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51.1% vs ‘불필요’ 38.3%
식약처 “AZ·얀센 백신 절차로 검증할 것”
여론조사 결과 국민 50%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러시아 백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안정성에 대한 우려보다 정부의 백신 확보에 대한 걱정이 큰 셈이다.
리얼미터는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23일)한 결과 ‘러시아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1.1%로 과반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38.3%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10.6%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50대와 40대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57.8%와 57.2%로 우세했다. 이와 달리 ▲60대는 필요 44.1%, 불필요 40.4%와 ▲70세 이상은 필요 43.9%, 불필요 39.3% ▲20대는 필요 48.8%, 불필요 40.0% 등 팽팽한 찬반 여론이 집계됐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 성향자의 65.6%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보수 성향자의 43.9%, 중도 성향자는 46.4%만 ‘필요하다’고 응답해 ‘불필요하다’는 답변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이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Sputnik V) 도입을 검토하면서 의약품 허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외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한국코러스도 스푸트니크 V의 국내 도입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스푸트니크 V의 국내 도입을 반대 여론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 V의 대규모 임상시험 및 실제 인구 접종 자료와 이상반응 감시 자료가 학계 및 대중에 공개돼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맞은 사람은 백신 전체의 15%로에 해당된다. AZ(75%), 화이자(44%), 모더나(22%) 등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지난 2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 V 백신 임상 3상 결과 예방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내용이 실린 이후 실제 환자에 적용해 수집한 데이터인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백신을 긴급사용 승인한 러시아‧아르헨티나‧벨라루스‧미얀마‧멕시코 등이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백신 등을 접종 중인 국가만큼 면밀한 이상반응 감시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도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와 식약처 또한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페이스북에 “AZ·얀센 등 전달체 플랫폼 중 가장 안정적인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보였으나 안전성에서는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식약처 김상봉 바이오생약국장은 “식약처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쓸 의약품을 언론 보도나 국제 학술지 몇 개를 기반으로 허가를 내리는 건 아니다”면서 “아직 자료가 제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료가 부족하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한국코러스는 “국내 위탁생산을 맡은 러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밸리데이션’을 위한 배치(batch·생산분)를 러시아로 출항시켰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지난 3월 초부터 유럽 등지에서 AZ 백신 접종자에게서 희귀 혈전증이 발생했음에도 4월 초 동일한 플랫폼으로 제작된 얀센 백신에 대해 허가를 내렸었다. 이로 인해 AZ·얀센 백신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가 혈전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혈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식약처 김상봉 국장은 “허가 당시 희귀 혈전증과 얀센 백신 접종 간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자료에 제시된 임상시험이 이뤄졌던 시점도 몇 달 전 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 유전자를 재조합한 뒤 독성과 감염력을 제거한 아데노 바이러스에 넣어 체내에 주입하는 식으로 개발된 스푸트니크 V는 AZ 및 얀센 백신처럼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플랫폼 방식으로 됐다.
전문가들은 혈전이 전달체 백신 접종자에게서 드물지만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에 대해 플랫폼의 문제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는 백신 품목허가 시 개발자가 제출하는 품질 자료에서 희귀 혈전증을 다른 이상반응과 동등하게 검토할 예정으로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김 국장은 “혈전증 외에도 아나필락시스 등도 고려해야 한다. 스푸트니크 V 품목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기존과 같은 절차로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