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 81% 백인, 71%가 남성
콘진원 “성별·인종 차별 인식은 문화 지체”

최근 게임업계의 인종·여성 차별·성폭력 등에 대한‘미투’가 확산되고 있다. 직장내 성폭력 폭로가 잇따른 게임업체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 홈페이지 캡처. 사진=연합뉴스
최근 게임업계의 인종·여성 차별·성폭력 등에 대한‘미투’가 확산되고 있다. 직장내 성폭력 폭로가 잇따른 게임업체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 홈페이지 캡처. 사진=연합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7∼8월호>에 “게임업계의 백인·남성 중심 인력 구조야말로 잊힐만 하면 해외에서 불붙는 게임 개발사 내 인종·여성 차별문화 문제의 뿌리”라는 분석을 담았다.

최근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남성 임직원을 향한 성폭력 고발, 이른바 게임업계 ‘미투’(#metoo·나도 말한다)가 확산되고 있다. 시발점은 <어쌔신 크리드>, <저스트 댄스>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글로벌 게임사 유비소프트에서다.

인기 있는 유명 게임개발을 총괄한 세르쥬 아스코에 CCO, 막심 벨런드 부사장 등 남성 임직원 다수가 여성 직원들의 미투 운동에 의해 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한 것으로 밝혀져 퇴출당했다.

블룸버그는 “유비소프트 내에서 성차별·성희롱 농담이나 성추행이 일상적이었으며, 직원 18,000여명 중 여성은 약 2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규모 격투 게임 e스포츠 대회 <에보>(EVO)의 조엘 쿠엘라 대표도 미성년자에 성폭력을 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렇듯 유비소프트에서 시작된 게임업계 미투를 시작으로 한 폭로는 점차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비소프트에서 시작된 게임업계 미투를 시작으로 한 폭로는 점차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투 (PG)[제작 이태호] 일러스트=연합뉴스
유비소프트에서 시작된 게임업계 미투를 시작으로 한 폭로는 점차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투 (PG)[제작 이태호] 일러스트=연합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처럼 게임업계에서 차별 고발이 지속하는 원인으로 백인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인력 구조를 지적했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의 2019년 보고서에 의하면 게임 개발자의 81%가 백인 계열이며, 아시아 계열이 10%, 라틴 계열 7%, 흑인 계열은 2%다. 게임 개발자의 성별 비율 또한 남성 71%, 여성 24%, 기타 5%로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I게임 개발사의 39%는 평등 고용정책이 없었고, 36%는 성희롱 금지 정책조차 없는 것으로 GDA의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처럼 편향된 인종·성별 구조는 게임개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유비소프트의 성폭력 가해자로 드러난 아스코에 CCO가 “여자가 주인공인 게임은 안 팔린다”며 게임 개발에도 성차별을 주입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드미트리 윌리엄스 교수가 분석한 결과, 2009년 미국 내 인기 게임 150종에서 게임 캐릭터의 80.05%가 백인이었고 비(非)백인 캐릭터는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캐릭터 중 흑인은 10.74%, 히스패닉은 2.71%, 혼혈은 1.39%, 북미 원주민은 0.09%, 아시아·태평양 섬 주민은 5.06%였다. 게임에서의 백인은 실제보다 많고, 비백인은 실제보다 뚜렷하게 적었다. 연구 당시 실제 미국 내 인구 비율도 백인 75.1%, 흑인 12.3%, 히스패닉 12.5%, 혼혈 2.4%, 북미 원주민 0.9%, 아시아·태평양 섬 주민 4%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현재는 ‘오버워치’처럼 글로벌 게임 기업 다수가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문화를 수용하면서 다양한 인종과 성적 정체성을 게임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인공 외 캐릭터로 유색인을 등장시키는 게임 상당수는 여전히 폭력적이거나 수다가 심한 흑인, 무술이나 해킹에 능한 동양인 등 인종별 편견·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 캡처=연합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 캡처=연합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 시장의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개발자가 늘어나고 승진해야 하지만,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지금 선행돼야 할 것은 업계 차원의 적극적인 우대 조치(어퍼머티브 액션)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업계 공감대는 흑인 인권운동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에 게임업체가 동참하는 방식에서 드러났다.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앤틱은 흑인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젝트 등에 최소 25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디게임 유통사 험블번들은 “100만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해 흑인 개발자의 게임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경영자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유색인 서사 중심 게임을 틈새 상품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게임 산업이 세계 전역에 이용자를 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인식은 일종의 문화 지체(culture lag)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보고서를 통해 “게임업계는 도덕이나 사회 과목 교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음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지닌 게임 주인공에 목마른 수많은 이용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라고 피력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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