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움직임에 적극 대응, 전기차용 부품과 경량화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시대로의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를 선두로 전기차, 수소차 등으로 친환경 모빌리티 체질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친환경 전동화 모델 판매비율을 글로벌 판매량의 10%로 끌어올리고 계획을 발표하고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11종을 포함해 23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글로벌 기준 연 100만대 판매를 선포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4일 “자동차업계의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맞춰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충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용 부품·경량화 소재 개발 확대
우선 현대제철은 전기차용 부품과 경량화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과 생산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체코 오스트라바시 핫스탬핑 공장에서 연간 340만장 규모의 고강도 차량부품소재를 생산해 현대자동차 체코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340만장은 차량 20만대 이상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특히 2019년부터 완성차 부품 현지화 대응과 글로벌 자동차강판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체코에 핫스탬핑 설비 2기, 블랭킹 설비(정해진 형상으로 코일을 절단하는 설비) 1기 준공에 착수했다. 당초 올 1월부터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차질 없이 완공해 생산을 앞당겼다.
현대제철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충남 예산공장에 22기, 울산공장에 2기의 핫스탬핑 라인을 보유해 핫스탬핑 분야에서 국내 최대 사업장을 구축하고 있다.
핫스탬핑은 950°C의 고온으로 가열된 철강소재를 금형에 넣고 프레스로 성형한 뒤 금형 내에서 급속 냉각시키는 공법이다. 이를 통해 가볍고 인장강도가 높은 초고장력강을 만들 수 있다. 다른 경량화 소재 대비 비용도 저렴하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스틸 배터리 케이스 개발도 완료했다. 중량을 낮추기 위해 초고장력강판을 적용했으며 내연성도 알루미늄보다 높아 안전성도 끌어올렸다.
현대제철은 현대차와의 협력 개발을 통한 자동차 부품의 혁신도 이끌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개발한 ’TWB 핫스탬핑 차체 부품용 1㎬ 소재‘가 대표적이다. 1㎬ 소재는 외부 충돌에 버티는 차량 뼈대 역할을 하는 ’센터필러‘를 만드는 데 쓰인다. ㎬는 재료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1㎬는 가로세로 1㎜ 크기 재료가 100㎏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강도로 기존 자동차 외부 판재보다 2~5배 강한 수준이다.
자동차 소재 신제품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사이드 아우터용 초고성형 (S-EDDQ급) 외판재, 세단용 열연 100K급 섀시 부품, 센터필러용 100K급 고인성 핫스탬핑강, 180K급 초고강도 Al-Si(알루미늄-실리콘) 도금 핫스탬핑강, 자동차 외판용 40K급 고장력강, 전기차 전용 스틸 배터리 케이스, 저항복비형 극저온인성 보증 유정관 등을 개발했다.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 특수강 개발·생산
현대제철은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에 적용되는 특수강 소재도 생산 중이다.
엔진, 변속기를 이루는 주요 부품 소재인 특수강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 대비 전기차의 대당 소요량이 약 40%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EGMP 적용 시 모터와 감속기에 적용되는 소요량이 늘어 전체적으로 약 20% 수준의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까지 총 266종의 자동차 강종을 개발 완료해 고객 맞춤형 고성능 강종 개발 및 인증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공급 강종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올해 45개의 강종을 추가 개발해 개발강종을 311종까지 늘리며 공급 가능한 자동차 강종 커버리지를 74%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차 연구 개발센터와의 실시간 협업 및 피드백이 자동차 소재를 개발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통해 미래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H-SOLUTIOM’ 브랜드로 친환경車 시장 선점
현대제철은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차와 전기차 소재 시장 공략을 위해 자동차 통합 솔루션을 개발했다.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자동차 전문 브랜드 H-솔루션(H-SOLUTION)을 선보였다. ‘H솔루션’은 자동차 소재와 응용기술을 적용한 고객맞춤형 자동차 솔루션 서비스다. 고장력강과 핫스탬핑 등 현대제철의 소재를 공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선제적으로 고객사 차량에 최적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단순하게 자동차용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사들이 차를 친환경적이면서도 가볍고 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게 현대제철의 구상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코로나 19 상황에도 지난해 총 4차례에 걸쳐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고객사와 비대면 온라인 H솔루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온라인 콘퍼런스는 ‘미래 자동차 소재의 전망’, ‘필러와이어 적용 TWB 핫스탬핑 용접기술’ 등 첨단 자동차 소재 및 기술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아 고객사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