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레지던트 등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순차적 파업에 돌입한 21일 오전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파업으로 인해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턴, 레지던트 등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순차적 파업에 돌입한 21일 오전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파업으로 인해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21일 오전 7시부터파업에 돌입했다.

전공의 단체행동은 지난 7일 집단휴진, 14일 대한의사협회의 1차 전국의사총파업 참여에 이어 세 번째다. 대한의사협회도 26∼28일 2차 집단휴진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도 운영이 축소될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인턴·레지던트 4년차부터 무기한 파업 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21일 7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이날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22일 3년차 레지던트, 23일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가 업무를 중지한다.

응급의학과는 연차와 관계없이 이날부터 모두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파업’이다.

서울 시내 주요 병원은 이날 예정돼있던 수술을 연기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대응 작업을 마쳤다. 그러나 대전협에서 파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은 외래 진료와 입원 등의 예약을 줄여서 받고 있고, 삼성서울병원은 급하지 않은 외과 수술을 연기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수술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마취과 전공의 업무 공백으로 수술 건수의 축소가 불가피해 의료대전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파업에 필수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턴 중에서 필수 이수 과목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인턴도 당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응급 수술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마취과 전공의 부재에 따라 30여개 수술방 운영을 일부 감축하면 수술 역시 30∼40%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부울경 궐기대회. 사진 연합뉴스
14일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부울경 궐기대회. 사진 연합뉴스

“최악 상황선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축소 운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 축소 등 최악의 상황이 올 수 도 있다. 이에 정부는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일부 전공의들이 배치되는데, 전공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선별진료소도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꼼꼼히 대응하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19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과 관련한 협상은 소득 없이 끝났다. 게다가 협상 결렬 이유를 두고 20일 정부와 의료계 간 책임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볼썽사나운 모습도 재현됐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는 정책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했고 의료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엄중한 상황에선 중단하자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면서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 정책의 전면적인 철회와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조치 폐지 선언을 우선해야 대화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만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협은 “정부가 대전협의 투쟁 방식에 대해 부적절한 문제제기를 하고 강압적으로 가르치려 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분노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대전협 “의대 증원 등 정책 전면 재논의해야”

의료계는 ▲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의 즉각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의료계의 가장 큰 반발 사안이다. 두 정책 모두 의료인력을 확대해 의료취약지역과 응급의료 등 소위 ‘비인기 과목’ 종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의사 수는 충분하다고 반박하면서 의대정원 증원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의사 수련 환경이 열악한 상태에서 예비의사 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며 “예산과 학생만 갖고 찍어내듯 의사를 양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한방첩약 급여화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질환,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대한 한방 첩약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의료계는 “건강보험 적용에 앞서 의학적 유효성, 안전성 등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첩약의 경우 이 과정이 생략돼 의약품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성 한약재 관리 및 유통 기준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등의 정부 정책에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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