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험지유출사건으로 논란 일으켜…간접 사실들 모두 인정돼

이번 사건 피의자인 현경용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들. 연합뉴스
이번 사건 피의자인 현경용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들. 연합뉴스

아버지가 몰래 훔친 시험문제와 답 덕분에 전교 1등이 되었던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2단독 송승훈 판사는 12일 1심 공판에서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이미 확정된 형사 판결이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이런 사실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와 배치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며 쌍둥이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더해 사회봉사 240시간도 명령했다. 

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의 정기고사에서 아버지이자 당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던 현경용(55)씨와 공모해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2017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까지 학교 중상위권에 위치했던 쌍둥이 자매는 이후 해당 기간 성적이 급상승해 1년 뒤에 언니는 문과 1등, 동생은 이과 1등으로 올라섰다. 이런 이례적인 성적 급상승에 비해 같은 기간 모의고사나 학원 성적은 정기고사 성적에 크게 못 미쳐 부정행위 의혹이 불거졌고 수사 결과 아버지 현씨와 딸들 모두 구속기소 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아버지 현씨와 자매는 수사 과정에 이어 재판에서도 줄곧 “노력에 의한 성적향상이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아버지 판결에서 확정된 사실관계가 어떤 것인지 먼저 살펴보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며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인정된 아버지의 혐의와 관련된 간접 증거들이 이 재판에서도 동일하게 유죄 증거로서 인정된다고 보았다.

대법원에서 인정된 간접사실들은 자매 성적의 이례적인 정기고사 성적 상승, 정기고사와 대조되는 모의고사 및 학원에서의 저조한 성적, 깨알 메모 등 사전 정답 유출 정황, 풀이 과정 없는 정답 기재 등으로 모두 유죄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수사 중 집에서 발견된 정답이 빼곡히 쓰인 수기메모장과 포스트잇, 전교생이 다 틀린 문제를 유일하게 정정하지 않고 맞춘 점 등을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았다. 아버지 현씨는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아서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고 있다.  

다만 자매가 범행 당시와 형이 선고된 이 날까지 소년법상 소년에 해당하는 점과 아버지가 이미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점, 자매가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리 당했고 이전에 범행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정하게 응시해야 할 내부 정기고사 성적 처리와 관련해 일련의 기간 동안 업무를 방해했으며 다른 학생의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했고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며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 와서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은 지난 2018년 7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직후 처음 제기된 의혹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특별 감사를 진행하면서 밝혀졌다. 당시 숙명여고는 이들을 옹호하는 태도를 취해 논란이 되자 같은 해 11월 30일 자매를 퇴학 처분시키고 12월 17일 아버지 현씨를 교직에서 파면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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