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황당’
계약금 내놓고 떨고있는 매수자들
웃돈 요구하며 당당한 세입자들

주택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시행 이후 매도인과 매수자, 세입자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에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민원이 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에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민원이 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거주 목적으로 기존 세입자의 퇴거의사 확인 후 주택 매수 계약을 했지만 이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입장을 바꿔 계약이 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나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대출받은 이들은 집을 제때 팔지 못해 대출이 취소되거나 비과세 혜택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임대차 분쟁(PG)[김민아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임대차 분쟁(PG)[김민아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다양한 사안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옳고 그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인 간 계약내용을 규율한 민법 계열의 법이다. 따라서 구청이나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 소송을 통해 누가 옳고 그른지 결론을 볼 수밖에 없다.

김은혜 의원실에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민원 접수가 넘쳐나고 있다.

서울의 30대 남성 A씨는 결혼을 앞두고 8월 중순 세입자가 있는 신축 아파트 매수 계약을 했다.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나갈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고 계약하라”고 했기에 그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세입자는 나가지 않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통보했다. 10월 중순 잔금 일정을 앞두고 A씨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고민 중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업소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업소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의 오피스텔에서 전세를 사는 2년차 신혼부부 B씨는 올해 12월 전세만기를 앞둔 집의 매수 계약을 8월 초 맺었다. 계약당시 매수자가 실거주할 예정이라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고, 세입자도 이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9월 10일 언론보도를 통해 이러한 경우라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린 사실이 알려져 세입자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B씨는 “이미 아파트 중도금을 마련하려고 현재 거주 중인 오피스텔의 보증금 일부를 반환받았기에 세입자가 끝내 버틴다면 나로선 갈 곳이 없어진다”며 곤란한 심경을 토로했다.

서울 용산 마포구 일대 아파트촌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 마포구 일대 아파트촌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40대 C씨는 부모님과 합가를 위해 8월 중순 아파트 매수 계약을 했다. 그 또한 계약금을 입금하기 전 매수인이 실거주하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계약 당일 매도인이 세입자에게 매매 사실을 알렸으나 세입자는 ‘전세를 더 살고 싶다’고 답했다. 부동산중개사는 매도인이 알아서 세입자를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C씨는 “매매 계약서에 세입자를 내보내는 조건을 특약에 넣긴 했지만 세입자가 안 나가면 결국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제날짜에 입주를 못 하게 되면 매도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D씨는 6월 세입자의 동의를 받고 분당 아파트 매도 계약을 했다. 임대차법 시행 전인 당시 세입자는 흔쾌히 11월 퇴거에 동의했다. 하지만 정작 9월이 되자 “나갈 집을 구하지 못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야겠다”고 통보하면서 1000만원을 주면 11월에 나가겠다고 했다.

D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 체결된 계약이기에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했지만 세입자는 막무가내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3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르는 소송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갑갑한 속내를 터놨다.

임대차 3법 반대 집회 사진=연합뉴스 
임대차 3법 반대 집회 사진=연합뉴스 

경기도의 30대 후반인 결혼 4년차 E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서 기존 주택 처분약정을 맺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전세를 놨던 기존 주택의 세입자는 계약갱신을 요구하면서 집을 잘 보여주지도 않았다.

E씨는 “약정된 기간 내에 집을 팔지 못하면 대출이 회수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어 화가 나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의 40대 여성 F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서 기존 주택을 2년간 임대한 뒤 매도하려 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버리면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F씨는 “정부 규제로 매수인이 집을 살 때 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 입주를 해야 하지만 세입자가 있으면 불가능하다”며 “결국 집을 팔려면 정부가 적폐로 생각하는 갭투자자에게 팔아야 하는데, 이런 적폐 세력이 집을 사게 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인가?”라며 되물었다.

역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인 G씨도 내년 3월까지 기존 주택을 매도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해 양도세 50%를 낼 수밖에 없다.

G씨는 “초급매로 가격을 크게 낮춰 내놔도 부동산에선 전세 낀 물건은 팔기 힘들다면서 세입자에게 웃돈 2000만원 정도를 주고 타협해 보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50대 H씨도 1가구 2주택자로 올해 안에 기존 집을 팔아야 한다. 세제 혜택도 있지만 집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이 만료되면 나가기로 했던 세입자는 최근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절대 집을 보여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계약을 갱신해도 전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도 했다.

H씨는 “매일 세입자에게 퇴거를 부탁하며 사정하는데도 세입자는 비아냥거리는 문자만 보내고 있다”고 억울한 심경을 나타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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