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 발표
“소비자 과실 없다면 금융사 전부 피해배상”
업계는 “범죄 케이스 다양…책임은 과도”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한해 7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내놨다. 금융 인프라 운영자로서 금융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당한 금융소비자들은 앞으로 금융사들로부터 피해 금액을 배상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24일 정보통신 신기술을 악용한 범죄가 속출하자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과 관련해 금융업계 일각에선 과도하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범죄 사례가 다양함에 따라 방지책 마련도 모두 적용이 안 되는 상황 속에 그 이상 책임을 지우는 건 무리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시연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 및 통신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서비스 시연회’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시연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 및 통신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서비스 시연회’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관계부처는 보이스피싱을 금융과 통신 인프라의 신뢰를 저해하는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이 같은 방침을 내놨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피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전제하에 금융사가 원칙적으로 그 배상 책임을 지게끔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보이스피싱은 국민이 노력하더라도 잘 모르고 당할 수 있기에 모든 책임을 개인의 책임으로 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 같다”며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 손해의 공평한 부담원칙 등을 고려해 금융회사와 이용자 간 피해액이 합리적으로 분담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방지책은 마련할 수 있어도 그 배상 책임을 금융사가 지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케이스도 많고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며 “은행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시스템적으로 이상 거래 등을 발견해 막으려고 노력하는 거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은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FDS, 100만원 이상 입금 때 30분간 인출이나 이체가 제한되는 지연인출제도 등을 운영 중에 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모든 케이스에 이것을 적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며 “요새는 은행 시스템으로 인해 (범죄 조직이 갈취하는 금액이) 소액인 경우가 있고 본인이 직접 송금하는 상황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런 모든 피싱 사례에 대해 은행이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다해 방지를 한다고 해도 예외인 경우가 있는데, 은행에 책임을 물어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과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당국은 금융사와 통신사업자의 보이스피싱 예방의무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보이스피싱 의심 금융거래를 적극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해야 하며 통신사업자는 전화번화 변조 차단, 대포폰 유통 방지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보이스피싱이 주로 전화로 이뤄지는 만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사망자·폐업 법인·출국 외국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조기에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 대상 본인 확인 전수조사를 연 2회 실시했으나 앞으로는 이를 연 3회로 확대한다. 외국인 단기 관광객의 휴대전화는 한국에서 떠날 때 즉시 정지되고, 선불·알뜰폰 비대면 개통 시 공인인증, 신용카드 등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점검을 면밀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 2017년 2400억 원, 2018년 440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6700억 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했고, 피해 건수가 7만2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최근엔 카카오톡 등 SNS 계정으로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금전 송금을 유도하는 메신저 피싱도 대폭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금융사에 전화를 걸시 범죄 조직으로 통화가 연결되게끔 악성 앱을 설치해 돈을 빼 가는 방식이나 원격제어 앱을 깔게끔 유도해 스마트폰 금융 앱에서 금전을 갈취하는 수법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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