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업체이 고객을 잡기 위해 문화 경험과 체험형 장소로 변화한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외출이 줄어들고 온라인구매가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침체기를 맞았다. 신종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정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되고 대한민국동행세일 기간에는 휴무일 지정에 문을 닫아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낼 수는 없는 일.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고 온라인구매가 줄 수 없는 매력으로 고객을 끌어모아야 한다. 드넓은 매장에서 옷도 사고 영화도 보고 맛난 음식도 먹고…. 이 부분은 예전에도 즐길 수 있던 영역이다. 새로운 감동의 영역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체험하게 한다면?

단순하게 판매만 했던 유통업체들이 승부수를 던졌다. 언택트 소비로는 충족하기 힘든 문화와 경험, 체험과 즐길 거리, 먹을거리 등의 시설을 앞다퉈 늘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 ‘더 타운 몰’(THE TOWN MALL)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 ‘더 타운 몰’(THE TOWN MALL)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팝업스토어·핫플레이스 변신

이마트는 과거 대형마트의 틀을 완전히 깨버렸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월계동 이마트타운 월계점이다. 지난달 28일 약 10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선보인 월계점은 ‘미래형 마트’의 모습을 재현했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것이 ‘팝업스토어’. ‘도심 속 소풍’을 주제로 액세서리, 수제 간식 등을 파는 매장으로 꾸며진 점포다. 이마트가 만든 매장이지만 정작 마트보다 다른 상업시설이 더 많다.

또한 마트를 찾는 고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팝업스토어 오른쪽에는 스타벅스, 카페마마스 등 유명 카페와 가로수길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온기정’, 캐주얼 중식당 ‘매란방’ 등이 자리 잡았다. 도심 속 작은 꽃밭을 콘셉트로 한 ‘꾸까’ 매장에서는 꽃이 가득한 매장에서 커피를 즐기거나 원데이 클래스에서 꽃꽂이를 배울 수도 있다.

다양한 체험형 공간도 특이하다. 서울 도심에 잇달아 문을 열면서 주목받은 서점 ‘아크앤북’과 이마트의 가전 매장 ‘일렉트로마트’, 완구 매장인 ‘토이킹덤’과 ‘레고’ 등 패션부터 가전, 도서, 완구까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바운스트램폴린’에서는 아이들이 트램펄린, 집라인, 클라이밍 등 스포츠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안산선부점 2층 게이밍존 모습. 사진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안산선부점 2층 게이밍존 모습. 사진 롯데하이마트

‘문화생활공간’으로 변화

이젠 가전매장에서 웨딩박람회를 열고 스포츠경기도 체험할 수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달 전자랜드 파워센터 반포점에선 한국웨딩플래너협회와 함께 웨딩박람회를 진행했다. 예비부부 대상으로 한 컨설팅과 제품 구매 혜택을 제공해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체험 중심 프리미엄 매장 ‘파워센터’가 주목된다. 올해 신규 매장은 5개, 리뉴얼한 매장은 9개다. 전자랜드 파워센터는 TV존에는 소파와 테이블을 배치해 집에서 TV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가전존에는 안마의자와 함께 건강기기와 뷰티기기를 사용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롯데하이마트도 직접 체험해 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 ‘메가스토어’를 오픈했다. 올해 초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가전유통 매장인 ‘메가스토어 잠실점’은 e-스포츠 경기장과 1인 미디어 존, 프리미엄 오디오 청음실 등을 설치했다. 또 매장 곳곳에 카페, 세미나실 등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휴식과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객들이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해외명품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고객들이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해외명품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콧대 낮아진 ‘백화점’ 

콧대 높은 백화점도 코로나로 기가 꺾였다. 지갑이 두툼한 고객을 주로 상대해왔던 백화점들이 문을 활짝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1층에서 면세점 재고명품 세일을 하고 있다. 1층은 명품시계와 수입화장품 등이 즐비했던 과거와 달리 시끌벅적한 고객들로 북적였다. 명품 재고떨이에 긴 줄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이 고객을 잡기 위해 특별할인매장도 옆에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이케아 매장을 입점시켰다. 경쟁 매장인 이케아 매장을 입점시킨 것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생활형 매장을 입점시켜 지갑이 얇은 고객도 끌어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용산에 위치한 HDC아이파크몰은 2~3년전부터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갔다. 교통거점인 용산역을 거치는 사람들이 와서 필요한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니라 ‘고급스럽게 즐기는 복합쇼핑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성비와 가심비로서 매력이 있는 매장을 분산배치했다. 또한 코로나 영향으로 건강식과 맛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맛집을 30% 넘게 확대했다.

HDC아이파크몰 관계자는 “1층 매장에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누구나 체험하고 즐길 수 있게 했다”면서 “3월 ‘슈퍼카 전시회’, 4월 ‘클래식카 전시회’, 5~6월 ‘미술전시회’에 이어 다름달에는 친환경하이브리드카 오토숍을 열어 직접 차를 구매하는 행사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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