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 선수단 “지금은 농구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
가장 높은 수준의 법률 집행 요구

NBA 플레이오프 밀워키-올랜도 5차전 경기가 예정됐던 코트. 밀워키 선수단은 흑인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비무장 상태로 아들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들에게 총격을 받은 사건에 대한 항의를 표하기 위해 이날 경기를 거부했다. AFP=연합뉴스
NBA 플레이오프 밀워키-올랜도 5차전 경기가 예정됐던 코트. 밀워키 선수단은 흑인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비무장 상태로 아들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들에게 총격을 받은 사건에 대한 항의를 표하기 위해 이날 경기를 거부했다. AFP=연합뉴스

심각하게 번지고 있는 미국 내 인종차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미뤄지다 27일(한국시간) 개최 예정이었던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경기의 취소를 야기시켰다.

이날 NBA 사무국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예정됐던 밀워키-올랜도, 휴스턴-오클라호마시티, LA 레이커스-포틀랜드의 경기가 순연됐다”며 경기 일정이 재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예정됐던 세 경기 가운데 첫 번째인 밀워키 벅스와 올랜도 매직 전에 밀워키 선수단이 출전을 거부해 이러한 조치가 내려졌다. 밀워키 선수단은 이날 5차전 체육관 라커룸에 머물다가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몸을 풀던 올랜도 선수들도 경기 시작 약 4분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다.

밀워키 선수단은 24일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비무장 상태로 아들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들에게 총격을 받은 사건에 대한 항의를 표하기 위해 이날 경기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스콘신주의 주도는 매디슨이지만 벅스의 연고지 밀워키는 주 내에서 가장 큰 도시다. 경기 전날부터 밀워키 경기 보이콧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마이크 버든홀저 밀워키 감독은 경기에 앞서 “변화를 원하는 마음과 공감대는 커다란 도전”이라며 “커노샤와 밀워키, 위스콘신에 더 나은 변화가 있기를 바란 뒤에 나가서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3월부터 7월 말까지 중단됐다가 재개된 이번 시즌 NBA는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에 민감한 상황이다. 코트바닥에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슬로건을 새겼으며, 선수들의 유니폼에도 ‘평등’이나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한가’ 등과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숨진 사건에 대한 NBA 리그와 선수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휴스턴과 오클라호마시티 5차전이 예정됐던 코트 모습. 선수들은 “우리가 코트에 설 때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며 “지금은 같은 이치로 가장 높은 수준의 법률 집행을 요구한다”고 피력했다. EPA=연합뉴스
휴스턴과 오클라호마시티 5차전이 예정됐던 코트 모습. 선수들은 “우리가 코트에 설 때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며 “지금은 같은 이치로 가장 높은 수준의 법률 집행을 요구한다”고 피력했다. EPA=연합뉴스

밀워키 선수단은 “최근 몇 달 사이에 미국에서는 인종 차별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불과 며칠 전에 우리의 연고 지역인 위스콘신주에서 흑인을 상대로 한 총격 사건이 벌어졌고 지금 우리는 농구에 전념할 수 없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선수들은 “우리가 코트에 설 때는 가장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며 “지금은 같은 이치로 가장 높은 수준의 법률 집행을 요구한다”고 피력했다.

밀워키 구단도 선수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면서 힘을 실어줬다.

28일로 예정된 토론토 랩터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동부 콘퍼런스 2라운드 1차전 역시 양 팀 선수들이 보이콧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NBA 플레이오프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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