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유치원의 이른바 ‘햄버거병’ 피해가 투석사태로까지 번지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26일 경기도와 안산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안산시 상록구 A 유치원에서 식중독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전날 오후 기준 총 2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분 A 유치원 원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환자 중 14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US는 장 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이다.
특히 이 가운데 신장 기능 등이 나빠진 5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전날 청와대 게시판에는 해당 유치원 학부모의 청원 글이 올라와 26일 오후 6시 기준 3만2728명의 동의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청원자는 “어떤 아이는 소변조차 볼 수 없게 되어 투석까지 이르게 되었고 그 원인이 유치원이었음을 보건소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며 “어떤 음식을 먹여야, 어떤 상한 음식을 먹여야 멀쩡한 아이 몸에 투석까지 하는 일이 발생할까 분노가 치밀었다”고 분개했다.
앞서 지난 23일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햄버거병이 걸린 아이의 아빠가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게시자는 “이번 사건으로 아이가 홀로 중환자실에서 3일째 투석 중이다”며 “아픈 아이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가슴이 꽉 막혀 죽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이른바 ‘햄버거병’은 지난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HUS에 집단 감염되면서 명명이 됐다. 이 햄버거병 환자의 절반 정도는 투석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신장 기능이 망가지기도 한다.
앞서 A 유치원에서 집단 설사 등의 식중독 사고가 최초 보고된 것은 지난 16일이지만, 실제 환자는 이보다 나흘 전인 12일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A 유치원 원아 1명이 지난 12일 설사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으며, 이후 13∼14일에는 다수의 어린이가 비슷한 증세를 겪다가 15일 출석하지 못한 채 보건소 등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16일부터 현재까지는 A 유치원에서 100명의 식중독 유증상자가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 유증상자 대부분은 A 유치원 어린이들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안산시 보건당국은 역학조사와 방역 조치에 나섰으며, 원아 184명과 교직원 18명 등 202명의 검체를 채취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가족 58명과 식자재 납품업체 직원 3명 등 84명의 관련자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 중에 있다.
현재까지 원아 42명과 교사 1명에게서 장 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으며, 147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 외 96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중에 있다.
당국 역학조사 과정에서 식중독 사고 등에 대비해 보관해야 할 음식 6건은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음식물은 궁중떡볶이(10일 간식), 우엉채조림(11일 점심), 찐감자와 수박(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12일 간식), 아욱 된장국(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15일 간식) 등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A 유치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추가로 적발되는 위법사항에 대해 고발 조치 등 강력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