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출신 55세 초선 상원의원
모계 혈통상 첫 아시아계 후보
흑인·여성 지지층 확대 포석
미국 대선 최초로 부통령 후보에 흑인 여성이 지명됐다. 미국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이 11일(현지시간) 오는 11월 대선 때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나선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여성이 나선 것은 두 차례 있었지만 흑인 여성이 지명된 것은 처음이다. 해리스 의원의 모친은 인도 출신으로 첫 아시아계 부통령 후보이기도 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트윗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겁 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 중 한 명인 카멀라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고 알렸다.
해리스 상원의원도 트윗에서 “조 바이든은 미국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그는 우리의 이상에 부응하는 미국을 건설할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그녀는 그 자리에 준비된 것 이상”이라며 “오늘은 우리나라를 위해 좋은 날이다”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두 사람은 다음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결전 구도는 이미 확정됐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마이크 펜스 현 부통령은 일지감치 러닝메이트로 확정된 상태다.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의원에 대해 “경선 과정에서 너무너무 형편없었다”며 “나는 바이든이 해리스를 골라서 약간 놀랐다”며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선캠프도 “바이든이 좌파 급진주의자들의 극단적 어젠다로 가득찬 빈껍데기임을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사상 공격을 서슴치 않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3월 여성 중 한명을 러닝메이트로 뽑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 이후 미전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사태와 맞물려 흑인 여성 후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카멀라 해리스 의원은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1964년 10월 태어났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 의원은 201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흑인과 여성을 통틀어 처음으로 법무장관에 선출됐다. 2016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해에는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TV토론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고리로 바이든의 저격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12월 경선 중도 하차 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해리스 의원은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표심 공고화는 물론 여성 유권자로의 외연 확대 가능성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인종적 과거와 미래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순간에 역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실용적 중도파인 해리스 의원이 바이든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77세의 고령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나이를 고려할 때 55세의 해리스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2024년 대선 때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외신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사 재직 시절 해리스 의원이 지나치게 가혹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경찰의 가혹행위가 전국적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초래한 점에 비춰 이것이 대선 과정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역사상 지금까지 미국에서 여성이 부통령에 오른 적은 없다. 1982년 민주당 제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과 2008년 공화당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지만 대선에서 패배했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부통에 오른 해리스 의원으로 인해 미국의 정계 역사는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