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6개 플랫폼 사업자 312개 프로젝트 심사
“ 자체 심사기준 강화하고 본연의 보상형 펀딩 운영해야”
A씨는 2019년 10월14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렌즈세척기를 펀딩했고 해당 펀딩이 성공해 대금 6만 2000원이 결제됐다. 이후 발송예정일이 10월25일에서 11월11일로 17일 지연됐다. 2차 발송예정일에도 발송되지 않아 환급을 요구했으나 계속해서 배송이 예약돼 있었다.
B씨는 2019년 8월22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코트를 펀딩했고 해당 펀딩이 성공해 대금 20만 1000원이 결제됐다. 이후 코트 수령일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크라우드 펀딩 특성상 환급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C씨는 2018년 11월8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펀딩했고, 해당 펀딩이 성공해 12월3일 대금 12만 3900원이 결제됐다. 2019년 1월27일 제품을 수령한 후 음질·주파수 방해 등 여러 하자가 있어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교환만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기성품 보상에 ‘무조건 보상’까지
새로운 상품 등에 투자하고 연관 재화를 보상으로 제공받는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나 소비자 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보상형 크라우딩 펀딩이란 플랫폼 사업자는 자체 ‘펀딩 심사기준’을 충족한 메이커(자금수요자)의 프로젝트를 플랫폼에 개설하고, 서포터(자금공급자)가 프로젝트에 투자해 목표 금액 도달에 성공하는 경우에 메이커가 관련 재화를 서포터에게 보상으로 제공하는 펀딩을 의미한다.
특히 새로운 상품이 아닌 온라인 통신판매와 유사하게 ‘시중에 이미 있는 제품’을 펀딩하거나 무조건 배상해주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해 본래의 취지와 벗어나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한 소비자피해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소비자상담 건수는 976건,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64건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 신청 64건 중 ‘배송지연’이 20건(31.3%)으로 가장 많았고 ‘단순변심 취소 요청’ 15건(23.4%), ‘품질 불량’ 14건(21.9%) 등이 뒤를 이었다.
아그래, 오마이컴퍼니, 와디즈, 텀블벅, 크라우디, 해피빈 등 6개 플랫폼 사업자의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312개를 조사한 결과 143개(45.8%)의 프로젝트에서 기성품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그래, 오마이컴퍼니 등 2개 플랫폼은 프로젝트 목표금액에 미달해도 보상을 제공하는 ‘무조건 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자 있거나 배송 지연돼도 후원금 환급받기 어려워
한국소비자원이 아그래·아시아크라우드·오마이컴퍼니·오픈트레이드·와디즈·위비크라우드·크라우디·텀블벅·펀딩포유·해피빈 등 총 10개 사업자 플랫폼 약관 및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312개를 살펴본 결과, 보상으로 받은 제품이 하자가 있어도 환급받기 어렵고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10개 중 8개는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는 단순변심에 따른 취소가 불가능했다. 아그래·위비크라우드 2개 플랫폼만 상품 수령 후 또는 프로젝트 종료 후 7일 이내에 취소가 가능했다.
312개 프로젝트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취소 관련 약관을 조사한 결과, 271개(86.9%)는 별도 규정이 없거나 환급이 불가했다.
보상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표시·광고와 상이한 경우 대금 환급이 가능한 플랫폼은 아그래·와디즈·해피빈 3개였고, 나머지 7개 업체는 관련된 약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312개 프로젝트 개별 약관 중 309개(99.0%)는 별도 환급 관련 규정이 없거나 ‘구입 후 10일 이내 환급’ 등으로 규정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기간보다 불리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재화 등이 표시·광고의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보상 제공이 지연되는 경우에 와디즈 1개 플랫폼은 환급 신청이 가능했으나 나머지 9개 플랫폼은 배송지연 시 환급에 대한 약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312개 프로젝트 개별 약관을 조사한 결과, 106개(34.0%)가 플랫폼과 프로젝트 모두 배송지연과 관련한 환급약관이 없거나 배송지연 시 안내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이 온라인 쇼핑과 유사”
최근 1년간 2회 이상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이 온라인 쇼핑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고 생각하는지 설문한 결과, 매우 유사하다 4.2%, 대체로 유사하다 61.6%를 합쳐 65.8%(329명)가 유사하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쇼핑과 유사하다고 응답한 이유로는 ‘공동구매 또는 사전주문 형태와 비슷해서’가 167명(50.8%)으로 가장 많있다. 뒤이어 ‘기성품이 있어서’ 74명(22.5%), ‘보상이 무조건 제공되는 경우가 있어서’ 62명(18.8%)의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업자에게 기성품이 아닌 신상품에 투자하는 본연의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운영되도록 자체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기성품을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경우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과 구별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등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약관을 개선하도록 사업자에 권고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