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화웨이 대체자 찾는다 
LG유플러스 단독 5G 차질 우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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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의 IT‧모바일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15일 최종 발효했다. 앞으로 미국 기술을 적용해 만든 반도체가 화웨이에 공급되려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제재안의 주요 내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은 화웨이와 경쟁 또는 협력하는 국내 기업에게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나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화웨이 제재가 국내 기업엔 단기적으론 악재, 장기적으론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내수 시장에서 더 큰 잠재력을 키워 자립 경제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재? 악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제재 조치로 당분간 화웨이와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 거래를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양사 모두 신규 거래를 중단하고 14일까지만 기존 공급 물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공급사 중 한 곳으로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약 11%를 차지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때문에 두 업체가 일시적인 매출 하락이 발생하더라도 이미 거래처 다변화가 이뤄져 있고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해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정부의 제재가 화웨이에 집중돼 있어 오포와 샤오미 등 제재 대상이 아닌 중국 업체들로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을 중단할 처지에 놓였다. 디스플레이에는 패널을 구동하는 칩이 포함되는데 이 또한 반도체여서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밖에 없어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두 업체는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이부 공급하고 있지만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용 OLED 물량 대부분을 자국 업체인 중국 BOE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때문에 화웨이로의 공급이 중단돼도 양사가 받을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유일 화웨이 장비 사용하는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의 경우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5G 통신망을 구축했다. 이에 LG유플러스의 장비 수급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미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화웨이를 압박해 왔다. 올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국의 SK와 KT, 일본 NTT 같은 깨끗한 통신사들은 그들의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고 발언했다. 이는 즉 이들 통신사들은 해킹 위험이 없는 깨끗한 통신망을 사용하는 것이고,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또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LG유플러스 같은 회사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에서 믿을 수 있는 곳으로 거래 상대를 옮기라고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LG유플러스가 한국 유일의 화웨이 5G 장비 사용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 이동통신업계 등에선 LG유플러스가 향후 5G 부품‧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특히 올해 연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단독모드’ 상용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문제와 관련해 LG유플러스는 소비자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화웨이 제재에도 자사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5G 단독모드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5G 단독모드는 일부 LTE망을 사용하는 현재의 비단독모드와 달리, 모든 네트워크 서비스를 5G망을 사용해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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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사용해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위해선 ‘안테나(중계기)-DU(Digital Unit)-코어망’의 경로를 걸쳐야 한다. 흔히 단말기~DU까지를 ‘엑세스망’, 혹은 ‘기지국망’이라고 부른다. 이 엑세스망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DU다. 이는 사용자의 스마트폰 안테나에서 나온 음성이나 데이터 신호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코어망에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LG유플러스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웨이 장비는 이 DU다.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이 엑세스망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는 곳은 코어망이다. LG유플러스는 코어망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등의 이유로 삼성전자의 부품을 사용해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홍보팀은 “5G 단독모드를 시행하기 위해선 DU나 엑세스망이 아니라 코어망의 장비를 확충해야 한다. 따라서 당장 화웨이 제재가 시작돼도 단독모드 준비에는 이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올해 상반기까지 화웨이 장비가 필요한 엑세스망에 필요한 부품은 확보해 다수의 기지국을 구축한 상태다.

또한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를 대신할 DU 장비 부품 수급처로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의 기업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약 30% 정도의 화웨이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70%는 이들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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