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간장의 주표시면에 혼합비율과 총질소함유량 표시 여부를 두고 간장업계 내부는 물론이고 업계와 관계 당국 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소비자 식약처는 식품 등의 정보 제공 강화 및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혼합간장의 주표시면에 사용된 간장의 혼합 비율과 총 질소함량을 표시하도록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를 내놨다.

이에 장류업계는 혼합간장만 콕 찍어서 주표시면에 표시를 하라는 것은 장류산업 뿐만 아니라 혼합간장을 사용해 음식을 제공한 외식업계를 위축 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산분해 간장이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간장의 유형에는 한식간장, 양조간장, 혼합간장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한식간장은 메주를 주원료로 소금물을 섞어 전통발효 기법으로 만들며 숙성에만 최소 1년이 걸린다. 양조간장은 대두, 탈지대두 또는 곡류에 발효미생물을 배양해 숙성 발효시켜 만들며 약 6개월 정도 걸린다. 다음으로는 혼합간장이 있는데, 혼합간장은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을 혼합하여 만든 제품을 말한다.

여기서 문제는 혼합간장이라는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산분해간장이다. 산분해 간장은 탈지대두(단백질원료)를 염산으로 분해해 제조하는 일종의 인스턴트 화학간장이며 미생물을 통한 발효 숙성을 거치지 않고 염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 기간이 약 2일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한식간장이나 6개월이 걸리는 양조간장에 비해 제조 기간도 짧고 원가 비용이 적게 든다.

문제는 이러한 산분해 간장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유지성분을 함유한 탈지대두(단백질원료)을 염산으로 분해할 때 유지성분의 글리세롤과 지방산이 염산과 반응하면서 3-MCPD(3-monochloropropane-1,2-diol)이라는 유해 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3-MCPD는 동물실험에서 신장기능을 저해하고 생식능력을 떨어뜨리는 발암물질 연구 결과 보고가 있었다.

국제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JECFA)는 이미 1993년에 3-MCPD를 ‘불임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로 규정 했고, 국제 암 연구소(IARC) 역시 2013년에 ‘발암가능 물질’로 규정했다. WHO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오염물질로써 가능한 농도를 낮추어야하는 물로’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3-MCPD 기준은 0.3mg/kg이었으나 이번에 식약처가 고시한 내용 중에는 3-MCPD 기준을 2022년 1월까지 유럽 수준인 0.02mg/kg 이하로 강화 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혼합간장은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을 일정 비율로 혼합한 간장인데, 문제는 현행 법규상 1%라도 양조간장을 넣으면 혼합간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중에 판매되는 혼합간장 대부분이 사실상 산분해간장이다. 이는 제조사들이 제조 단가가 낮은 산분해간장 비율을 높여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눈속임이다.

산분해 간장의 탄생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은 현재 발효되지 않은 간장에 대해서는 간장으로 분류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명칭 또한 아미노산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만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초기에 ‘아미노산 간장’ 또는 ‘산분해 간장’이라고 했던 것을 산분해 간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자 ‘혼합간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꿔불렀다. 산분해간장의 종주국(?) 일본과는 반대로 퇴보 한 셈이다.

소비자에게 산분해간장(인스턴트 화학간장)으로 만든 간장을 판매하는 행태에 대해서 업계는 스스로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다. 양보다는 질의 시대이며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시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기 및 중장기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혼합간장의 혼합비율 기준점을 정해야 한다. 혼합간장의 핵심은 혼합비율에 따라 결정되는데 현재처럼 기준점이 정해져있지 않음으로 해서 제조사 임의대로 화학간장(산분해간장)을 80% 이상 혼합하여 제품을 생산판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심지어 99% 산분해 간장에 1%의 양조간장을 섞어도 혼합간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 양조간장 혼합 비율을 소비자나 전문가들이 수긍 할 만한 적정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

둘째, 유해물질 함량 수치를 모두 표시해야 한다. 식약처가 산분해간장 제조 시 생성되는 3-MCPD의 경우 2022년 1월 1일부로 유럽 기준인 0.02mg/kg이하로 낮추겠다고 고시했으나 기준치를 통과 한 3-MCPD의 경우 극소량이라는 이유로 표시를 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가 있다. 비록 기준치를 통과 했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유해물질 함량 표시에 따라 그 수치를 표시하는 것이 맞다. 또한 합성보존료의 함량 역시 모두 표시해야 한다.

셋째, 원산지 표기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개량간장인 양조간장이나 혼합간장 모두 콩 대신 탈지대두를 쓰고 있으나 원산지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간장의 핵심재료인 탈지대두의 원재료 원산지는 간장제품에서 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임에도 거의 대부분‘외국산(인도산, 미국산, 중국산)’이라고 함께 뭉뚱그려 표시해 놓아서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가 원산지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선택 할 수 있도록 원산지 표기를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

넷째, GMO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주 원료 표기에서 GMO(유전자 변형식품)를 미표기 하고 있다. 양조간장이나 혼합간장은 모두 탈지대두와 밀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 콩의 대부분이 GMO로 대량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GMO표시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특히 복잡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간장의 주요 원료 문제와 관련해서 GMO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가공한 후 유전자 재조합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를 면제해 주고 있다. 반면 유럽의 경우 GMO를 원료로 사용 한 경우 가공 이후 DNA나 단백질 검출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반드시 표시한다.

다섯째,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간장의 주원료가 되는 대두와 밀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료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 고시인 ‘식품 등 표시기준’에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함유된 양과 관계없이 원재료명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분의 간장 제품에는 ‘대두, 밀 함유’라는 표기만 있을 뿐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제품이 알레르기 유발물질 식품인지 전혀 알 수 없게 했다. 이는 ‘알레르기 유발물질’ 이라는 표시를 의도적으로 미표시 함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 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산분해간장은 간장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아미노산액'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 소금물에 메주를 띄워 숙성에만 최소 1년이 걸리는 한식 간장이나 발효미생물을 배양해 6개월 이상 숙성 발효시키는 양조간장에 비해 산분해간장은 염산으로 분해해서 속성으로 만든 간장이다. 그 나름의 감칠맛은 있겠으나 전통적 의미의 간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앞에서도 언급 했듯 산분해간장의 탄생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발효되지 않은 간장에 대해서는 간장으로 분류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탈지대두를 식용염산 등으로 분해시킨 제품의 경우 아미노산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소비자주권은 지난 몇 년 동안 장류 시리즈 실태조사를 통해 제품명칭 기만, 위해 첨가물 함량 미표기, 원산지 표시 혼란, GMO 및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기 누락 등 간장 제품 관련한 소비자에 대한 알권리 침해 사례를 발표함과 동시에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한 제도개선을 촉구해왔다. 다행인 점은 식약처가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간장 제품 표시에 관련한 제도 개선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인 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업계 일부에서는 혼합간장의 소비 위축을 우려해서 제도개선을 반대한다고 한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막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기업의 이익침해로 해석해서는 소비자는 물론이고 기업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택은 소비자들이 한다. 그 전제는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알권리가 충족되어야 함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의지 뿐 만 아니라 기업들의 각성과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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