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국택배노동조합 파업 찬반투표…조합원 92.3%가 ‘찬성’
서울복합물류센터서 결의대회…“분류작업 택배사가 책임져야”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9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다. 택배기사에게 부과된 분류작업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쟁의권을 가진 조합원 규모가 크지 않아서 택배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택배업계 노사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택배노동조합은 9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택배 노사 간 사회적 합의가 불발되자 쟁의권을 가진 조합원은 9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은 오전 9시 출근·11시 배송 출발하기로 결의했다. 

택배노조는 9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합물류센터에서 노조원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택배노조는 “택배 회사들은 ‘공짜 노동’인 분류 작업을 책임지고 과로사 방지 대책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파업 찬반투표는 조합원 5,3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찬성률이 무려 92.3%(4,901표)였다. 

택배노조의 총파업에 대해 택배업체들은 그 영향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택배업계에서는 일부 배송 차질은 있겠지만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규모가 크지 않고 직영 택배기사 투입 등도 가능한 만큼 전국적인 ‘택배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업계는 택배노조가 실제 강도 높은 파업을 벌이면 직고용하는 회사 소속 택배기사나 관리직 인력을 현장 배치하는 등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직영 택배기사가 1000명 정도다. 우정사업본부는 배송 지연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택배 배송에 집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7~8일 진행했던 분류 거부와 9시 출근 단체행동에도 전체적으로는 실제 참여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물류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파업으로 쌓여있는 택배물품들. 연합뉴스
파업으로 쌓여있는 택배물품들. 연합뉴스

이번 파업은 지난 6월3일부터 예견됐다. 진보당과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3일 CJ대한통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6월2∼3일 전국 택배노동자 1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7%(1005명)가 여전히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별도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택배기사가 전적으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는 경우도 30.2%(304명)에 달했다.

노조는 “택배기사 과로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을 택배사 책임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가 타결된 지 4개월여가 지났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택배사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 택배사가 불참한 것도 화근이 됐다. 지난 2월 정부·택배사·택배노조 등 1차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 이어 6월7일 2차 회의가 있었으나 우정사업본부 등 일부 택배사가 불참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7일부터 ‘9시 출근·11시 배송출발’ 지연출근 투쟁에 들어갔다.

노조는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CJ대한통운은 4월 택배 요금을 250원 인상했고 이로 인해 1∼2월 대비 5월 요금이 150원가량 올랐으나 노동자 수수료는 8원만 증가했다”면서 “요금 인상 이득 대부분이 택배사의 초과 이윤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택배사들은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과로사 대책 시행의 유예기간을 또다시 1년을 두자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택배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지고 과로사 방지 대책을 즉각 이행할 것”으로 요구했다.

노조는 파업을 하면서도 앞으로 진행될 교섭에는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 사회적합의 기구 회의는 오는 15∼16일로 예정돼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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