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 수입 금지 명령”
대웅제약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승리 확신한다”
메디톡스 “대웅제약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혐의 밝혀져”
5년간에 걸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분쟁이 결국 메디톡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에서 대웅제약 ‘나보타’의 21개월 수입금지를 명령,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 항소도 준비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17일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ITC가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므로 사실상 승소한 것”이라면서 “ITC의 21개월 수입 금지명령에 대해서는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경우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ITC 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렸다. 다만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예비판결에서 10년이었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수입금지 기간은 21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ITC 위원회의 최종 판결이 나옴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웅제약 “균주전쟁에서 승리…거부권 가능성 높아”
대웅제약은 ITC 위원회가 예비판결을 뒤집었다고 보고 ‘사실상 승소’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ITC 위원회가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해 예비결정을 뒤집었으나 제조공정 기술 관련 잘못된 판단은 일부분 수용해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라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높다. 만약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더라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를 통해 최종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웅제약은 ITC의 나보타에 대한 21개월 수입금지 명령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ITC의 최종결정과 관련해 “수많은 미국 현지의 전문가, 학자 및 의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ITC 위원회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 엘러간의 독점 시장 보호를 위한 자국산업보호주의에 기반한 결과”라면서 “이는 미국의 공익과 소비자와 의료진의 선택권,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행정부와 항소법원이 이러한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대웅제약은 영업비밀 침해 없이 나보타를 자체 개발했음이 명백하므로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서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ITC 판결로 인해 나보타의 미국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지되더라도 연간매출에서의 나보타 미국 매출 비중은 현재 2% 미만이기에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는 미국 외에도 유럽, 캐나다, 아시아 등 많은 국가에서 판매승인을 받아 시판 중에 있다”면서 “R&D 성과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ITC 결정과 상관없이 글로벌 시장 확대사업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 “대웅제약, 허위주장에 도의적 책임도 져야”
메디톡스는 이번 결정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로 대웅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DWP-450)를 개발한 것임이 입증됐다”면서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수입금지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ITC 위원회는 최종판결문에서 ‘대웅 나보타의 21개월 수입 금지와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보유한 나보타 재고 중 어떤 것도 미국에서 21개월간 판매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심사 기간동안 나보타를 수입하거나 판매하려면 1바이알당 441달러의 공탁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당사 균주와 제조기술을 대웅제약이 도용했음이 명명백백한 진실로 밝혀졌다”면서 “대웅제약은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오랜 기간 허위주장을 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대웅제약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더라도 방대한 증거들을 통해 유죄로 결정된 혐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ITC에서 대웅제약의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균주는 영업비밀 아니다’ 업계 의견 분분
ITC 최종판결과 관련해 업계의 의견도 분분하다.
메디톡스는 이번 ITC 최종 판결로 완전히 승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시장에서 1위였던 메디톡스는 왕좌를 내어준지 오래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와 관련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약처와의 소송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소송은 국내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분쟁의 판결에서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다’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20개 넘게 난립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면서 “이번 ITC 최종판결은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은 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국내 업체간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와 논란이 종식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갈등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보유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보고, 지난해 1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ITC는 올해 7월 예비판결에서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나보타를 10년간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 6월25일부터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메디톡신50단위, 메디톡신150단위 등 3개 품목의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나 메디톡신 3종에 대해 내려진 식약처의 판매금지와 허가 취소는 메디톡스가 청구한 집행정지가 인용돼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품목허가취소 소송에 대해서도 집행정지가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집행정지가 기각됐지만 2심에서는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허가취소 집행정지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