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시정명령·과징금 10억원 부과
롯데하이마트가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다른 경쟁사의 전자제품을 판매토록 하는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원을 부과받았다. 또 매장 청소, 주차관리, 인사도우미 업무에 수시로 동원하고 판매장려금까지 받아 지점 회식비, 영업사원 시상금 등 판매관리비로 사용하는 등 ‘갑질’ 행위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국내 최대 전자제품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주)(이하 하이마트)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납품업자등의 종업원 사용금지 등)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원칙적으로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①파견 허용사유(납품업자의 자발적 파견요청 등)가 있고 ②사전에 파견인원, 근무기간, 업무내용, 인건비 분담조건 등 파견조건에 대하여 서면약정하고, ③해당 파견종업원이 소속된 회사의 상품 판매 및 관리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경우에 납품업자의 종업원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마트는 2019년 12월 기준 전국 466개 점포를 운영하고 연매출 약 4조원 규모의 소매업자로 대규모유통업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부당사용하고 판매장려금까지 부당 수취하는 것은 물론 물류대행수수료 단가인상분도 소급 적용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파견종업원 판매금액 5조5천억 넘어
하이마트는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 기간 동안 자신이 직매입한 제품을 판매하는데 납품업자가 인건비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31개 납품업자로부터 총 1만 4540명의 종업원을 파견받았다.
이 과정에서 하이마트는 납품업자가 파견한 종업원에게 소속 회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납품업자의 제품까지 구분 없이 판매토록 했다. 예를 들어 쿠첸 종업원이 자사제품이 아닌 삼성전자, LG전자, SK매직, 쿠쿠전자 등의 제품도 판매토록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파견종업원이 하이마트에서 판매한 총 금액이 약 5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하이마트는 납품업자 파견종업원에게 자신과 제휴계약이 돼 있는 약 100건의 제휴카드 발급, 약 9만 9000건의 이동통신서비스 가입, 약 22만건의 상조서비스 가입 업무에도 종사시켰다. 심지어 매장 청소, 주차장 관리, 재고조사, 판촉물 부착, 인사도우미 등의 업무에도 수시로 동원했다.
이와 같은 하이마트의 행위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예외적으로 납품업자 종업원을 파견 받는 경우에도 해당 납품업자가 납품한 상품의 판매 및 관리 업무에만 사용하고 그 외 다른 업무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 제1항에 위반된다.
183억 판매장려금 수취해 회식비로 사용
하이마트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6월 기간 중 기본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약 183억 원의 판매장려금을 총 80개 납품업자로부터 부당하게 수취했다.
판매장려금은 직매입거래에서 납품업자가 자신이 납품하는 상품의 판매촉진을 위해 대규모유통업자에 지급하는 장려금이다. 예를 들어 전년동기 대비 납품액이 약정 신장목표에 도달했을 때 지급하는 ‘성과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이 중 65개 납품업자로부터는 ‘판매특당’ 또는 ‘시상금’이란 명목으로 약 160억원을 수취했다. 이 돈을 자신의 우수 판매지점 회식비, 우수 직원(자사·납품업체 직원 불문) 시상 등 판매관리비로 사용했다.
또 하이마트는 2015년 1월부터 2015년 3월 기간 중 자신의 당시 계열회사인롯데로지스틱스(주)(현 ‘롯데글로벌로지스(주)’)가 물류비를 인상하자 자신의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46개 납품업자에게 물류대행수수료 단가 인상분을 최대 6개월 소급 적용해 약 1억 1000만원을 부당하게 수취했다. 물류대행수수료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상품 납품을 위한 운송 및 창고 보관 등의 용역을 대행해주고 받는 수수료를 말한다.
이같은 행위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7조에 위반된다.
하이마트측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
공정위 권순국 유통거래과장은 “이번 사건은 가전 양판점시장 1위 사업자가 장기간 대규모로 납품업자 종업원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심지어 자신의 영업지점 회식비 등 판매관리비까지 기본계약 없이 수취해 온 관행을 적발한 건으로, 가전 양판점 시장에서의 부당한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 등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공정위는 하이마트가 납품업체로부터 대규모 인력을 파견 받아 장기간에 걸쳐 상시 사용하는 등 그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큼에도 조사·심의 과정에서 개선 의지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동일한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명령 이행여부를 철저하게 감시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하이마트 홍보팀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정위의 지적사항에 관해 제도를 개선했으며 임직원 교육과 점검을 강화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면서 “공정위 의결에 대해서는 의결서 내용을 확인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