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부분분할상환방식의 전세대출 상품 출시 홍보
급격히 늘어난 대출에 은행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
당국 “원금 갚아나가면 전세대출 위험관리에 도움 될 것”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부분분할상환 전세대출상품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저금리 기조에 전세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은행조차 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하려 하는 등 건전성 관리가 시급해진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부분분할상환 전세대출 나온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우리은행 등 시중 은행들이 하반기 부분분할상환방식의 전세대출 상품 출시에 나섰다. 분할상환 전세대출은 전세계약 기간 전세 대출 이자만 갚는 종전 방식과 달리 원금도 일부 갚아나갈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차주가 자금 사정에 따라 분할상환을 중단해도 연체가 되지 않는다.
현재도 일부 은행이 분할상환 전세대출을 출시한 상태지만 원금을 갚지 않으면 연체가 되고 대출만기 때 한도가 감소해 상품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또한 전세대출 연장 시 기존 대출한도만큼 다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등 차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품구조를 설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분할상환 전세대출의 보증비율을 100%로 높이고 보증료를 깎아준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직접 시중은행 상품 출시를 언급하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금융위는 “1% 미만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보다 2~3% 전세대출 상환이 유리하다며 분할상환 전세대출 상품에 가입하는 게 마치 비과세 고금리적금을 드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전세대출이 종료되는 시점에 집주인에게 돌려받는 전세대출원금에서 전세대출 잔액을 뺀 만큼 목돈을 마련할 수 있고, 대출상환에 따른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당국 설명이다.
1억 원 전세대출을 연 2.8%로 받는 경우를 예로 들면 분할상환 전세대출에 가입해 매달 50만 원을 갚으면 2년 뒤에는 대출원금이 657만 원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 일반적인 전세대출에 가입해 이자 상환에 23만3000만 원을 쓰고 남은 26만7000원을 세전 1% 적금에 가입하면 적금 원리금은 646만 원으로 분할상환 전세대출에 가입하는 것이 11만 원 유리하다. 소득세효과는 일반적인 전세대출에 가입하는 경우 34만 원이고 분할상환 전세대출은 72만 원이다. 2년간 총 1200만 원을 납입하면 분할상환 전세대출이 49만 원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는 앞으로 시중은행이 분할상환전세대출을 출시·취급하는 경우 무주택자에게는 전세보증료를 최저수준인 0.05%로 설정하고 은행에는 보증비율을 90%에서 100%로 확대하는 등 부분분할상환 전세대출상품 출시를 견인할 방침이다. 현재 상품 출시를 결정한 은행은 국민·우리은행 두 곳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와 함께 오는 8월부터 소득 구간 2500만 원 이하 무주택과 저소득자의 전세대출보증 보증료 인하폭이 기존 0.1%p에서 0.2%p로 확대된다고 당국은 밝혔다. 현재 주금공 전세대출보증료는 연 0.05~0.50%는 나타나고 있다. 만약 전세대출로 1억 원(기준보증료 0.18%)을 받은 차주의 2년간 총 전세대출보증료는 소득 2500만 원 이하 무주택자의 경우 현행 15만 원에서 8월부터 9만 원(최저보증료)으로 감소한다. 반면 7000만 원을 초과한 유주택자의 경우는 41만 원에서 69만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전세대출 90조 돌파…건전성 관리 ‘비상’
이번 상품 출시는 최근 들어 전세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된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 시장이 들썩이자 지난 6월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30% 오른 90조9999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81조3058억 원이었는데 올해 지난달 말까지 9조6941억 원 증가하며 올해 들어서만 10조 원 가까이 상승했다. 즉 건전성 관리가 다급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전세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데에는 낮아진 금리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빠르게 떨어뜨리기 시작하면서 전세대출 이자율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주금공의 보증을 담보로 실행된 5대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3% 안팎 수준이었지만 지난 5월에는 최대 2%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전세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리스크 염려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전세대출이 가장 많은 신한은행에서는 일부 대출을 차단하려 했던 시도가 있었다. 은행은 앞서 지난달 다세대 빌라와 단독다가구 등에 대한 보증부 신규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일선 지점에 보낸 바 있다. 다만 서민 주거용 자금까지 막는 건 지나친 대응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이를 전면 취소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되는 부분분할상환 전세대출상품은 이러한 은행 전세대출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차주 입장에선 2년간 전세대출의 원금을 조금이라도 갚아나가면 대출 기간 종료 후 목돈 마련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금융회사의 전세대출 위험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