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부 허위사실 인정되지만 식약처의 검증 부족 의심돼”
조씨만 뇌물공여로 벌금 500만원…일각 “대기업에 관대” 비난
1년 6개월 동안 이어온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 비리 의혹의 주역인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진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보사 의혹은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가 종양 재발 가능성이 있음에도 허위자료를 제출해 식약처로부터 인가를 받고 주식을 상장해 수천억원을 챙긴 대기업 비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권성수 김선희 임정엽 부장판사)는 19일 코오롱생명과학 이사 조모씨와 상무 김모씨의 위계공무집행방해·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일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자료에 기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인보사 품목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의 검증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인보사 2액 세포가 연골세포로서 특징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식약처 심사담당자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식약처가 추가 조사나 시험을 제안하거나 검토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벌백계해도 모자랄 판에 ‘식약처 검증이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바이오신약 개발과 관련된 비리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판결 기준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씨는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에게 약 200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임상개발팀장으로서 개발을 총괄했던 조씨와 바이오신약연구소장이었던 김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기 위해 인보사 성분에 대한 허위자료를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허위자료를 제출해 관계당국을 속인 사실을 인정하고도 상당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1심 판결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주사액으로,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후 2액의 형질전환 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적힌 연골 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 세포로 드러나 2019년 허가가 최종 취소됐다.
한편 법원의 ‘인보사 성분조작 무죄’ 선고로 코오롱생명과학 주식이 19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오후 2시4분 전일대비 6400원(29.84%) 상승한 2만 785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오후 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상승세가 급락했다. 이날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전일대비 450원(2.1%) 오른 2만 1900원에 마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