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홍수 소비자고발팀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홍수 소비자고발팀장

지난 10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시판 중인 혼합간장에 양조간장과 함께 혼합되고, 유해물질인 3-MCPD가 함유되어 유해성 논란이 있는 산분해간장(화학간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간장 제조사, 유관협회, 학계, 식약처 담당자 등이 참석하는 ‘간장산업 발전방안 워크숍’을 개최했다. 주요 안건은 혼합간장의 표시기준 개정, 혼합간장의 함량비율 설정, 산분해간장의 식품유형 및 명칭 재검토 등이었다. 비록 워크숍이 참석자 미공개 및 비공개 진행으로 말미암아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휘둘리는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혼합간장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 워크숍이 개최 된 지 두 달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그 워크숍에서 논의 되었던 내용의 일부가 제도적 개선사항으로 반영되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평소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주요 언론에서 그나마 현재 진행되고 있고 개선의 여지가 있거나 식약처나 업계 스스로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의 경우 3-MCPD의 경우 국제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JECFA)는 이미 1993년에 3-MCPD를 ‘불임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로 규정 했고, WHO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오염물질로써 가능한 농도를 낮추어야하는 물질’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논의 되거나 진행된 사항을 무시하고 원래대로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3-MCPD 기준은 0.3mg/kg이었으나 결국 필자가 몸담고 있는 소비자주권의 노력과 관계 당국의 개선의지에 따라 3-MCPD 기준을 2022년 1월까지 유럽 수준인 0.02mg/kg 이하로 강화하기로 했으며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 중임이라 3-MCPD 관련해서는 더 이상 논쟁 자체가 의미가 없다. 뜬금없어도 너무나 뜬금이 없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양조간장 등 발효식품에서 생기는 에틸카바메이트나 재래식 메주의 곰팡이독 등을 은근히 부각시킨다. 한식간장이나 양조간장에서도 이런 물질이 발생 하는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3-MCPD의 0.3mg/kg이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단순화 시켜 말하면, 산분해 간장의 3-MCPD는 문제제기 하면서 양조간장이나 재래식 메주에서 나오는 인체에 좋지 않은 물질들에 대해서는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느냐는 일종의 항변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종의 진영논리 프레임이다. 문제가 있고 유해하다면 그것은 언제든 바꾸어야 한다. 재래간장이든 양조간장이든, 또 어떤 전통식품이든 예외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딱 여기까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를 계속 확장 한다면 이는 제도적 변화와 개선을 막기 위한 악의적인 명분 축적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소비자 이익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기업과 업계의 이익만을 위해 제도적 개선을 막으려는 핑계거리로 이용되어진다는 말이다.

간장업계에서는 현상유지 논리의 하나로 혼합간장이 수출 효자품목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전 세계 각국, 특히 선진국이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수출품의 규격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서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도권’이 마치 식품 기준이 일부 식품업계에서 말하듯 기준 완화의 뉴앙스를 풍긴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틀렸다. 여기서 말하는 주도권의 의미는 한마디로 다른 나라는 할 수 없는 우리만 할 수 있는 식품 규격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언론과 간장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쟁을 보면 지난 수년간 간장업계에 제도개선과 변화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더구나 최근 나오는 주장을 살펴보면 지금까지의 논의 된 내용은 대부분 부정되거나 언급조차 되지 않고 제도개선 논의 이전의 반소비자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십 여 년 전의 과거로 돌아 간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이나 소비자들의 인식만 보더라도 더 이상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잘못하면 시대착오적 논쟁에 빠지기 쉽다.

식품안전과 알권리 확보를 위한 식품표시 문제는 중심적인 소비자 이슈이다. 특히 혼합간장의 표시기준 및 함량비율 표시와 관련한 논의는 안전한 간장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논의는 기득권을 가진 기업 등 생산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건강한 입장을 가진 전문가, 소비자단체 들이 중심이 되어 투명한 운영과 충분한 논의가 담보될 때 실효적 논의와 그 결과에 대한 소비자 일반의 신뢰가 뒤따라 올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식약처 주최 워크숍처럼 사전에 참석자 명단조차도 공개 못하여 편파적 구성과 논의를 의심케 하는 회의로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현재의 꽉 막힌 상황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의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주무부처가 혼합간장 생산자들이면서 이해관계자인 협회, 업체 등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소비자의 안전과 알 권리는 뒷전으로 내팽개치도록 방치 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꽉 막힌 상황에 소비자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풀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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