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익내는 백화점으로 성장시킬 것”

중견유통 업체인 그랜드백화점의 손창록 총괄사장이 지난 10월초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CEO가 현장에 있어야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고충을 즉시 해결할 수 있다''는 손 사장의 ‘현장경영’이 성과를 내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지난 2001년부터 그랜드백화점 총괄사장을 맡아오다 작년 한해 일산백화점 (점포)사장으로 나갔다가 10월초 취임하면서 그랜드백화점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임직원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게 CEO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 개개인이 좀 더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으로 일을 하면 안될 게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정한 매출 목표에서 초과 달성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자율적인 분위기를 유도한 결과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를 디딤돌 삼아 각 점포별 최고의 수익을 내는 백화점으로 성장하기 위해 본격적인 도전을 하겠습니다.”

육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과 힘이 넘치는 손창록 그랜드백화점 총괄사장의 자신에 찬 목소리다. 지난 76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후 30여년간 유통업에만 종사한 전문가의 깊이가 느껴졌다.

그랜드백화점은 현재 일산과 수원영통·신촌의 백화점과 화곡·강서·신당·인천계양의 마트 등 모두 7개점을 운영하는 중견 유통업체다.

손 사장은 그랜드백화점을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동종업계에서 가장 알차고 견실한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손 사장은 총괄사장 취임 후 7개의 각 점포를 돌며 오전 6시에 회의를 소집하는 등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동시에 그는 점장들에게 각종 기획행사에 인력과 자금계획, 인사권, 실적 및 급여에 이르기까지 점장이 스스로 세우도록 최대한의 자율권을 부여했다.

자신감 심어 주는 게 CEO의 몫

손 사장은 “불황일수록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현재 무엇이 필요한지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직원들이 신바람나야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불황일수록 직원들과 한 마음이 되어야 살벌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직원들을 너무 혹사시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지금은 위기다. CEO가 나서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고서는 거대한 경쟁업체를 이길 수 없다고 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2006년도 경영계획과 관련해 손 사장은 그동안 매각을 추진하던 그랜드백화점 강서점과 강서마트 주차장부지를 팔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그랜드백화점 강서점은 내년 말 오픈예정으로 1년간 리모델링과 나머지 공사를 담당할 프로젝트팀을 최근 구성했다. 부지 3400평에 연면적 3만3000평, 10층 규모로 지어질 그랜드백화점 강서점은 영업면적만도 1만평에 이르는 강서지역의 대표 백화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모든 유통업계가 극심한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어 든 반면 그랜드백화점은 각 점포별 매출액 상승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비결에 대해 손 사장은 “우선 투명경영과 솔선수범, 그로 인한 노사화합이 매출신장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우리 회사는 현재 매출실적과 영업이익이나 손실을 전부 공개합니다. 그리고 인센티브제를 적용하여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습니다. 인사제도도 진급연한이나 학력을 없앴습니다. 철저히 실적과 능력주의인 셈이죠. 저는 일주일 동안 그랜드백화점의 7개 점포를 순회하면서 아침 6시에 회의를 개최합니다. 이런 회의를 통해 각 점포별 매출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해 나가는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황을 이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변화 추구하는 CEO

손 사장은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변화 CEO다.

‘긍정의 힘이 성공을 부른다’ 라는 그의 말 속에도 이는 잘 나타나 있다.

그의 경영원칙은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며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힐 것을 권한다.

그는 자기 자신도 항상 변화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총괄사장 취임 후 일주일 내내 각 점포별 아침 6시 회의가 바로 그것.

10월초 서울 강서점에서 시작한 6시 회의는 화곡점, 인천 계양점, 신촌점, 신당점, 일산점, 수원 영통점 순으로 매주 이어지고 있다.

말단사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조직원 전체가 굳은 믿음과 애사심으로 똘똘 뭉칠 때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하루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날 것입니다. 힘들어 하는 직원들이 당장은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내년이면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손 사장은 또 유능한 유통인재 발굴과 육성에 남다른 철학을 지니고 있다. 유능한 직원만이 고객의 심리와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노동부 공인강사 자격을 갖고 있고, 마케팅 및 서비스 부문 강사 인명록에도 등재되어 있어 금융기관, 관공서, 대학 등에 1000여 번 이상의 출강 기록을 지닌 자타가 인정하는 교육전문가이기도 하다.

특히 풍수지리에도 해박해 최고 수준인 ‘풍수지리 박지사’ 자격증 소지자로 생활풍수에 조예가 깊다. 그래서 손 사장은 직원들 교육만큼은 철저한 스파르타식이다. 그랜드백화점 근무경력 1년은 다른 회사 5년과 같다고 한다. 타 회사에서는 그랜드백화점 출신은 무조건 환영이란다.

유통업계 실력파 전문경영인

손 사장은 인생과 기업경영에 임하는 철학을 한 마디로 `백기불여일성(百技不如一誠),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이라고 밝혔다.

이말은 ‘백가지 기술은 한가지 성의만 못하고, 천번 생각하는 것이 한 번 행하는 것과 같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기업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치밀한 전략도 중요하지만 평상시 얼마나 원칙과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며 “CEO가 얼마나 솔선 수범하는가에 따라 직원들의 움직임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총괄사장으로의 취임 후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우선 그는 임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책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각 점포별 점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넘겨줌으로써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함께 자율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손 사장은 각 점포별 점장들이 대부분의 영역에서 최종 결재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급변하는 유통업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그만의 경영 노하우이다.

자율·책임경영 적극 도입

손 사장은 유통업계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전문경영인으로 통한다.

그는 1976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백화점, 호텔 설립 프로젝트팀에 배속되면서 유통인생은 시작됐다. 3년후 서울 을지로의 롯데쇼핑(현 롯데백화점) 개점 후 1년 만에 10년, 15년 앞선 신세계, 미도파백화점을 누르고 유통업계 1위로 등극하는 신화를 일궈 낸 주역이 바로 손 사장이다.

그는 롯데백화점에서 특판부장, 인사부장, 유통관리부장, 이사로 재직했던 1992년까지 사원번호가 1번이었다. 오늘날 롯데백화점은 손 사장의 손때와 혼이 흠뻑 베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 사장은 그랜드백화점 전무이사로 발탁된 후 1996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또 하나의 신화를 써가고 있다.

97년 IMF이후 대기업 백화점과 할인점에 밀려 중소 백화점들이 거의 소멸되어가고 있지만 그랜드백화점만은 대기업 유통업체들과 어깨를 겨누며 성장해가고 있다. 손 사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진이 기자/ jjl@ceonews.co.kr

<주요 프로필>
1946년 충북 옥천 출생, 대전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롯데그룹 입사(1976년), 롯데쇼핑(주) 특판부장, 잠실점 인사부장, 본점 유통관리부장 이사, (주)영진유통 대표이사 전무(1992년), 우성유통 상무이사, 그랜드백화점 전무이사, 그랜드백화점 총괄사장(2005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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