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특허소송 통해 제네릭약품 판매방해행위 제재한 ‘최초 사례’

대웅제약 본사
대웅제약 본사

위장약 ‘알비스’의 특허권자인 대웅제약이 경쟁 제네릭사인 파비스제약과 안국약품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허위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 경쟁업체의 판매를 방해한 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주)대웅제약 및 (주)대웅이 부당하게 특허권 침해 금지의 소송을 제기해 제네릭 약품의 판매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2억 9700만원을 부과했다. 또 공정위는 대웅제약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위장약 알비스의 특허권자인 대웅제약이 경쟁 제네릭사인 파비스제약의 시장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자사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인지하였음에도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 또 후속제품인 알비스D 특허출원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해 기만적으로 특허를 취득한 후, 안국약품에 대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해 제네릭 약품 판매를 방해한 혐의다.

‘제네릭’이란 신약으로 개발한 약이 특허기간이 만료돼 동일성분으로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약이다. 제형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약효 동등성이나 생동성 실험을 거쳐 생산되므로 약효는 본래의 약과 동일하다.

대웅제약은 오리지날 제약사(알비스·알비스D 제조·판매)이며, 파비스제약은 알비스 제네릭, 안국약품은 알비스D 제네릭을 제조·판매하는 제약사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경쟁사 판매활동, 조직적으로 방해

알비스는 대웅제약이 개발한 위장약으로 세 가지 약리유효성분인 비스무트, 라니티딘, 수크랄페이트로 구성된 복합제이다. 소화성 항궤양용제로도 불리우며, 위염‧위궤양‧십이지장궤양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2000년 6월 출시된 기본 제품 알비스와 2015년 2월 출시된 후속 개량 제품 알비스D가 있다. 대웅제약은 제품군과 관련해 원천특허 1개와 후속특허 2개를 등록했다.

대웅제약의 알비스 원천특허가 2013년 만료되자 경쟁사들도 제네릭을 본격적으로 개발해 시장에 진입했다. 대웅제약은 매출방어를 위해 후속제품인 알비스D를 2015년 2월 출시했다. 뒤이어 안국약품의 알비스D 제네릭도 발매됐다.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대웅제약은 제네릭 시장진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알비스와 알비스D 후속특허를 이용해 경쟁사에게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특허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되면 병원, 도매상 등의 거래처가 향후 판매중단 우려가 있는 제네릭으로 거래를 전환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파비스제약·안국약품 상대로 허위소송 제기

2014년 12월 대웅제약은 파비스제약의 제네릭이 알비스 제형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인지했음에도 제네릭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소송 제기 전에 파비스제품을 직접 수거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했지만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월에는 알비스D 특허출원 과정에서 생동성실험 데이터의 개수와 수치 등 핵심 데이터를 조작·제출해 특허를 등록했다. 그러나 특허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생동성실험 데이터가 부족해 특허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생동성실험이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최소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제품 발매일이 다가오자 대웅제약은 출원 당일 생동성실험 데이터를 3건에서 5건으로 늘리고 세부수치도 조작해 특허출원을 강행했다. 그리고 2월 안국약품의 제네릭이 출시되자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또 제기해 판매행위를 방해했다.

특히 대웅제약은 소송사실을 병원, 도매상 등의 거래처에 알려 소송에 걸린 제약사의 제품은 불안하다고 말하는 등 안국약품의 제품 판매를 소송이 진행된 21개월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 연합뉴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 연합뉴스

“특허권 남용행위 더욱 감시할 것”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 임경환 과장은 “특허권자의 부당한 특허침해소송은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해 소비자의 저렴한 의약품 선택권을 저해하는 위법한 행위이며, 특히 승소가능성이 없음에도 오로지 경쟁사 영업방해를 목적으로 위장소송를 제기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특허권 남용행위로 강력한 불공정행위에 속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부당한 특허소송 제기를 통해 경쟁사의 거래를 방해한 행위를 최초로 제재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공정위는 제약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하고 소비자의 저렴한 의약선택을 방해하는 특허권 남용행위에 대해 감시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임경환 과장은 “검찰에 고발하면 공정거래법 위반뿐 아니라 특허법 위반에 대해서도 검찰이 들여다보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전 윤재승 회장이 특허를 위한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거나 사후에라도 추인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해 개인을 고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은 대웅제약 홍보팀에 공정위 제재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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