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이 안산 유치원을 덮쳤다. 안산시 상록보건소는 25일 유치원생 99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고 밝혔다.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31명 가운데 14명이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 햄버거병에 걸린 어린이 5명은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배앓이는 16일부터 나타났다. 어린이 4명이 복통을 호소했는데 이튿날인 17일 어린이 10명이 복통과 설사를 호소했다. 처음 식중독 환자가 나온 지난 18일부터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184명 가운데 구토와 설사, 혈변 같은 식중독 의심증상을 보이는 원생은 99명으로 파악됐다.이에 유치원생과 가족 등 31명이 입원했고 일부는 중증 상태라고 전해졌다.
나머지 17명은 ‘햄버거병’ 의심 증세는 없으나 설사, 복통, 발열 등 증세로 입원 중이다.
햄버거병은 단기간에 신장을 망가뜨리는 희귀 질환으로 정식 명칭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이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의 일종으로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체내에 쌓이면서 발생하게 된다.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부터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햄버거병 환자가 2만명 발생하고 200명 이상 사망한다고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햄버거병은 고기를 잘 익히지 않고 먹거나, 살균되지 않은 우유 또는 오염된 야채 등을 섭취하면 걸릴 수 있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몸이 붓거나,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며 경련이나 혼수 등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 아직까지 적절한 예방법 및 치료법은 없으며 신장 기능이 손상된 경우에는 투석, 수혈 등의 조치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2017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4세 여아가 이 병에 걸려 패스트푸드의 식품위생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에 ‘햄버거병’이 오르고 SNS에서는 걱정과 비난이 쏟아졌다. “코로나 상황에 위생을 더 철저히 해야하는데 이게 웬 난리냐?” “햄버거병은 고기에서 유래한다는데 간식이 문제 아니냐?” “코로나 무서워서 유치원 보내기가 꺼려졌는데 식중독에 햄버거병까지…정말 애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유치원 뿐만 아니라 학교 급식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위생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이들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이어졌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