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1000만 명분 코로나19 백신을 계약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24일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1000만 명분 코로나19 백신을 계약했다. 연합뉴스
소비자경제 2020년 결산 ④제약바이오

딱 19일만 자유로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2020년 경자년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가득찼다. 학생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직장인조차 재택근무해야 할 지경이었다. 마스크 없이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한국사회를 금융과 식품유통, 부동산, 제약바이오, 전자통신, 소비자, 문화로 나눠서 조명한다. 

①금융 ②식품유통 ③부동산 ④제약바이오 ⑤전자통신 ⑥소비자 ⑦문화  

 

코로나19 팬데믹에 빠진 2020년 제약바이오업계는 인류를 구원할 희망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1월부터 전세계 제약바이오 업계는 입으로부터 전파되는 코로나를 막을 마스크를 제조하고 확진자를 가려낼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에 앞다퉈 나섰다. 코로나19라는 최악의 바이러스를 박멸할 ‘백신’ 개발에 전투적 역량을 투입했다. 결국 ‘백신’을 개발, 지난 12월7일 첫 접종을 실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이러한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받고 ‘주가폭등’이라는 특수를 누렸다. 대부분의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한 가운데 제약바이오업계는 급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 해결사로 진단키트 및 치료제 등도 주목받으며 국내외 수요가 늘어났다. 이제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 특수를 넘어 ‘희망’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면서  국민의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게 해줄 역할을 위임받게 됐다. 

마스크 품귀에 사재기까지

지난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마스크였다. 사람의 비말로부터 전파되는 코로나를 우선 막으려면 마스크가 필요했고 품귀현상에 사재기까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KF94 마스크 1매당 가격이 4000~5000원 이상으로 폭등했다.

정부는 2월말부터 공적마스크 제도를 시행, 마스크의 공평한(?) 보급에 나섰다. 약국 등을 공적마스크 판매처로 지정하고 요일마다 주민증록번호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5부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공적마스크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약국마다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행렬이 이어졌다.  1인당 구매를 2매로 제한한데다 공급받은 마스크 수량이 제한적이다보니 마스크를 더 달라는 막무가내형 고객부터 마스크를 왜 제대로 판매하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고객들로 전국 약국들이 곤혹을 치뤘다. 마스크 품귀 현상은 장병용 마스크까지 빼돌려 판매한 장교가 구속될 정도로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그러나 정부의 마스크 개발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마스크 구매 대란’은 6월부터 안정세를 회복했다. 이에 정부는 6월1일부터 마스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했던 마스크 5부제를 폐지하고 시장자율체제로 변경했다. 이후 공적마스크는 약국을 비롯 대형마트 등 어느 곳에서나 판매가 가능해졌다.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과 의료진이 만든 K-방역

코로나가 발발한 지 2개월여만에 국내도 위기가 찾아왔다. 2월18일 이후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급기야 2월29일에는 하루 확진자가 900명대를 넘어섰다. 대구발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면서 ‘신천지 공포’를 만들어냈다. 대구지역은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이 됐으며 ‘K-방역’의 모범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부는 정확하고 신속한 검체조사를 비롯해 자가격리 조치를 가속화하고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이에 2월에 시작된 신천지발 ‘1차 코로나 대유행’과 5월 이태원발 ‘2차 대유행’을 막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이 K-방역을 이끌어낸 요인으로 빠르고 투명한 정보 공개. 현장 의견수렵과 시스템 연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꼽는다.

우선 확진자에 검사체계의 우수성이 꼽힌다. 국내업체에서 개발한 진단키트는 하루만에 확진자를 알 수 있는 기술을 갖추면서 검사체계가 빨라졌다. 이에 신속한 자가격리 조치가 취해지고 방역의 틈을 막을 수 있었다. 또 통신·금융업계와의 협력으로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미리 대비할 수 있었던 시스템도 한몫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간다. 이는 정부의 권고 수칙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및 모임 참가 자제, 외출 자제, 재택근무 확대 등이 실시된다. 6월28일부터는 각종 거리두기의 명칭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통일되고,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과 방역조치의 강도에 따라 1∼3단계로 구분돼 시행했다. 그러다 11월1일 정부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지속가능한 방역체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됐다.

‘K-방역’ 주역은 모든 고통을 감내한 국민도  빼놓을 수 없다. 국민들은 정부의 코로나 방역정책에 따르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임을 자제하며 일상의 기쁨도 기꺼이 포기했다. 1년 가까이 가족과 친지는 물론 친구와의 만남도 자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서 불철주야 헌신하는 의료진도 ‘K-방역’의 주역으로 손꼽힌다. 전국 검사소 곳곳에서의 코로나 확진부터 자가격리, 치료 등에 의료진의 손길이 닫지 않는 곳이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월22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인천 셀트리온 2공장을 방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으로부터 치료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2월22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인천 셀트리온 2공장을 방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으로부터 치료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진단키트·치료제’ 국내외서 고공성장

코로나가 휩쓴 올해 제약바이오 업종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도주’로 떠올랐다. 내년에도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으로 보여 제약바이오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월6일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13조 8860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1위를 기록했다. 11월말 약 12조 6246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시총은 한 달새 1조 가량 늘어났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모두 상승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올해 실적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항체치료제 ‘CT-P59’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건부 승인 신청이 연내 이뤄질 예정이다. CT-P59가 합격점을 받는다면 내년 1월부터는 의료현장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씨젠’이 7조 2170억원을 기록해 2위를 기록했으며 에이치엘비(4조 8969억원)가 3위, 알테오젠(4조 6898억원)이 4위, 셀트리온제약(4조 859억원)이 5위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 혈장치료제를 개발을 놓고 국내 업체 간 경쟁도 뜨겁다.

GC녹십자는 연내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혈장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는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호이스타정’은 임상 2a상 시험 톱라인 결과에서 위약군 대비 빠른 치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 임상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종근당, 부광약품,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동화약품 등이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또 국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22개 업종 중 제약바이오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1위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업종 8개 기업의 매출액은 19.41%, 영업이익은 95.04% 증가했다. 가장 주목받는 진단키트 업체 씨젠은 올해 분자진단 시약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높아지면서 매출이 1년새 10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이미 연간 매출 1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해외 기술수출 성과도 괄목할만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9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총 14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기술수출 규모는 10조1488억원으로 지난해 8조5022억원보다 19% 늘었다. 기술수출뿐만 아니라 의약품 수출액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업 공개도 이어지고 있다. 상장 시장 대장주로 꼽히는 SK바이오팜에 이어 위더스제약·소마젠·SCM생명과학 등 총 17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내년에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국내 30호 신약 ‘케이캡정’을 통해 성장 중인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등도 상장한다.

렘데시비르부터 모더나까지

코로나 팬데믹의 끝이 보일까? 드디어 12월부터 영국, 미국 등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전 세계 제약업체들이 지난 1월 중국 우한발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면서 ‘백신’ 개발에 전력을 쏟은 지 거의 1년만이다. 그러나 백신이 보통 10여년의 개발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불과 1년만에 개발됨에 따라 아직까지 백신의 효과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FDA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 승인을 결정했다. 코로나 치료제로 첫 출발이다. 우리나라도 6월 렘데시비르에 대해 특례수입을 결정해 중증환자에 투여하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의 노력으로 백신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임상 3상 결과 약 95%의 예방효과를 보이고 있다. 일부 임상시험 참가자는 통증이나 발열 등의 부작용을 겪기는 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백신은 28일 간격으로 2회 투여한다. 화이자 백신은 6개월 보관을 위해 -80∼-60℃의 초저온 ‘콜드체인’(냉장유통)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 냉장유통인 2∼8℃ 에보관할 경우 5일이 한계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접종 중이다.

미국 정부의 거대 자금이 투입된 모더나의 mRNA-1273은 임상 1상서 항체 형성이라는 결과를 보였다. 이후 임상 3상 결과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4.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 백신은 영상 2~8℃에서 30일간 보관 가능하다.

영국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 백신은  한 달 간격으로 전체 용량을 1회 투여한 후 2741명의 피험자에서 예방 효과가 90%에 달했다. 전체 용량을 2회 투여한 8895명의 피험자에서는 백신의 예방 효과가 62%로 집계됐다. 평균 예방 효과는 약 70~90%다. 이 백신은 2회 접종이 필요하며 영상 2~8℃ 에서 6개월간 보관 가능하다.

존슨앤드존슨의 제약 자회사인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제품과 마찬가지로 보관과 유통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이 백신은 2∼8℃에서 6개월 보관할 수 있다. 바이알(병) 개봉 후 30℃까지의 실온에서 6시간 안에 사용하거나 냉장 보관은 48시간까지 가능해 기존 유통체계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중 유일하게 팬더믹 상황에서는 1회 접종한다.

정부는 내년 2~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얀센과 화이자 백신 등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내년 11월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세계 40개국은 1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8월14일 서울 여의도공원 도로에서 ‘의대정원 증원 반대’ 등을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8월14일 서울 여의도공원 도로에서 ‘의대정원 증원 반대’ 등을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로 소환된 ‘공공의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역발 코로나 확진자를 치료할 의료진이 없어 다른 지역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다시 거론됐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는 한의사를 합쳐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미치지 못한다. 지역별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서울은 3.1명이지만 세종 0.9명, 경북 1.4명, 울산 1.5명, 충남 1.5명 등 서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도 많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월23일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총 4000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문의 등은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도입 등을 규탄하며 8월21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대화를 원하는 정부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의를 비롯해 전국의 의사들이 가운을 벗고 병원을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의료공백을 야기하며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의사와 전공의들의 파업은 2주간 이어지다가 결국 정부와의 합의로 9월4일 마무리됐다.

정부는 의사협회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을 잠정 중단하고 국회 내 협의체를 만들어 재검토할 것을 합의했다. 이에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은 중단된 상태다.

‘보톡스 전쟁’

코로나 이외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전쟁’이었다. 미국 보톡스시장에 진출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서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당했다며 법적공방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2019년 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을 스스로 제조했다며 메디톡스의 음해라고 맞섰다.

ITC는 올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에 10년간 수입을 금한다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지난 12월7일 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에서 대웅제약 ‘나보타’의 21개월 수입금지를 명령,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예비판결에서 10년이었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수입금지 기간은 21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 항소도 준비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ITC가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므로 사실상 승소한 것이다”면서 “ITC의 21개월 수입 금지명령에 대해서는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경우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를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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