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에 광고비를 떠넘기는 ‘애플’의 갑질이 사라질 것인가. 공정위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혐의를 받는 애플코리아에 자진시정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애플코리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대신 개선방안을 제시하라고 한 것은 지나친 ‘특혜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애플코리아 유한회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 건 관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이다. 이는 애플이 이통사와 맺은 부당한 계약을 개선하고 공익을 위해 상생지원기금 등도 마련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면죄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애플, 소비자·중소사업자 상생방안 제시
공정위는 지난해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에 애플 단말기 광고 비용과 무상수리서비스 관련 비용을 부담토록 한 것과 관련해 ‘거래상지위남용’으로 집중 심사했다. 심사에는 특허권 및 계약해지 관련 일방적으로 이통사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 이통사의 보조금지급과 광고활동에 간섭한 행위 등도 포함됐다.
같은해 6월4일 애플은 법적 판단을 다투기보다는 이통사와의 거래관계를 개선하고, 중소사업자·소비자 등과 상생을 도모하고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애플은 ▲이통사들의 부담비용을 줄이고, 비용분담을 위한 협의절차를 도입하는 방안 ▲이통사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거래조건 및 경영간섭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 ▲일정금액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해 중소사업자·프로그램 개발자·소비자와의 상생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 등의 상생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공정위는 ▲단말기와 이동통신 시장은 대표적인 ICT산업으로서 변화가 빠르고 동태적인 시장이라는 점 ▲시장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장으로 신속한 거래질서 개선이 중요한 측면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사건으로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양 당사자간 거래 관계를 실효성 있게 개선시킬 수 있는 점 ▲상생지원방안을 통해 중소사업자·프로그램 개발자·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 대신 ‘개선안’ 가져오라고? 봐주기 아니냐”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애플이 국내 이통사에 광고비와 수리서비스 등을 부담토록 하게 한 것은 명백한 ‘갑질’에 해당한다”면서 “이번 동의 의결 절차는 개선안을 가져오면 봐주겠다는 것으로 국내 이통사에게는 굴욕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KT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동의의결 절차 중에 구체적인 부담 경감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동의의결 절차는 우선 개선안을 가져오면 검토하겠다는 뜻이다”면서 “만약 개선안에 ‘상생의 과정’이 없다면 반려될 수도 있는 것이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의의결 절차 개시에 따라 애플은 한달 안에 구체적인 자진시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를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만약 공정위 심의에서 애플의 안이 최종적으로 인용되면 애플은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