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창업 후 56년간 이끌어

사진=농심
사진=농심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27일 오전 3시 38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이날까지 노환으로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워너해 치료를 받아왔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춘호 회장은 1930년 12월 1일 울산에서 태어났다. 1958년 대학교 졸업 후 일본에서 성공한 신 명예회장을 도와 제과사업을 시작했으나 1963년부터 독자적인 사업을 모색했다. 

신 회장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던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신 회장은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이어야 한다”면서 “값이 싸고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이후 1965년 롯데공업을 창업해 라면 사업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형인 신 명예회장과 갈라서며 롯데라는 이름을 버리고 농심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1980년대는 농심이 라면 왕국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던 신 회장의 황금기였다. 1982년 너구리와 사발면,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 1986년 신라면 등 지금까지 농심을 받치고 있는 슈퍼스타들이 모두 이 시기에 등장했다. 이 라면들은 지금까지 국내 라면 브랜드 판매 순위 1~5위권을 휩쓸고 있는 초장수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1982년 사발면 출시 시식회의 중인 신춘호 회장(가운데). 연합뉴스
1982년 사발면 출시 시식회의 중인 신춘호 회장(가운데). 연합뉴스

‘라면왕’이라고 불리는 신 회장에게 따라붙는 또 하나의 수식어는 바로 ‘작명왕’이다. 신라면 역시 자신의 성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농심 제과 부문의 최고 히트작이자 국내 최초의 스낵 제품인 새우깡 역시 신 회장이 직접 이름을 지었다. 막내딸의 발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깡’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깡 시리즈는 이후 감자깡, 양파깡 등으로 이어지며 제과 부문의 효자 상품이 됐다.

이밖에도 안성맞춤에서 이름을 따 온 안성탕면, 짜장면과 스파게티에서 영감을 얻은 짜파게티, 2010년대 최고 히트작인 짜왕 등 농심의 독특한 작명 센스는 대부분 신 회장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등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광고 문구 역시 신 회장이 내놓은 문구다. 

농심은 앞으로 신동원 부회장이 물려받아 2세 경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신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업계에서는 장남인 신 부회장이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 1979년 농심 입사 후 1997년 농심 대표이사, 2000년 부회장으로 승진해 아버지 곁에서 농심의 주요 업무를 챙겨 왔다. 승계 작업 역시 마무리 단계다. 신 부회장은 농심의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