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줄인 계약직 전문가 사퇴 종용…자신 지인 외부전문가로 채용 ‘물의’
SH사장 시절, 구의역 피해자에 “걔(김군)만 조금 신경 썼으면 사고 안나”
​​​​​​​김은혜 의원 “공정과 정의를 저버린 변 후보자를 유의 깊게 지켜볼 것”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4주기를 앞두고 지난 5월23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앞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4주기를 앞두고 지난 5월23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앞에서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 SH 부채를 감축하는데 큰 기여를 한 마케팅 전문 계약직 직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취소하고 자신의 지인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SH는 송사에 휘말렸고 결국 패소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18일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 판결문을 인용하면서 “변 후보자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차별적 처우 및 인식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은 물론 공정과 정의의 기준에도 부합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3년 최초 마케팅실 외부전문가(계약직) 채용공고. 자료=김은혜 의원실
2013년 최초 마케팅실 외부전문가(계약직) 채용공고. 자료=김은혜 의원실

비정규직 사퇴 종용…공정·정의 저버려

김은혜 의원에 따르면, 변창흠 후보자가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SH는 2013년 1월31일 기준 부채가 12조 9835억원에 달했다. 이에 전임 SH 사장은 2013년 2월 마케팅 조직을 강화해서 택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부채를 감축하는 대책이 담긴 ‘마케팅 조직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채용하기로 하고 실적이 우수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주는 것을 방침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4일 SH는 ‘실적이 우수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마케팅 전문가 채용공고’를 냈다.

이후 SH는 채용 절차를 거쳐 총 7명의 마케팅 전문가를 비정규직으로 뽑았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공기업에서 비정규직 근무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채용 절차에 응하기도 했다.

특히 비정규직 중 A씨와 B씨는 SH 내에서도 우수사원으로 손꼽혔다. 이들의 연이은 매각 활동을 통해 2014년 4월 기준 SH의 부채가 10조 300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SH는 이들의 우수한 토지매각 실적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A씨는 두 차례, B씨는 네 차례 판매왕으로까지 선정됐다.

그러나 변 후보자는 2015년 3월6일 서울시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시의원의 질의에 무기계약전환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변 후보자의 SH는 실무진의 요구와 시의회의 질의에도 불구하고 4·5급 상당의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기존 업무를 이어가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비서나 홍보지원 등의 사무지원원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에 7명의 비정규직 중 2명은 이 같은 전환을 거부하고 소송에 돌입하게 된다.

1심에서는 SH가 이겼으나 항소심에서는 비정규직이 승소했다. SH는 대법원에 상고를 했으나 기각됐다. 당시 2심 재판부는 SH가 비정규직에게 지속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비슷한 시기에 변 후보자의 SH는 2015년 6월 이들을 사무지원원으로 전환과 계약해지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전문가 채용 공고를 올렸다. 당시 채용공고를 통해 변창흠 후보자의 제자인 C씨가 2015년 7월 채용됐다.

김은혜 의원은 “정규직과 일은 동등하게 하면서도 처우는 부당한 비정규직 문제는 공기업·부처의 수장으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약자인 비정규직 청년들에 대해 변 후보자가 공정과 정의를 져버린 사례를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6월30일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 회의록(구의역 사고 발언). 자료=김은혜 의원실
2016년 6월30일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 회의록(구의역 사고 발언). 자료=김은혜 의원실

구의역 김군 모욕…국민적 공분 일으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016년 5월 숨진 ‘구의역 김군’ 사고를 두고 김군 개인 과실로 일어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30일 개최된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 회의에서 구의역 김군 사고와 관련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규정하고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구의역 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드는 것이다“고 말해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는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등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김은혜 의원은 “변 후보자는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이 같은 변창흠 후보자의 SH사장 시절의 행보와 구의역 김군 관련 시각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했던 국정철학과 궤를 달리할 뿐 아니라 국민의 정서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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