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마켓컬리와 네이버웹툰 등이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노린다.

마켓컬리를 비롯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야놀자 등은 비상장 시장에서 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이다. 쿠팡이 올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86조원대 시가총액을 자랑하자 마켓컬리 등도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지며 미국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을 검토 중인 유니콘 기업들의 행보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까지 행선지로 고려해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 중이다. 쿠팡의 NYSE 입성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이다. 잘 나가도 적자기업일뿐이라던 시선도 쿠팡의 NYSE 상장 이후 바뀌고 있다. 

컬리 김슬아  대표 
컬리 김슬아 대표 

컬리 외국계 IB에 주관사 맡겨

이 가운데서도 미국 상장을 가장 발 빠르게 준비 중인 곳은 마켓컬리다. 2017년 말 삼성증권과 맺은 주관 계약을 해지한 마켓켈리는 지난달 말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 등 외국계 IB로만 상장 주관사단으로 꾸렸다.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연내로 마켓컬리가 뉴욕증권거래소 입성을 추진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지난달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쿠팡처럼 올해 중 미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염두에 두고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마켓컬리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김슬아 대표가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처럼 차등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 증시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컬리 관계자는 “컬리는 한국법을 적용받는 국내 법인이어서 미 증시에 상장해도 차등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마켓컬리 창업자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6.67%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전체 3037만 6633주 가운데 202만 6755주를 보유하고 있다. 컬리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면 DST글로벌과 세쿼이아캐피털·힐하우스캐피털 등 외국계 VC의 지분이 50%를 넘는다.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

1.6억 유저 자랑하는 네이버웹툰

컬리와 마찬가지로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인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처음 판매했던 달러화 표시 채권발행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12월 한국에 있던 본사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옮겨갔다. 올 1월에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억 달러(6700억원)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왓패드는 월간 사용자수(MAU) 9000만명을 지닌 세계 1위 웹소설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월간 사용자수 7200만명)과 왓패드를 통해 약 1억 6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가 됐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로 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CFO는 “네이버웹툰이 당장 추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내 사업이 좀 더 안착하고 미국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면 상장을 검토할 수도 있다”면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자산을 보완하기 위해 유능한 파트너도 만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CFO는 지난달 5억달러 규모의 외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에 이어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의 행보는 지난달 쿠팡이 미국 나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기업들이 전 세계로 확장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이에 대한 자금을 제공하려는 투자자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관측했다.

카카오엔터 내년 뉴욕증시 목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쿠팡에 이어 내년 뉴욕 증시 상장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 이진수 대표는 12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쿠팡의 성공은 카카오엔터와 같이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면서 내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웹툰과 웹소설을 비롯해 영화‧음악‧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전반을 망라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 가치가 178억 달러(약 20조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 대표는 내년 상장에 앞서 올해만 국내외를 아울러 1조원(8억 89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공개했는데 이 중 미국의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 미디어와 온라인 소설 앱인 래디쉬 등의 인수가 포함되어 있다.

이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카카오 웹툰 플랫폼을 전 세계에 구축하는 것이며 현재 목표의 10%가량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야놀자CI 사진=야놀자
야놀자CI 사진=야놀자

야놀자 한국증시냐, 미국증시냐?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 또한 국내외 주식시장에 이중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미국 증시 진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블룸버그에 의하면 야놀자는 40억달러(약 4조5160억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공개(IPO) 규모와 장소(증권시장) 등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야놀자가 해외 증시에 눈을 돌린 것은 쿠팡 효과가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야놀자는 “해외 상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해외 상장 여부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야놀자는 상장 추진 초기부터 기업가치를 가장 잘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과정에서 SK하이닉스와 맞먹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스타트업 사이에서 해외시장 상장에 대한 매력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평가와 달리 해외 증시에선 야놀자의 기업가치가 9조~1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상장 가능성에 야놀자는 장외시장에서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30만원대에서 거래되다 무상증자 직전인 올해 2월 말 110만원으로 267% 상승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역량과 솔루션 기술력을 토대로 야놀자가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인만큼 국내 상장과 해외 상장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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