에서 공급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주문자상표부착’, 이른바 OEM 방식으로 개별 부품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사실 순정부품 가격이 실제로 생산하는 업체에서 바로 샀을 때와 비교할 때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비스는 현대·기아로부터 위탁받아 AS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신차 부품과 같은 제품이기에 모비스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모비스는 대단위 물류센터와 네트워크망을 갖추고 고객에게 최상의 부품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으므로 가격면에서는 다소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덕대 이호근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사 제품을 써야 안전하다고 표기하는 네거티브 표기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정품이 아니면 위험하다고 오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면서 “네거티브 표기방식보다는 ‘호환성 있는 제품과 대체부품 등을 사용해도 무방하나 불법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등의 포지티브 방식의 표현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