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상장 여행사 6곳 올해 400명 줄어…호텔·항공사 감소
여행사 ‘고용유지지원금’ 끊기면서 전 직원 ‘무급휴직’ 들어가
항공사·호텔·면세점 등 인력 축소에 이어 ‘희망퇴직’ 등 공지
​​​​​​​“정부 지원·희망퇴직으로 ‘연명’했지만 구조조정 불가피” 우려

한 여행사의 썰렁한 사무실 전경. 연합뉴스
한 여행사의 썰렁한 사무실 전경. 연합뉴스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었던 관광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가시화되고 있다. 여행사와 화장품, 면세점 등 관광산업 분야 상장사 대부분에서 직원이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지 9개월이 넘었지만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24일부터 국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되면서 관광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내 대형 여행사인 모두투어와 하나투어가 전직원 무급휴직에 들어갔지만 내년 2~3월에도 코로나가 가라앉지 않으면 초유의 대량 실직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말 현재 여행업종 상장사 6곳의 직원 수는 4758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400명(7.8%) 줄었다.

하나투어 직원 수는 2354명으로 146명(5.8%) 줄었고, 모두투어 91명(7.9%), 노랑풍선 75명(13.6%), 레드캡투어 48명(10.8%), 참좋은여행 26명(7.0%), 세중 14명(11.0%) 감소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말 2500명 수준이던 직원이 지금은 2300여 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에 전 직원 무급휴직을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4개월 연장한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영업손실이 1000억원을 넘은 하나투어는 지난 3~5월 유급휴직에 이어 지난 6월부터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그동안 무급휴직 중에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덕분에 직원들이 기본급의 50%를 받을 수 있었지만, 12월부터는 한 푼도 못 받는 완전 무급휴직을 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번 무급휴직이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의 전 단계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두투어는 지난 8월부터 직원 1100명 중 90% 이상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는데 내년 2월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길 예정이다. 모두투어측도 코로나19가 지속된다면 무급휴직을 더 연장하거나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썰렁한 여행사 부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의 썰렁한 여행사 부스. 연합뉴스

롯데관광개발은 무급휴직과 함께 300명이 넘는 여행 부문 직원 중 3분의 1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자유투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130명이 넘던 직원을 올해 상반기 30명 정도로 줄였다. 사실상 오프라인 사무실을 철수하고 영업도 중단했다. NHN여행박사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공지했다. 희망퇴직 이후에는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화장품과 호텔·면세 관련 상장사들도 직원 감소세가 이어젔다. 아모레퍼시픽 직원 수는 5855명으로 올해 들어 209명(3.4%) 줄었다. LG생활건강은 76명(1.7%), 애경산업은 67명(7.2%) 감소했다.

호텔신라 직원 수는 2397명으로 192명(7.4%), 신세계는 2714명으로 49명(1.8%) 감소했다.

항공사들도 소폭이지만 직원 수가 줄었다. 제주항공은 3183명으로 9개월 사이에 123명(3.7%) 줄었고 아시아나항공 113명(1.2%), 대한항공 71명(0.4%), 진에어 64명(3.3%), 티웨이항공 59명(2.6%) 감소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가급적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기 위해 무급휴직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해고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아직 대규모 인원 감축 사태가 벌어지진 않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될 경우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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