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심성보 생활안전팀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시장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샐러드나 냉동만두와 같이 온도관리가 중요한 식품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아이스팩의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스팩의 냉매로 주로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인 고흡수성수지는 자연분해가 되지 않고 재활용도 어려워 매립 또는 하수구를 통해 배출될 경우 직접적인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AP로 불리는 고흡수성수지(super absorvent plymer)는 다량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고분자 화합물로 물과 결합하면 얼음에 비해 냉기 지속성이 뛰어나 아이스팩 냉매로 사용된다.  

한국소비자원은 환경부와 함께 국내 32개 주요 유통사를 대상으로 냉장ㆍ냉동식품을 직접 구입해 아이스팩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냉매로 사용되는 고흡수성수지를 물ㆍ전분 등과 같은 친환경 소재로 전환시키기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아이스팩 재사용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실제로 온라인으로 구입한 식품에 동봉된 아이스팩 57개 중 친환경 아이스팩(35개, 61.4%)의 비율이 더 높았다.

하지만 여전히 38.6%(22개)의 아이스팩에 고흡수성수지가 사용되고 있어 조사대상 32개 기업에 유선면접 방식으로 친환경 아이스팩 전환 계획을 질의한 결과, 답변한 17개 기업 중 12개 기업만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완전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그 중 아이스팩을 가장 많이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대형 e-커머스 기업들은 입점업체가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아이스팩을 일괄하여 관리하기 어렵고,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교체할 때 추가되는 비용(단가차이 23원/개)을 각 입점업체가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친환경 아이스팩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환경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 가격이 개당 105원인 반면 친환경 아이스팩 가격은 약 128원이었다.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친환경 아이스팩을 사용하는 판매ㆍ유통 기업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여 환경친화적 소비문화를 확산시키고 정책적으로는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전환하는 비용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과 친환경 아이스팩의 판매단가 격차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한국소비자원은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에 대한 폐기물 부담금 부과를 환경부에 요청하였고, 환경부는 폐기물 부담금 부과 품목에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을 포함시켜 2022년 출고ㆍ수입분부터 94원(300g 기준)의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원 심성보 생활안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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