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구금반대 시위가 폭동으로 확산…6명 사망·489명 체포
LG전자 “인명피해 없으나 물적 피해 파악 어려워”
코로나19 인한 ‘봉쇄령 장기화’도 폭동의 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정부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면서 약탈과 방화가 난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의 생산시설과 물류창고가 전소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사건의 발단은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함께 촉발된 대규모 폭동이 수도권까지 번지면서부터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2009∼2018) 자신의 부패혐의 조사를 위한 사법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헌재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구금됐고, 최고 법정인 헌법재판소에서 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 형을 받고 지난 2일 수감된 주마 전 대통령이 헌재에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낸 신청에 대한 심리는 12일 시작됐다. 그러나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가 정치적 이유로 구금됐다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고 급기야 군부대가 긴급 배치되기에 이르렀다.
12일(현지시간) eNCA방송과 AFP 통신 등은 “시위는 나흘 전부터 주로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다가 지난 주말 경제 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로도 확산했다”면서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에서 4명, 콰줄루나탈에서 2명 등 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올해 79세인 주마 전 대통령은 과거 백인 정권의 흑인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투쟁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인이다. 그는 흑인차별 반대 정당인 ANC에 몸담았다가 옥살이를 했으며 2009년 대통령에 올라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장기 집권이후 부패 의혹이 숱하게 제기됐으나 집권당 ANC 저지로 수차례 탄핵 위기를 넘긴 그는 반부패 조사위원회의 출석을 거부하다가 법정 모독 혐의로 15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7일 체포 직전 경찰에 자진 출석한 이후 주마 전 대통령은 교정 시설에 구금 중이다.
지난 주말 요하네스버그와 콰줄루나탈에서는 수십 대의 차가 폭동 중 전소됐다. 요하네스버그 시위대는 대중교통을 가로막은 체 도심에 바리케이드를 쳐 통근자 수만 명의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또한 마트 등에 대한 약탈은 남서부 휴양도시 케이프타운 외곽까지 번져 은행과 상점 등이 영업을 중단했다. 이들 지역에서 상점 수십 곳이 폭도들에게 털렸고 콰줄루나탈주의 주도인 피터마리츠버그에선 한 대형 쇼핑몰의 지붕이 큰 화염에 휩싸였으며, 요하네스버그에서도 한 대형마트가 약탈당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됐다.
남아공 국방군은 언론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경찰 등 사법 집행 기관을 보조하고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하우텡과 콰줄루나탈에 병력을 배치하는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남아공 당국은 지금까지 폭동·방화·약탈 등을 벌인 혐의로 489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반 산업단지 내 LG공장은 이날 새벽 무장 폭도들의 습격에 의해 전자제품 약탈을 당했고, 오후 습격으로 공장에 방화가 일어나 전소됐다. 이 사업장의 근무인원은 약 100명이며 1개의 생산라인으로 TV와 모니터를 남아공 현지에 공급·판매해왔다.
LG측은 “이날 새벽에 폭도들이 제품·장비·자재를 약탈했고 오후에는 방화로 인해 생산시설과 물류창고가 전소됐으나 인명피해는 없다”면서 “현장 접근이 어려운 까닭에 물적피해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고 전했다. LG 관계자는 “대사관에 사건 발생을 알리고 현지 정부·경찰·소방 당국까지 연락해 경력 투입과 함께 진화를 요청했지만 시위대가 현장에 있는 관계로 소방대 투입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교민 사회 관계자는 “방화된 공장 출입이 어려워 정확한 물적 피해 집계가 안되는 상황”이라면서 “현지 경찰력이 거의 와해된 지경이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외 또 다른 더반 한인 업체도 이날 오전 약탈 피해를 당했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은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현지 당국과 협업 중이라며 당분간 더반 지역 등에서의 이동자제 및 영업중단을 당부했다.
지난 11일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델타 변이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3차 확산에 따라 제4단계 봉쇄령을 2주간 추가연장 및 폭력 시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경고했다. 현재 남아공 실얼륩은 32.6%에 달한 가운데 이번 약탈 사태는 봉쇄령 장기화에 따른 주민 생활고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