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프로모션 및 출혈경쟁
2분기 대규모 적자 불가피
LCC사장단,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요청

여름 성수기를 맞은 LCC들은 앞다퉈 프로모션을 제시하며, 사활을 걸고 국내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사진 연합뉴스
여름 성수기를 맞은 LCC들은 앞다퉈 프로모션을 제시하며, 사활을 걸고 국내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움직임이 국내선 확대로 집중되고 있다. 국제선 수요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여름 성수기를 맞은 LCC들은 앞다퉈 프로모션을 제시하며, 사활을 걸고 국내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국내선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태에 LCC간 출혈 경쟁이 이어져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항공업계 현황을 보면, 올해 2분기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7.9% 감소했지만, 국내선 여객 수송량은 38.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매출 급감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사들이 국내선 영업 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총 8개의 국내선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부정기 운항을 시작한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을 정기편으로 전환했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지난주부터 부산→양양, 제주→무안 노선의 부정기 운항을 하고 있다.

무안공항 이륙하는 제주행 여객기. 제주항공은 총 8개의 국내선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무안공항 이륙하는 제주행 여객기. 제주항공은 총 8개의 국내선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진에어도 올해 들어 김포→부산, 김포→대구, 대구→제주 등에 취항하며 국내선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달 말 취항 예정인 포항→김포, 포항→제주 노선을 포함해 국내선만 총 13개다.

에어부산은 부산→김포, 울산→김포, 울산→제주 등 국내선 5개를 운영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국내선이 총 8개다. 올해 김포→광주, 광주→양양, 부산→양양 등에 신규 취항하며 내륙 노선을 늘렸다.

올들어 제주 노선은 평균 70∼80%대의 탑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여행 수요가 국내선으로 몰린 탓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제주 노선의 탑승률은 8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고, 김포→부산 등의 내륙 노선은 70% 정도 나온다”고 전했다.

국내선 5개를 운영하고 있는 에어부산 여객기. 사진 연합뉴스
국내선 5개를 운영하고 있는 에어부산 여객기. 사진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LCC간 경쟁이 치열해진 김포→부산 노선의 경우 작년 6월 한달간 857회 운항으로 11만7천864명의 탑승객을 맞았으나, 올해는 6월 한달간 1천15회의 항공편이 운항해 18%가량 증가해 탑승객이 15만528명으로 28% 증가했다.

항공사들이 각기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1만원대 안팎의 특가 이벤트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제주항공 프리패스 4종>을 출시해 일주일도 안돼 완판했다. 500명씩 총 2천명에게 선착순 판매된 프리패스로, 유효 기간 내에 정해진 횟수만큼 자유롭게 탑승이 가능하다.

티웨이항공은 <대한민국 방방곡곡 최저가여행> 이벤트를 하고 있다. 제주 노선 항공권을 7만원 이상 결제시 3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 등을 제공하며, 숙소와 렌터카 등과 연계한 할인 혜택도 잇따르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대한민국 방방곡곡 최저가여행' 이벤트. 사진 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의 '대한민국 방방곡곡 최저가여행' 이벤트. 사진 티웨이항공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이 임박했지만 예년과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분기에 비하면 탑승객이 늘어난 편이지만 그래 봐야 적자 폭을 조금 줄일 수 있는 정도”라며 “이 상태가 이어지면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항공사가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항공사(FSC)는 2분기도 화물 영업이 가능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여객 중심의 LCC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화투자증권 김유혁 연구원은 “국내선 매출만으로 현재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포공항 국내선 도착편 스케줄 바라보는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김포공항 국내선 도착편 스케줄 바라보는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대해 LCC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어차피 비행기가 놀고 있어서 국내선에 띄우고 있지만 나중에 국제선이 회복되면 항공사들은 국내선 내륙 노선부터 빼려고 할 것”이라며 “내륙 노선은 정치적인 입김이 많이 작용하고 있어 일단 들어간 이상 나중에 적자가 나더라도 쉽게 철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유휴 여객기가 많아지며 국내선에 적극 투입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국제선이 회복될 경우에는 현재 늘려놓은 국내선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대한항공이 만성적자였던 여수 노선 중단을 검토했다가 지역에서 반대 여론이 크게 일자 결국 폐지안을 철회했다.

LCC 업계에서는 현재 6개월에 불과한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 기간 연장도 초미의 관심사다. 상대적으로 유휴인력에 대한 인건비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는 3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약 70%의 직원을 휴업시키고 있다. 지원금의 지급 기한이 180일이라 대부분의 항공사가 8월 이후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때문에 항공업계 안팎에서 8월 이후 대규모 실업 대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 8월 이후 대규모 실업 대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 안팎에서 8월 이후 대규모 실업 대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와 진에어 최정호 대표, 에어부산 한태근 대표 등 LCC 사장단은 6월 23일에는 사단법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와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이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해질 때까지 항공산업 전체에 대한 특별고용유지 지원금 지급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에 대한 국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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