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어 시총 3위…증권가 “국내선 불가능”
아마존 성장스토리 겪은 美 투자자들 ‘’긍정적
쿠팡 김범석 지분가치 6조 9천억원…손정의 비전펀드 6.6배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쿠팡의 공모가가 기업가치 70조원대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책정됐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국내 증시에 상장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쿠팡의 주식 공모가는 35달러(약 3만 9862원)로 쿠팡이 전날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32∼34달러)의 상단을 웃돈 금액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 8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연합뉴스

쿠팡의 주식 공모가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약 100조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3위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은 66조 4000억원, 4위인 NAVER는 61조 3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여의도 증권가에선 만약 쿠팡이 국내 상장을 추진했을 경우 기업가치가 미국에서처럼 높게 산정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쿠팡이 만약 국내 상장을 추진했더라면 70조원대 기업가치로는 평가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류현진 선수의 몸값이 국내 리그에서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다른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높은 평가가치를 부여받은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이 모이는 미국 증시의 규모 외에도 고성장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 차이가 더욱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래프=연합뉴스
그래프=연합뉴스

지난 10년간 미국 투자자들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성공하는 사례를 지켜본 터라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높은 평가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쿠팡이 아마존과 유사한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모델을 취하고 있는 점도 미국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의 큰 요인이다.

반면 국내에선 이익을 내지 못하는 신생 기업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한 사례가 드물기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관점을 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미국 투자자들은 아마존·알리바바 등의 성공 스토리를 많이 봐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가치 부여에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이 가능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상장 기업들이 적용받는 평가 잣대를 적용할 경우 쿠팡의 공모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 이지영 연구원은 “쿠팡이 35달러 이상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1년 추정 주가매출비율(PSR)를 3.7배로 추정하는데 같은 시점 아마존(3.3배), 이베이(3.2배), 알리바바(6.0배)의 주가매출비율을 고려할 때 이는 합리적인 수준이다”라고 판단했다.

삼성증권 정명지 투자정보팀장은 “쿠팡은 아마존과 사업모델이 닮았기 때문에 당장은 주가가 비싸 보이더라도 그 정도 가치는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공모가보다는 상장 후 며칠 지나 형성된 시장가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쿠팡의 주식 공모가에 따라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약 7조원으로 평가됐다. 11일 쿠팡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쿠팡 상장 신청서류에 따르면 쿠팡의 상장 후 지분율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33.1%, 그린옥스 16.6%, 닐 메타 16.6%, 김 의장 10.2% 등이다.

쿠팡 이사회 김범석 의장 사진=연합뉴스
쿠팡 이사회 김범석 의장 사진=연합뉴스

김 의장은 일반 주식(클래스 A 보통주)은 없지만 일반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가진 클래스 B 보통주 100%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 후 76.7%의 의결권을 차지하게 된다. 전체 클래스 A와 클래스 B 주식을 합한 주식 수는 총 17억 670여 만주로 이 중 김 의장 지분이 10.2%가 된다.

이에 따라 공모가 35달러를 적용하면 김 의장 보유 지분가치는 60억 9300만달러인 약 6조 9200억원 정도가 된다. 이는 유통되지 않는 클래스 B 주식을 총주식 수에 포함했을 때 계산한 결과로 정확한 지분 가치로 보기에는 어렵다. 김 의장은 클래스 B 주식을 클래스 A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의결권이 줄어든다.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가 갖는 지분 가치는 197억 7200만달러로 2015년과 2018년 총 30억달러를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약 6.6배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누렸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비전펀드가 주로 전자상거래나 콘텐츠 관련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을 고려하면 당장 투자 수익을 회수하기보다는 여러 사업 간 제휴와 협업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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