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①주거] 주택공급률 100% 초과시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한국인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사회에 접어든 한국은 합계 출산률 0.9명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태어나는 아이가 40세가 되는 2060년에 인구가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 거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집값에 쏠리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은 달라지고 있는 한국인의 삶을 주거와 인구, 소득, 교육, 건강, 환경, 범죄로 나눠서 조명한다.

[한국인의 삶-①주거] 주택공급률 100% 초과시대

[한국인의 삶-②인구] 저출산·고령화·1인가구시대

[한국인의 삶-③소득] 아파트 사고 싶은 동학개미

[한국인의 삶-④교육] 학교 아닌 집에서 받는 수업

[한국인의 삶-⑤건강] 높아진 기대수명 낮아진 건강수명

[한국인의 삶-⑥생활환경] 코로나19 시대 미세먼지 줄어

[한국인의 삶-⑦범죄] 강력범죄 줄고 사기횡령 늘어

지난 19일 인천의 한 신도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분양권 프리미엄 금액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 19일 인천의 한 신도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분양권 프리미엄 금액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시 평균 가구소득 6,821만원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시 평균가인 아파트(8억 2,723만원)를 장만하려면 12년 이상이 걸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3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2019년 서울 연간 가구평균소득 대비 아파트 평균매매가(PIR) 지수는 12.13이었다.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PIR 지수가 12.13이면 서울시 평균소득인 6,821만원을 12.13년 동안 모두 모아야 서울시 평균가인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도 서울시 아파트 가격은 많이 올랐으니 PIR도 12.13보다 높아졌다.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34)씨는 작은 빌라에서 혼자 살고 있다. 최근 친구들이 ‘작은 집이라도 일단 구했다’, ‘전월세는 오히려 손해다’ 라고 말하자 내 집 마련 욕구가 더욱 강해졌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1,997만 9천가구 가운데 43.8%인 874만 5천가구가 무주택가구였다. 집값이 비싼 서울은 무주택가구 비중이 50.9%였다. 

 

내집 마련 꼭 필요? 84.1% 그렇다 

지난해 주택을 보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84.1%로 대부분 주택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특히 가구주의 나이나 소득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해지는데 연령별로는 20대·30대는 76.9%, 40대는 84.7%, 50대는 85.2%, 60세이상 89.2%를 기록했다. 소득별로는 하위 78.2%, 중위 85.9%, 상위 91.4%를 기록했다.

주택을 보유하고자하는 이유는 주거안정이 89.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너도 나도 ‘내가 살 집은 꼭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거안정 외에는 자산증식(7.1%)과 노후생활자금(3.3%)이 뒤를 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내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는 지난 2014년 58.0%에서 지난해 61.2%로 꾸준히 증가하여 2006년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54.2% 에서 54.1%, 광역시 등은 63.0%에서 62.8%, 기타 도지역은 70.3%에서 71.2%로 증가했다.

점유형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점유형태는 매매로 보유 58%, 보증금 있는 월세가 19.7%, 전세 15.1% 등의 순서로 나타났으며 2014년도 이후 매매로 집을 보유한 가구(2014년 53.6%, 2019년 58%)는 점점 늘어나는 한편 임차가구(2014년 43.5%,  2019년 38.1%)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임차가구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이후 계속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최근 부동산정책 등의 혼란으로 입대사업자들이 전세를 줄이고 월세를 늘리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의 노후주택 밀집지역. 연합뉴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의 노후주택 밀집지역. 연합뉴스

공급률 100% 시대? 제 기능 못하는 주택 태반

이런 이유때문인지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2018년 기준으로 104.2%다. 전체 가구 수보다 84만여채가 많은 숫자로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제적 주택재고 수준 지표인 천명당 주택수로 따지면 말이 달라진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천명당 주택수는 403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8위로 상당히 낮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는 기본적으로 500호가 넘으며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494호로 우리나라보다 많다.

특히 1~2인 가구가 사회에 많아 질수록 가구수를 기반으로 하는 주택보급률보다 천명당 주택수가 더 중요해진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발표한 주거실태조사 중 지난해 최저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5.3%·106만 가구에 달한다. 대부분 거주가구원수에 비하면 면적이 너무작거나 방수가 부족한 경우로 이런 주택을 적정 주택으로 보기 힘들다.

노후주택도 주택 재고를 감소시키는 원인이다. 전국의 약 1800만 호 중 30년 이상의 주택은 18%·310만호에 이르며 서울시 전체 주택수인 290만 호 보다도 많다. 특히 단독부택의 절반인 200만호가 30년이상 된 노후 주택이며 면적이 괜찮더라도 주택으로서의 기능 일체가 떨어져 사람들에게 선호되지 않는다. 

주택 재고 중에 사람이 살고 있지만 비좁거나 낡아서 충분한 기능을 못하는 주택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주택은 통계에 들어가도 유명무실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전반적인 주택상태 양호도는 3.0점으로 앞선 2018년(2.98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항목별로는 방음상태(외부 2.99점, 내부 2.87점)가 상대적으로 최악의 평가를 받았으며  환기상태(3.27점)와 채광상태(3.24점)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청년가구 지원 절실

청년가구(만 20세~만 34세 가구)는 1인가구가 59.2%를 차지하고 그마저도 대부분 임차가구(77.4%)다. 청년세대의 임차가구 중 전세는 32%에서 35.1%로 증가하고 월세 비중은 68%에서 64.9%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다.

신혼부부가구(혼인한 지 7년 이하면서 여성배우자 연령이 49세 이하인 가구)는 대부분 절반에 가까운 49.3%가 내집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가구 비율이 31.6%로 일반가구(15.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양쪽 모두 집값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신혼부부가구는 77.9%가 주택 대출금이 부담된다면서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으로 주택 구입자금 대출지원(47.1%)과 전세자금 대출지원(28.0%) 등을 요구했다. 청년가구도 주택 전세자금 대출지원(39.0%),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24.2%), 월세 보조금 지원(16.3%)을 요구하는 등 자금에 대한 부담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로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1.2%), 전세자금 대출지원(23.5%),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1.9%) 순으로 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내집을 가진 사람들은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을, 전세·월세가구는 전세자금 대출지원을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응답하면서 이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정부가 공급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거주중인 가구 93.5%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저렴한 임대료(49.0%), 자주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39.7%) 순으로 나타나 나름의 성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불만족 응답 이유에서 좋지 않은 인식(16.9%)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 공공임대 단지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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