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수리비 증빙자료 소비자에게 제공토록 개선 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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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0년 10월 3일 인터넷으로 자동차 대여계약을 체결하고 예약금 52만 8000원을 계좌이체했다. 이용가능한 예정일은 2021년 2월 12일 12시부터 2021년 2월 15일 오후 2시까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렌터카 이용이 어려울 것 같아 2020년 12월 8일 계약을 취소하고 사업자로부터 영업일 기준 5~7일 후 환급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12월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B씨는 2020년 8월 18일 렌터카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33만 2800원을 지불했다. 8월28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용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8월 22일 해약을 요구하자 수수료로 50%를 공제하고 16만 6400원만 환급받았다.

C씨는 2021년 1월1일 더뉴그랜드스타렉스 차량을 대여해 운행 중 운전미숙으로 가드레일과 충돌했다. 이로 인해 보조석 측면 차체가 훼손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사업자가 면책금 10만원과 수리기간 10일에 대한 휴차 보상금 45만원을 요구했다. C씨는 휴차료에 대해 1일 4만 5000원은 부당하므로 실제 1일 대여료 3만 1000원으로 산정하고 대여기간 만료 2일 전 반납했으므로 휴차료 산정에서 이 기간을 제외해주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사업자가 거절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사고나면 수리비·면책금·휴차료 등 과다요구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해외여행 제한으로 국내 여행이 증가했다. 이에 렌터카 수요도 늘면서 관련 소비자피해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렌터카 사고 처리비용을 과다 청구하고, 예약 취소 시 계약금을 환급하지 않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접수된 렌터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871건을 분석한 결과, 신청 건수가 2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가 유행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3.9%나 급증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줄어들면서 국내여행이 많아지고 이에 따른 렌터카 수요도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유형은 ‘차량 사고 관련 비용 과다 청구’다. 사업자가 소비자에계 렌터카 수리비, 면책금, 휴차료 등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사례가 40.6%(354건)로 가장 피해가 컸다.

특히 2020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른 예약 취소 시 계약금을 환급해주지 않거나 위약금을 과다 청구하는 등의 ‘계약 관련’ 피해가 43.9%(150건)로 가장 많았다.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거래조사팀 송선덕 팀장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소비자의 사정에 의한 대여예약 취소 시 사용개시일시로부터 24시간 전에 통보하는 경우 예약금 전액을 환급하고, 24시간 이내 취소 통보 시 대여예정 요금의 10%를 공제 후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부 렌터카 업체에서 이보다 과다한 환급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소비자 “렌터카 수리견적서 받기 원해”

소비자들은 렌터카 차량사고로 수리에 들어갈 경우 사업자로부터 수리견적서 또는 정비명세서를 받기 원했다.

렌터카 운행 중 사고 등으로 차량을 수리해야 할 경우 과다한 수리비 청구를 막기 위해 수리내역에 대한 증빙자료가 필요하다.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차량사고 발생 시 사업자로부터 받고 싶은 증빙자료로 60.1%(315명)가 수리견적서를, 38.4%(201명)는 정비명세서를 원했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는 “렌터카를 수리하는 경우 사전에 예상비용을 고객에게 통지하고, 수리 후에는 소요된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합니다”라고만 돼 있어 수리내역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토록 관련 내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또 렌터카 사고 경험자 50명 중 차량 수리기간 동안 운행하지 못한 영업 손실 배상에 해당하는 휴차료를 지불한 소비자는 56.0%(28명)였다. 이 중 휴차료 산정기준이 ‘기준대여요금’이었다는 응답이 60.7%(17명)로 가장 많았고, ‘정상요금’이 35.7%(10명), ‘실제대여요금’은 3.6%(1명) 순이었다.

기준대여요금은 차량 모델별로 정해 둔 시세에 따른 대여요금으로 실제대여요금보다 비싸다.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는 휴차료 산정 시 대여요금은 일일대여요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다수의 렌터카 사업자들이 실제대여요금보다 비싼 기준대여요금이나 정상요금

최근 1년 이내에 단기 렌터카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2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소비자의 9.5%(50명)가 렌터카 차량 사고 발생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의 사고 경험률이 각각 15.6%와 15.5%로 비교적 높았고, 40대 9.4%, 50대 4.3% 순이었다. 젊은층의 사고율이 더 높아 교통안전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렌터카 이용자 81.8% “대리운전 허용해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하면 렌터카 운전자가 주취, 신체부상 등의 사유로 직접 운전이 불가능한 경우 대리운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는 계약서 상 운전자 이외 자의 운전을 금지함과 동시에 차량사고 발생 시 자동차보험 등을 통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렌터카 이용자 81.1%(425명)가 신체부상 등으로 직접운전이 불가능한 상황 발생 시 대리운전 허용이 ’필요‘ 또는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송선덕 팀장은 “소비자의 안전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제한적으로 대리운전의 허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렌터카 수리비 증빙자료 제공 및 대리운전 허용 등을 위한 ‘자동차대여표준약관’ 개정을 건의했다. 또 렌터카 업계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계약금 환급 및 적정 위약금 청구 ▲실제대여요금을 기준으로 한 휴차료 산정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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