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부터 가족 명의로 75억원어치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
화성 일대의 29건 부동산 사들여…해고 처분후 대출 자금 회수 예정
기업은행, 해당 직원의 사기죄 성립 확인…배임 혐의 추가 적용도 고려 중
IBK기업은행이 가족 명의로 약 76억원에 달하는 ‘셀프’ 담보대출을 받은 직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그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직원은 지난 31일 관련 건으로 이미 면직(해고)당하고 대출금은 전액 회수될 예정이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7일 자사의 직원이 최근까지 자신의 가족 앞으로 76억원어치 ‘셀프’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해 개인 이득을 취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IBK기업은행은 위법성 조사에서 A차장이 가족과 친척들의 대출 담보물을 유리하게 평가했다는 정황이 발견돼 사기혐의 등을 적용해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이 직원이 사들인 부동산 평가차익만 50억~6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3일 면직 처분되었다.
서울특별시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는 A 차장은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족 앞으로 29번에 걸쳐 총 75억 7000만원어치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A차장은 경기도 화성시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당시 은행의 담보대출을 활용해 화성 일대 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차장은 가족 명의를 앞세워 대출을 실행했는데 그 대상은 자신의 아내와 어머니 등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기업 5개와 개인사업자였다. 법인기업 5개엔 총 26건, 73억 3000만원어치 부동산 담보대출을 내줬고 개인사업자엔 총 3건, 2억 4000만원어치 부동산 담보대출을 내줬다. 담보물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연립주택 등 주로 경기도 일대에 위치한 주거용 부동산이다. 아파트의 경우 경기도 화성시 소재 14곳을 포함해 총 18곳이었고 오피스텔은 9곳, 연립주택은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2곳이었다.
IBK기업은행은 A차장을 대상으로 한 추가 조사에서 담보물 평가 과정의 위법성을 확인했다. 가족과 친척들의 부동산 담보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시세보다 높게 담보물을 평가해 최종 대출 규모를 늘렸다는 혐의다. IBK기업은행은 A차장에게 사기혐의를 적용하고 별도로 배임 혐의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셀프대출로 인해 기업은행이 손해를 봤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직까지 셀프대출과 관련해 대출 부실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차장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한 시기는 현 정부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쏟아냈던 때와 같다. 정부는 지난 2017년 6월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방안을 발표한 이후 올해 7월 4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기까지 총 23건의 크고 작은 규제정책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투기 제한에 총력을 쏟았다. 즉 A차장은 정부가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정책을 연이어 낼 때 편법 대출을 통해 부동산 투기에 나서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이다. A차장이 담보대출을 통해 사들인 부동산의 평가차익은 최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50억~6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은 A차장을 징계면직(해고) 처분하기로 하고 관련 공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A차장이 해당 담보물 가운데 몇 건을 처분해 이 중 얼마를 이익으로 실현했는지 평가액이 어떻게 변동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A차장에 대한 면직을 결정한 기업은행은 사기 등 혐의로 형사고발과 대출금의 전액 회수를 진행 중이며 관리 책임이 있었던 지점장 등 관련자는 추가 조사를 통해 책임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다. 유사사례를 조사해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원칙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IBK기업은행 윤종원 은행장은 직원의 친인척 관련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조치 사항과 재발방지 대책을 밝히며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은행장으로서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안의 관련인 엄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과 규정 보완 등을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유사 사안이 재발할 경우 취급 직원은 물론 관리 책임이 있는 직원에 무관용 원칙 처리하기로 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이해상충행위 방지와 청렴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직원과 배우자 친인척 대출 취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부 규정과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고 모든 대출에 직원 친인척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한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