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자필 유언장 도쿄 사무실에서 발견

신동빈 회장은 24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의 후계자로의 내정과 일본롯데홀딩스의 사장으로 내정되며 명실상부 롯데그룹의 주인이 되었다. 연합뉴스
신동빈 회장은 24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의 후계자로의 내정과 일본롯데홀딩스의 사장으로 내정되며 명실상부 롯데그룹의 주인이 되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후계자 싸움이 동생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동생 신동빈(65)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에 이어 일본 롯데그룹 총수가 되었다. 아버지 고(故) 신격호(98) 회장이 후계자로 신동빈 회장을 지목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언장까지 발견됐다.  형 신동주(66) 일본 광윤사 대표이사 겸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제안한 이사 해임안(신동빈)은 부결되었다.

신동빈 회장 일본롯데 총수 선임

롯데홀딩스는 24일 오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7월부터 사장으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은 명실상부하게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을 장악했다. 창업주에게서 후계자로 인정을 받은 유언장까지 공개되면서 경영권과 함께 정통성까지 확보했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광윤사(28.1%)이고 종업원지주사(27.8%)와 관계사(13.9%)가 대주주다. 임원지주사도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동생 신동빈 회장(4.0%)과 형 신동주 회장(1.6%)의 지분은 많지 않다. 광윤사 지지를 등에 업은 형은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을 요구해왔지만 동생은 올해 초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내가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신격호 회장 유서 “후계자 신동빈”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이 2003년 3월 직접 쓴 유언장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신격호 회장 유언장에는 작은 아들을 후계자로 지목하고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신격호 회장은 올해 1월 19일 사망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유품을 정리하지 못했다. 최근 일본 도쿄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유언장은 일본 법원에서 상속인의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되었다. 

신동빈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님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임원에게 유언장 내용을 전달하며 창업주 뜻을 따라서 그룹 발전과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형은 일본롯데, 동생은 한국롯데

신동빈 회장은 195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소년 신동빈은 귀족학교로 손꼽히는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유치원부터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졸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가 된 신동빈은 아버지 뜻을 따라서 롯데가 아닌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신동빈은 1988년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투자은행 노무라 증권에서 일하며 국제금융과 재무관리를 경험했다. 

아버지는 1990년 작은 아들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데려갔다. 입사 7년 만에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이 된 작은 아들은 아버지를 보좌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신동빈 부회장은 롯데제과와 호남석유화학(이상 2004년)에 이어 롯데쇼핑(2006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노무라 증권에서 닦은 금융 감각은 2006년 롯데쇼핑 상장 과정에서 눈에 띄었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했던 롯데그룹에는 상장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아버지를 설득한 작은 아들은 롯데쇼핑을 상장하면서 3조 5천억원대 자금을 마련했고 삼성화학과 하이마트, KT렌탈 등을 인수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아버지에게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작은 아들은 2011년 롯데그룹 회장이 되었다. 

왕자의 난과 치매

형과 동생은 각각 일본과 한국 롯데그룹에 자리를 잡았었다. 그러나 형이 2013년부터 한국 롯데그룹 순활출자구조의 핵심이었던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였다. 아버지는 2014년부터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서 큰 아들을 배제했다. 큰 아들은 연말에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리스 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1월에는 롯데홀딩스 이사직마저 뺏겼다. 당시 93세였던 아버지는 작은 아들에겐 롯데홀딩스 부회장 겸 이사직을 유지하도록 했다. 롯데홀딩스는 당시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지분 19%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이런 까닭에 신동빈이 후계자로 낙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형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형은 2015년 7월 27일 아버지를 일본으로 데려갔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이사 6명을 해임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동생이 장악한 경영권을 뺏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형의 반란을 하루 만에 진압했다. 일본 롯데그룹 경영진의 지지를 받은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퇴진시켰다. 서울가정법원은 2016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신적 제약(치매)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하다며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아버지의 변심은 치매로 인한 기억력 저하에서 비롯되었던 셈이다. 

형 신동주 회장은 유언장에 법적 효력이 없다며 반발했다. 유언장이 법률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인 의미에서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끝나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경영권 다툼이 사실상 끝났기 때문에 소송을 해도 의미가 없다는 게 한국과 일본 재계 중론이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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