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집단소송법안 통과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제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8일 현재 1,676건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법안은 소비자집단소송제도 등 6건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국회 의결이 예상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2011년 8월)과 카드사 신용정보 유출사건(2014년 1월), 가자 백수오 사건(2015년 4월), 송학식품 대장균 떡볶이 사건(2015년 7월),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2015년 9월), 웅진코웨이 얼음정수기 사건(2016년 7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국처럼 소비자가 집단소송할 수 없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민주당 진선미, 이학영 의원은 6일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을 제출했다. 소비자 피해가 크지만 개인적인 대응이 어려웠던 사례를 고려해 소비자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학영 의원실은 “이번 법안이 소비자의 피해를 국가가 지원하고 법원이 판단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21대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는 “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빨리 이 법안이 통과돼 소비자 피해구제 활동에 획기적인 전환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소비자감시팀장은 “가습기 살균사건과 BMW 화재사건 등의 경우 피해 규모가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거대 기업을 상대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어려웠다”면서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소비자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 피해 소송에 있어서 질적인 성장은 물론 소비자시민단체의 역할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기본권을 재확립하는 근간이 될 소비자 보호 관련 법안들을 살펴본다.
소비자집단소송 제도
민주당 이학영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이 눈길을 끈다. 가습기 살균제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BMW 화재 등에서 소비자가 대기업을 상대로 법적 대응하기란 어려웠다. 같은 피해가 다수에게 발생해서 피해 규모가 커도 소비자 개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어려워 피해자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학영 의원 등은 소비자가 피해자가 되는 집단사고에 대응하고자 법안을 마련했다.
공통의무확인소송과 채권확정절차로 이뤄진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는 소비자집단소송에 필요한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공통의무확인소송이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때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공통적인 금전채무를 부담하거나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공통적인 금전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원고는 소비자 피해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피고가 제출하도록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만약 피고가 정보 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정보를 멸실, 훼손, 은닉하면 법원은 공통의무 존부에 관한 원고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학영 의원실 관계자는 “2016년부터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와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내용으로, 소비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진행되는 소송에 있어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국가적으로 보호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소비자 소송은 법적 근거가 약한 면을 강화하기 위해 ‘공통의무확인소송’이라는 내용을 전문화해 소비자의 손해배상 규모를 법원이 판단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가습기 살균사건, BMW 화재사건 등 소비자피해 관련 소송이 산발적으로 진행돼 왔다”면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돼 소비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김영배, 박정 의원 등 21인이 발의한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도 집단소송에 대한 법안이다. 박 의원은 소비자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쉽게 하고 다수의 소비자가 같은 소송을 각각 제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발의했다. 소관 상임위윈회는 법제사법위원회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 개정안
IT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마켓뿐만 아니라 SNS를 통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 거래를 악용하여 등록·신고·허가·인가가 필요한 판매업임에도 이를 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물품 등의 정보를 은폐·누락·축소하여 고지하는 등 소비자에게 거짓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만하는 거래행위가 다양해지고 그 빈도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청약을 철회하고자 하여도 그 방법 등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거나 전자상거래 사업자 등으로부터 방해를 받아 철회를 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미래통합당 정점식, 김태호 의원 등 10인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사업자가 판매에 필요한 절차를 빠트린 채 전자상거래상에서 판매할 경우 품질과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지만 전자상거래 피해 규모와 빈도에 비해 예방과 제재 권한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집중돼 시의적절한 조치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사이버몰의 이용약관에 청약철회의 기한·행사방법·효과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명확히 규정하토록 했다. 공정위는 허가를 받지 않은 전자상거래에 임시중지명령을 할 수 있고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장도 공정위에 임시중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 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 등 일부 금지행위를 위반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의 수준을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상향했다. 현재 입법 예고 중이며 소관위원회는 정무위원회다.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소비자가 구매에 대한 불만이나 피해를 상담하기 위해 기업 대표번호로 통화를 한 시간은 연간 약 50억분이고 통신요금으로 환산하면 5,500억원 규모다. 통신요금은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어 소비자를 위해 상담원 전화연결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기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서 미래통합당 윤재옥 의원 등 10인은 소비자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가 소비자의 불만 또는 피해의 상담을 위하여 소비자상담기구의 설치·운영과 전담직원의 고용·배치를 하도록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담전화에 대한 문제가 있는 만큼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권장기준을 정하여 고시하도록 했다. 정무위원회에 소관된 개정안은 입법 예고되었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소비자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계류 중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